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촌에서-김유경/글,하지권/사진민음인(2009,12)
*사진의배경은리모델링한과천정보과학도서관열람실
추운연초에이책을읽었다.책은북촌한옥마을을시작으로종로-광화문에이르는서울성곽안곳곳의고택들과서울사람들이살아가는모습과역사적인부분까지를취재해정리한데다이런풍경들을담은사진들이많아제법두께가나가긴하지만,그보다는몇줄읽고는사진을한참들여다보며생각에잠기고,우리문화유산의현상태를생각하며답답해하고잃어버린소중한문화유산들을아쉬워하며서글퍼지기도하고…여러생각이뒤섞인다.
이렇게읽어나가다보니생각보다읽는데시간이걸렸다.
*내짐작에는이사진을책표지용으로찍었던게아닌가싶다.안표지가되긴했지만,바짝이마를맞대고있는북촌의눈쌓인지붕들이세월을그대로전해주는것같다.
아쉬운점부터이야기하자.이런책은20~30년전쯤에나왔어야하고,아무리못해도10년전에는나와줬어야했는데..길을넓히고,낡은한옥들을정비한답시고똑같은기와에똑같은색으로옷을입힌국적불명의유령한옥,촌스럽게일괄적으로세트장처럼꾸며진한옥촌이되어버린걸생각하면그렇다.재동헌법재판소앞길은그오래된건축물들을허물고굳이길을넓히지않았어도되었는데..그당시서울시에자문을한역사학자들이도대체누구시길래전부다고택들을허물고개발해야한다고건의했단말인지?그럴수가있나!싶다.
물론이제라도대중에게쉽게읽힐수있는이런책이나와준것이고맙기도하다.저자김유경씨는오랜기간경향신문문화부기자-문화부장을지냈다니,어느공연장에선가는분명나와도옷깃을스쳐간분이겠구나!싶고,이작은땅소중한우리의고도서울엔서울을진정사랑하고서울이가진문화적가치를소중히생각하는이런이들이많았으면,바라는마음이크다.
’20년의취재,5년간의저술’책홍보뒷표지에써있는대로이렇게서울의역사적이고문화적인일면을세세히담으려면그정도의시간은걸렸겠구나싶기도하다.
정성들여만든꼼꼼한책,기자출신인저자김유경씨는내가피상적으로알고감각으로만느끼던북촌의모습을세세히이야기해준다.역사와사람과과거와현재가공존하는곳,서울아니한국의얼굴이라할수있는북촌을저자의세밀한설명을들어가며걷고있는기분을느꼈다.
..어떤집에서도겪어보지못했던,잊을수없는한옥의한장면이기억난다.판소리명창고김소희선생이살아계실때화동작은한옥에가끔손님이모이면,즉석에서’뚱땅!’가야금,거문고산조가나오고무용가의살풀이가벌어졌다.이매방씨는한다리를장고허리에올린채설장고를쳤다.흥이무르녹았다.김소희여사가사석에서부르는노래중에는슈베르트의’아베마리아’도있었는데정말좋았다.부엌에서는금방부친호박전을빗속을뚫고갖다주었다.음식이야기가나오면표현도멋있어서"소금을첫눈내린듯살짝뿌려절였다가"전을부치는김소희선생의설명이그러했다.-44쪽
..너희들눈에깨끗하고멋지게보이는게쓰레기였다는건서울서70년정도더살면알게될거다.-103쪽
원서동공간사랑이야기도나오는데,나도한참공간사랑으로여러공연보러다니던일생각난다.김덕수사물놀이패나공옥진씨병신춤을접한곳도공간사랑,이작은소극장이었다.공간건물의한면이열려있는지하커피숍이얼마나좋았던지..공연이아니라차마시러도더러들렸었다.오태석씨일인극을보는내뒷자리에윤소정씨도앉아있었던일기억난다.사실윤소정씨가온건몰랐는데,연기중인오태석씨가연기를하다말고,대뜸객석을향해"형님(오현경)은안오시고형수님만오셨어요?"한것.
보시다시피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야기도나온다.사진에실린돌로만든나한상과함에조각된모란무늬,극락가는배에매달린악착동자를만나러나도불교미술관에꼭가봐야겠다고생각했다.사실이책을읽으면다소중한것들이라내가본것이든아니든책에실려있는것들을다시찾아보고싶어지고,더많이알고싶어진다.
