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우저택사건 – 역사를 바라보는 혜안을 배워라!

언제부터인가미야베월드의매니아가되어버린나

도서관에가면미야베의신간이뭐가들어왔나부터살펴본다.물론내가도서관에다신간을신청하면입고되는대로맨먼저받아볼수도있지만,늘읽어야할책에떠밀려다니고시간에쫓겨다니는한심한처지라요즘은신간신청이나대출예약은아예포기하고지내는처지인데,나야어찌되었건,꾸준히신간이나오는걸보면미야베의인기도대단하구나하고느끼기도한다.최근에읽은미야베의책중에는에도시대를배경으로한동화같은단편집<기이한이야기>와비슷한내용의<괴이>가있고,지금읽고있는것도역시에도시대를배경으로한유쾌한추리물<흔들리는바위>다.이책도아주흥미로와서엊그제그렇게기다리던새디카가배달되었음에도이새디카의메뉴얼읽고배우기보다는읽던책에먼저손이간다.

그리고근자에읽은미야베미유키의책중에는오늘소개하려는SF역사미스테리인<가모우저택사건>이여러가지생각할거리들을던져줬다.

가모우저택사건/미야베미유키지음,전2권,북스피어/2008

현대의청년이20세기초반의군사쿠데타가일어난도쿄로가게된다.

대학입시에실패하고예비고수험을치러온재수생오자키다카시는고쿄에접한히라카와초이치반호텔에투숙하는데이호텔프런트에서기분나쁜중년남자와맞닥뜨린다.마치몸전체에서어두움이묻어나는듯한,’마이너스오라’에감싸진남자와.
헤이세이6년(2004년)2월시험을무난하게넘긴다카시는긴자에나가영화를보고히라카와초의해자까지돌아왔다.국립극장앞에서는방송국중계차가서있었다.지나가는샐러리맨들의대화를엿들어보니2.26사건이일어난현장에서뉴스리포트를촬영하고있는것같았다.이근처에서는육군성과참모본부가있었다고한다.
그렇게치면자신이투숙하고있는호텔도이전에는육군대장가모우노리유키의저택이있던곳이었다.호텔엘리베이터벽,관엽식물의그림자에살짝가려져있는빛바랜사진에설명문이붙어있었다.그날밤히라카와초이치반호텔은배전선의노화가원인이된화재에휩싸인다.화염과연기속에서어떻게든다카시는건물에서탈출하려고시도한다.하지만더이상엘리베이터는움직이지않고비상구너머도불바다에삼켜져있다.다카시는죽음을각오하지만,그어깨를갑자기뒤에서흔드는자가있었다.보니그음산한분위기의중년남자였다.남자는자신의옷을꽉잡으라고외친다.갑작스러운블랙아웃.어찌된일인지다카시는시간을넘어쇼와11년2월26일새벽의도쿄로타임슬립해버렸다.
"난말이야,시간여행자야"라고어두운남자는말한다.위조된호적을구해서히라타지로라는이름을가지게된문제의남자는가모우저택의하인으로서전쟁전의수도도쿄에서살아갈결심을굳힌것같았다…

<가모우저택사건>이란이렇게해서재수생다카시가시대의전환점을맞이하는운명의4일간을이가모우저택과청년군인들의쿠데타로통행금지된도쿄에서지내게되며목격하는사건들을다룬장편성장소설이자SF역사미스테리물이다.

난추리물은매니아수준이지만,SF책은선뜻집어들지못한다는약점(?)을가지고있었는데,그러다가기가막히게재미있는SF소설들을몇권읽고나서SF에대한선입관도많이바뀌었다.처음엔단편집부터시작되었는데,SF소설을시로승화시킨듯이아름다운문체를지닌레이브래드리(대표작’화씨451′)의책부터시작해서…<어둠의왼손>을읽고는작가가가진세계관과철학적인사고에감동하기까지했다.그래서이책을쓴어슐라K르귄이란대단한여류작가도알게됐고,근자에많은단편들이영화화되고있는다재다능한작가필립케이딕와로버트A하인리히의고전적인책들도흥미로웠지만,SF-호러라는독특한쟝르의선두주자인리차드매드슨의<나는전설이다>는나중에따로포슽을올리고싶어미루고있다.그런데책이너무재미있어서행복해하며읽었던책이코니윌리스의<둠즈데이북>과<개는말할것도없고>인데,미야베미유키의이소설은<개는말할것도없고>와비슷하게재미있으면서도과거의모습을세밀하고풍부하게묘사한다는면에서교육적이기도하다.두사람다여류작가란공통점때문인지?단책이유머러스하고섬세하다는면에서는미야베미유키보다는코니윌리스가조금더위인것같지만(나의개인적인관점?)..암튼두사람이가진가장큰공통점은단순한재미를넘어읽는사람을행복하게해주는따뜻한이야기란것이다.

