부자 오빠, 가난한 오빠

내가추리소설에빠지게된이유

내가추리소설을즐겨읽는것은오빠의영향이다.

어릴때부산대청동산꼭대기에살적에오빠심부름으로책방엘다녀오곤했다.

그당시에는도서관이란곳도많지않았고,책을사볼여유도없던시절이라..

퀴퀴한냄새나는책대여점이동네마다여러군데있었던걸로기억한다.

책심부름하는중간에돌계단에쪼그려앉아

(산동네계단이란게제대로된것도아니고대충큰돌들을쌓아놓은것들.)

나는이해도못하는이야기들을몰래훔쳐읽었다.

김래성인가하는작가이름이떠오르고,뭘읽었는지는까맣게잊었다.

‘황금가면’이제목이맞나?

제일재미있었던것이모리스르블랑의아르센뤼팡시리즈.도둑이자탐정인뤼팡.

오빠가제일좋아하던책은<몬테크리스토백작>이었다.

복수의쾌감이란걸확실히느끼게해준멋진이야기!

경남중학교에다니던오빠는네살위라당시초등학생인내가이런성인소설을사실

읽기는해도이해하기는무리였었던것같고,독서에대한갈증만심해져서

울집과외갓집이모들책상에있는책이란책은죄다훔쳐읽었었는데..

(어린애가어른들보는소설책읽는다고야단맞을까봐!)

책읽는재미를단번에알게해준것이바로오빠심부름으로빌려오던추리소설들이다.

오빠는학교다니기가불편해서같이안살고큰길가에있던외갓집서지냈는데..

주말이면집에왔다.그리고집에올때마다이렇게몰래추리소설들을빌려다읽은것.

오빠는주말에식구들보러왔다가도저녁먹고는바로외갓집으로돌아가니까

오빠가빌려온책을되돌려주고다음하권을빌려오는일이언제나내몫이었다.

내독서의시작이바로오빠영향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

이렇게남매가나란히추리소설에매료된것도그렇고,오빠는재미난책을읽으면

그책이나영화이야기를나한테해주기때문에사실<몬테크리스토백작>을내가

읽은것보다오빠가해준이야기가훨씬재미있어서더잘기억하고있다.

오빠는늘해외근무를하기때문에일년에한번얼굴보기도힘들지만,

최근까지도우리는만나면서로읽은책이야기를하고바꿔보기도한다.

하긴몇년전(10년전)부터는내가도서관책만읽으니까..

책을바꿔보는일도드물어졌지만,대신도서관에서빌려읽은것중에

내가아주좋다고생각드는책은사서오빠에게선물한다.

책이나그림도마찬가지다.그림그리기를따로배우지도않고,

내가어느날부터인가그림을그리게된것도

(화실에잠시라도다녀본것은서울로올라오고도한참뒤의일이다.)

역시오빠의영향이크다.

오빠는이야기를해주면서내게간단한그림도같이그려주었다.

공책도아까워분필이나석필같은걸로길바닥에다그림그려주며이야기하던

오빠의모습이지금도생생하다.책읽기와글쓰기,그림그리기모두다오빠의영향이다.

어려운집안의장남이라오빠는소원하던의사가되는대신엔지니어의길을택했고,

문화적욕구를제대로펼쳐보이지도못하고평생을살아가고있다.

삶의절반이상을해외건설현장에서일하는오빠생각하면마음이아프다.

부자오빠,가난한오빠

평생을근면하게일했는데도울오빠는부자가아니다.

한10년전쯤?

<부자아빠,가난한아빠>란책이베스트셀러로장안의화제가된적이있는데..

나도물론빌려읽었다.

이책은도서관이아니라친구에게서빌려읽었던걸로기억되는데..

펀드나주식,부동산투기붐을몰고오는데큰영향을끼친책인것같다.

읽기는읽었어도경제관념이엉망인나같은사람에겐아무영향도못끼쳤던책이기도하고,

단부자는결국부자가될려고맘먹은사람(=노력하는사람)이된다는진리만실감했다.

오빠처럼성실하게알뜰하게살아도부자가못되는이유는무엇일까?

성실하고매사근검절약하는건전에울외할아버지얘기할때썼던대로집안의가풍이다.

어른들이그렇게사는모습을보고자랐으니..당연히,

오빠가부자꽁지에라도못서게된것은올케언니실수라,

밝히기가좀껄끄럽기는한테,

평생을오지건설현장책임자로돌아다녀남들보다많은봉급을가져다준걸

올케는약간의사행심으로순진하게부동산에다몽땅투기를했다가사기를당했다.

한남동단국대부지딱지를사들였고,올케친정까지파산상태다.

그러니한사람만근면성실하다고해서부자가되진않는다는거다.

부동산투기도울선배언니처럼하면집을몇채나장만하는데…

(선배언니남편도울오빠처럼해외건설현장으로만근무하신분인데..)

올케는재산불리는재주가없는사람이부동산열풍에덩달아날뛰다가

있는재산마저날린거다.지금오빠에게는중형아파트한채가전부라,

나도친구에게돈다떼여이모양으로살지.참씁쓸하다.

요즘달러가치가미친듯이날뛰고있는걸보면,외국인회사

지사장으로근무하는남동생은괜찮겠구나(?)하는이기적인생각도들고,

남동생내외는워낙돈관리가철저한부부라형제를돕는다는건생각도없다.

이거야뭐,동생이니까..그래,니들만이라도잘살아라!싶기도하다.

경제가어렵다하니다시부자,가난한자나눠서생각한다.

오빠도나도철저한것하나는있다.

누구에게라도돈을빌린다는건평생한번도한적이없다.

있으면나눠줄순있어도,내가아쉽다고손내밀진않는다는것.

사는건각자의재량이다.

오빠가재산을다잃고나서몇년전다시어렵게아파트를한채장만했을때,

날더러같이살자고했다.’울집에방이많아..?'(방네개짜리아파트를샀다고!)

올케얼굴구겨지는것도모르고…이말들은걸로충분하다.

난혼자서잘버틴다.돈이란쓰는만큼이라,사치를부리자면한도없고,

어디내욕망대로만살수있겠나?안그런가?

실지부자는아니어도마음이부자인오빠가너무좋다.

오빠는소원이책방을하는거였다.이렇게소박한소원인데..책읽기를좋아하는오빠는

꿈이책더미에파묻혀종일책읽고,책을만지는일을하며사는게소원인분.

덩달아내소원도오빠에게서점이나근사한서재하나꾸며주고싶은거다.

옛날옛날에책벌레인남매가있었다.

평생책을사랑해서부자는못되었어도마음이부자인남매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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