조선미술애호가이자소장가였던일본인야나기씨(한국이름유종열)이야기도나온다.나도오래전에이야나기씨책을읽고감동받았던기억이있다.내가가진책은박물관대학을다니며한참이런종류의책들을찾아읽을때산것으로일신서적공사에서1985년에낸것이다.이야나기씨의저서는몇권이나출판되어있고최근에다시신구출판사에서도나온것도있다니찾아볼생각.야나기씨의수집품가운데저자김유경씨가감탄해마지않았던이약사여래상은너무나인간적인모습이라정말이지김유경씨말대로이런보물은우리나라제장소에두고보고싶다.보면볼수록인간적이고한국적인부처님상.
*우리나라최초의토종한글디자인’우’글자와우정총국을이끈세관료홍영식,민상호,장화식
책을읽다보면우리의많은유물들이그행적도묘연하거나정리되지않은채로개인적인창고에방치되어있다는걸알게되는데,정말안타깝다.개혁과보수로구한말의피바람속에만들어진우정국의역사조차여지껏제대로정리가안된상태라니도대체우리나라체신부는뭘하는걸까?내가과천향교라는작은공간에서도속이타는아쉬움을많이느꼈었는데,성균관의모습도문닫아걸은이제는기능을상실한죽은공간으로남겨두지는말았으면하는생각이다.김유경씨말마따나성균관을국제학술회의장으로활용할수는없는것일까?정말뜻깊고멋진회의장이될텐데..
서울의성곽은많은부분이끊기고성곽에이르는길도유실되고했지만,최근에이성들의보수가꾸준이이뤄지고있다한다.서울사람들의서울성돌이풍습이되살아나고,유실된성곽도다보수가되어성돌이의즐거움과멋을서울시민누구라도맛볼수있게되길바래본다.성밖의멀리경기도에사는나도!
또책속에는세종문화회관에대해한장을할애세종문화회관에얽힌이야기와아쉬움들을이야기하고있다.건축가권덕문이디자인한세종문화회관건물이얼마나멋진건축물인지,나도대극장보다는여기소극장을참좋아했었다.들어가는입구부터구름다리같이생긴계단을활홀하게꺽어올라가던일이아득한옛날처럼느껴진다.여기서현대무용가인남자친구는춤을추었고,덕택에이정희교수의살풀이시리즈를열심히관람한일,유럽영화제의열기로가득찼던곳,또대극장은시립무용단수석무용수인아는이덕에새작품이오를때마다의무적(?)으로출입했던곳이다.이곳도보수증축하면서원래건물의아름다움을다잃어버렸다고아쉬워한다.대극장의화가권옥연선생님이직접그린커텐막은어디로간것일까?이책에서빠진부분이신당동쪽주택인데,물론북촌도아니고한옥도아닌,오래된양옥집이지만,권옥연선생님댁은아주인상적인곳이다.이집담장이지금롯데백화점자리에있던(구)한국은행건물을허물때그담을통째로사들여다옮긴것이라고들었는데..그오래된담장에다현관으로들어가면바로다듬이돌이턱하니놓여있던곳.수십년은넘은낡은가구에빳빳하게풀먹인덮개들을씌워놓은긴유리창이달린거실,그러면서따끈한한식구들목이같이있던곳이라이집아랫목서동그란소반에차려준따뜻한밥먹던일이그렇게인상적이었는데..
이책,이런책은적어도20~30년전에씌여졌어야한다.참으로한탄스럽지만,개발이란미명하에우리는소중한것들을많이잃었다.지금도잃어가고있는중이다.광화문광장을보고와서도며칠얼마나속이쓰라렸던지..광장의한기가느껴진다.굽은길초라하지만시간과사람의오랜역사가묻혀있는골목과집들을소중하게지켜줄수는없는것일까?우리건축가나정치가중에는우리것을지키고자노력한이들이그렇게도없었단말인가.
많은이들이특히나어린학생들과자라는세대들이이책을읽고서울의굴곡진역사,낡고소소하지만소중하고아름다운유물들을사랑하는마음을지니길바래본다.
아쉬운점은책의마지막이정리되는문장이없이국사당이야기로툭끝난다는것이다.왜그랬을까?아마도이야기거리가다방면에걸친책을편집하다보니어느부분과순서를뒤바꾼것같기도하고,아니면저자인김유경씨에겐아직서울에대해할이야기가남은탓에마무리를미룬것일까?..내짐작은후자일것같다!
서울,북촌에서
저자
김유경
출판사
민음인(2009년11월02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역사와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