시간이동을통해58년전의과거로돌아간18세의다카시는일본역사의아주중요한시점이었던226사건의4일간을직접경험하게되는데..현재의입장에서무조건그시대사람들(히로히토천왕이집권했던쇼와시대)을전쟁을일으킨도발자(전범)들이라고매도할수만은없다는의견을미야베미유키는순진하고평범한청년(18세란청년이라기보다청소년에가깝지않은가?=청소년)다카시의시각으로느끼게해주는것이다.쇼와11년의가모우저택에서다카시는비참한결말로끝날전쟁을막기위해장문의유서를남기고자살하는전육군대장가모우?과그가족들진보적인사상을가진지식청년인아들다카유키,아름다운딸다마코와따뜻한품성의착한하녀후키,온가족을성심껏보살피는충실한가정부치에할머니,가모우대장의첩인기생출신의요염한마리에와마리에를이용해형의재산을가로채려는음모를꾸미는가모우대장의동생요시타카등을만나게된다.

이렇게만난한사람한사람이다들나름역사앞에서무력한인간이아니라일본이전쟁이지고폐허가된다는역사를알고있는다카시가설득해도아무도그시대의역사에서빠져나오거나달아나려하지않는다.오히려그시대의사람으로살려고마음먹고준비한시간이동자히라타뿐이아니라다카시가사랑하게된하녀후키도,그인생이화려하거나소박하거나와상관없이그역사의일부로삶을묵묵히,커다란역사속의자신이한낱이름없는인물,그저소모품에불과하게보일지라도치열하게살아가는모습들이설득력이있고,잔잔한감동까지던져준다.역사란시간이동자들이아무리애를써도제흐름대로진행된다는것.시간이동자란단순한사실만임의적인수정(?)할정도의능력이나가진’가짜신’에불과할뿐이고,아무리잘못된일이라도막을수는없고,결코역사를뒤바꾸지는못하다는것도각인하게된다.

쇼와11년2월26일아이자와사건이란?

쇼와11년(1936년)의2·26사건은만주사변을시작으로대두했던일본군부의영향력이군사를막론하고정계와제계까지완벽히장악하게하는분기점이되는사건이다.이사건은무력을사용해원로중신을살해하면천황친정이실현되고부패가수습되리라믿었던청년장교들에의해실행된쿠데타였는데,결국실패로돌아가면서군의정치적개입이확대되는동시에대규모군비예산을통해’남방해양’으로의진출을허용하게된다.
이후일본은독일에접근하여파시즘진영을이루면서이후1937년중일전쟁,1941년태평양전쟁이이어지고,1945년히로시마와나가사키에원폭을맞은뒤패망에이르기까지자국민과아시아의여러나라들에막대한피해와고통을주게된다.

우리는역사를어떻게대할것인가?

사실나도일본의근대사에대해선무지한편이라,이책을읽기전에는아이자와사건이그렇게중요한건지도몰랐었다.솔직히일본역사에대해서우리나라와연관된부분들만간신히알고있는정도이다.게다가이사건이일어난1936년이란우리나라가한참일제의통치하에있던때라,위에간략하게옮겨본대로소설의첫페이지에실린역사적인상황설명을읽는데..솔직히거부감부터느꼈었다.좀심한생각인지는모르겠지만,작가인미야베씨조차도한국(조선)이란일본의부속국가정도로생각했던지(?)한사람의조선인도등장을안한다.물론이이야기에조선인이등장해야할필요성이랄지,절대적인요소는하나도없다.오로지20세기초반일본군부의내분이역사에어떻게영향을미쳤는가하는걸잘정리된픽션화시켜서보여주는것.그래서다카시또래의요즘일본청년들이학교에서조차얼버무리고넘어가는자국의근대사를쉽게이해할수있도록재미있게또부드럽게이야기를끌고나간것이다.그런데역시조금서운하다.이야기의말미에서조선전쟁덕에일본이재기의기회를잡았다란말이나오는데,난그야말로말로울컥했다.’미야베씨,조선전쟁이아니라한국전쟁입니다.’어째서번역자는조선이란단어를그대로직역해버린것일까?

