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여 천천히 ..

누군가전화를걸다만,

아니누군가통화하지못한,

공중전화기너머로봄날은덧없이화급하게온다.

봄날은무참하게지나간다.

내가무엇을느끼거나,무엇을잃었거나..

엊그제디카를망가뜨리고,내마음이허전하고우중충하다.

바람과먼지와재빠른이른더위에나무도꽃들도의아한얼굴로머뭇머뭇하는봄날.

자전거를타고지나면서도얼핏,개나리사랑스런노랑잎하나둘,헤아리는사이

옆집에는홍매화새색시같은붉은얼굴이올망졸망화사하게웃는다.

집과집사이,담장너머로언뜻보이는저팝콘알들은?..뒷집마당의산수유!

건너편양지바른곳엔목련나무의새잎도휙스쳐간다.

스쳐간다!

난왜이렇게허겁지겁사는건가?

대책없는슬픔이와락,

봄아서서히와다오.저당황스런꽃들의마음이랑

더황망한내속마음숨길여가좀주렴.

봄날이여제발서서히다가오고천천히,눈부시게지나가줘.응.

꽃밭을그냥지나쳐왔네

새소리에무심히응대하지않았네

밤하늘의별들을세어보지않았네

친구의신발을챙겨주지못했네

곁에계시는하나님을잊은시간이있었네

오늘도내가나를슬프게했네

-오늘/정채봉

정채봉선생님의이시를읽다가펑펑울어버린봄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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