어쩌면이아이자와사건을미연에막을수있었다면일본이군부독재와태평양전쟁,결정적인원폭피해의참상에서도벗어날수있었을거라는작가의단순한바램이이소설을쓰게한건지도모르겠다.역사의잘못된부분을바로잡고싶은것.우리도마찬가지가아닐까?내가시간이동을해서1910년대로돌아간다면대원군의쇄국정치를막고,나라를개방하고,군사력을강화시켜일본의속국이되는치욕의역사를지울수있을것인가?역사는한사람의힘으로는어쩌지못하겠지만,때론심하게차라리이조가일찌감치멸망했었다면,이조의선비들이아니라보다적극적인사고를가진뛰어난무인들이많이나와서우리가더강해질수도있었지않았을까?하는속수무책의망상까지떠오른다.

그래도일단읽기시작하자독자들을정신없이빠져들게하는게미야베여사의역량이다.우리에게도우리청소년들에게도우리역사,특히근대사를소재로이런재미난읽을거리(무엇보다도자라는청소년들을위해서)가꼭필요하다고느꼈다.그야말로우리역사(근대사)를재미있고쉽게통찰하게하는혜안을주는작가가나와주었으면하는바램이다.

"우리인간은역사의흐름에있어단지부품이라는거지.대체가능한부품일따름이야.부품이어떻게되든역사에는의미가없다고,역사는자신이가고싶어하는방향으로흘러갈뿐이야."

-히라타가다카시에게1권202쪽

"그런데말이야,전쟁자체가목적일수는없단말일세.전쟁이란일종의외교수단아니겠나?제대로된목적과미래에대한전망이있어야지전쟁도의미가있는걸세.그러나작금의군인은의미따위전혀모르고있어.요시타가씨가그랬지.군인은주먹만휘두르는바보라고.나름이치에맞는얘기라생각하네."의사는쓴웃음을지었다.

-가쓰라기의사2권143쪽

이나라는한번망한다.당신들이지금살아가는이’나라’는망한다.나라가망해가는길에당신들모두동행하게된다.거기서웃고있는당신도.코트옷깃을세우는당신도,보도에선사람에게웃는군인도,전차위의군인도모두함께데리고가버린다.그무엇이끝나지않았다.이제시작이다.지금은끝의시작이다.그런데왜들웃고들있지?왜아무도화를안내지?무섭지않아?왜아무도나서지않는걸까.이건잘못됐다고,우린죽고싶지않다고.왜말리지않는가.

-쇼와11년의도쿄거리반란군이진압된상황의모습을보는다카시의절규.2권236쪽

<가모우저택사건>의진짜주인공은청년이아닌’역사’다.이작품은역사적사건을정교하게그리면서,역사란무엇이며역사를평가하는행위에어떤의미가있는지를묻고있다.─세키가와나쓰오(문학평론가)

*뱀발-앗,히가시노게이고의’용의자X의헌신’이어제개봉되었는데..사실이책을먼저읽고싶어서,또이웃인데레사님이그렇게재미있다고적극추천하시기도했는데..과천의두도서관을다뛰어다녀도서가에게이고의이소설은안보인다.하는수없이이번엔영화부터봐야할것같다.

*또뱀발-여기사진은정보과학도서관에서구닥다리후지디카로찍어둔것입니다.

가모우저택사건1 저자 미야베미유키 출판사 도서출판북스피어(2008년06월18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가모우저택사건2 저자 미야베미유키 출판사 도서출판북스피어(2008년06월18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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