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원작에비해실망스럽지만꼭보시라고권하고싶은영화-더로드

며칠전드디어영화<더로드>를봤다.작년에이책을읽고한동안책이주는강렬함은충격적이었다.아니지금이순간도책의강렬함은사라지지않고있다.영화를보고나서는더그런것도같다.

독서란지극히주관적이고개인적이며은밀한쾌락이다.그다양한독자들의기호들을어느정도만족시키느냐는문제겠지만,나자신만해도원작에대한내생각에빠져영화화된화면을보며실망스러웠던일이한두번이아니다.그래도영화가만들어지고있단말에영화를보고나서리뷰를써야지하고미뤄뒀는데..

영화는,솔직히실망스럽다.완전히실망스러운건아니고,원작의이미지화에는성공을한것같은데..존힐콧이란호주출신의감독은원작의무게에눌려버린것일까?책을그대로화면속에옮기기에만정신을쏟은모양이다.난이영화를보러가면서그전에인터넷을통해스틸몇장본것만으로지나친기대를했었나보다.비고모르텐슨이란배우도좋고,이미지가원작과비슷하게만들어졌겠구나,최소한헐리우드식의요란한스펙타클영화는아니겠구나싶었는데..

같은작가코맥맥카시의원작으로먼저영화화된<노인들을위한나라는없다>란영화를보고는참인간이란이렇게악한존재인가?우리가사는세상이이렇게암울한단말인가?그래도매끄럽게그러면서책이주는무게감을살짝덜어내면서만들어진영화<노인들을위한나라는없다>와비교하면이영화는영화로선실패작이다.그러나작가의입장에서본다면?코엔형제의능숙한솜씨로꾸려진영화보다는원작의분위기를최대한살리려고노력한이영화가나을것도같다는생각이들었다.원작을영화화시키는일은너무나쉽게자주이뤄지지만가장어렵기도한일이다.아무리잘만든영화라해도원작이갖는각개인의상상력을다포용하기가어렵다.오래전에테오앙겔풀로스감독의영화<안개속의풍경>을봤을때같은그런감동그런흐름을기대하고간것이내착오였을까?

더로드(2009)

존힐콧감독

비고모르텐슨,샤를리즈테론,로버트듀발,가이피어스,코디스미트맥피출연

만약에책을안읽은사람이라면조금지루할수도있지만,다른한편으로오히려영화의분위기에무방비상태로몰입할수도있을것같다.지구에큰재난이닥쳐영웅들이활약하고온갖액션과상상력이동원된만화같은재난영화는극장에자주걸리고케이블에서도종일보여주니많이들보셨을것이다.그런것과다르게별다른액션없이여기지성인이자나약한=결코영웅이될수없는평범한세상의우리들이웃같은사람인아버지와아들이황폐한세상을한발한발힘겹게걷는다.재앙으로자연이오염되어더이상먹을것이없는세상,곡물이자라지못하고,물이오염된세상에문명은오직잿빛흔적으로만남아있다.통조림을제외하면살아있는먹이(생명)는인간뿐이다.아버지와아들은다른인간의먹이가되지않기위해끊임없이인간들로부터도망친다.추위와굶주림과싸우며길을걸어가는두부자의목적지는따뜻한남쪽.방수포와담요,물,통조림을실은카트,그리고라이터와총이그들이가진것의전부다.

영화<반지의제왕>의아라곤,비고모르텐슨이이아들을지극히사랑하는남자(아버지)역이고,샤를리즈테론이황폐해진환경에절망해먼저자살해버린엄마역이다.소년(아들)로는코디스미트맥피란어린배우가나온다.샤를리즈테론의친자식이라고해도믿을정도로닮았다.소년의연기는그선한캐릭터때문인지그렇게인상적이지는않다.그래도식인으로삶을유지하는폭력적인집단들외엔등장인물도별로없고,액션다운액션도별로없고,황량하기그지없는풍경속에서등장하는이어린아이란존재자체가바로관객의눈에보이는유일한선이자아름다움이고,미래이다.

먹을것을찾아빈집마다뒤지고다니다우연히발견한캔한통,아들에게음료수를맛보게할수있어행복한아버지,’아빠,톡쏘는것같아.""그렇지.."그런데이아이는그귀한음료수를아버지에게나눠마시자고내민다.천사가따로없다.나한모금아빠한모금이다.인간에게있어서어떤세상이와도지켜야할선이란어떤것인가?생각하게만드는,아니알고있었다해도다시깨닫게해주는이런장면하나만봐도이영화는볼가치가있는영화이다.

두부자가길에서만난사람중에유일하게인간이길잊지않은사람이었던노인역을로버트듀발이했다.개인적으론오랜만에보는로버트듀발의출연이아주반가웠다.

어쩌라는거냐?

그냥도와줘요,아빠.그냥도와줘요.

남자는길을보았다.

그냥배가고픈거예요,아빠.죽을거예요.

어차피죽을거야.

너무무서워했어요,아빠.

남자는쭈그리고앉아소년을보았다.나도무서워,알아?나도무섭단말이야.

소년은대답하지않았다.그냥앉아서고개를주억거리며흐느낄뿐이었다.

네가모든일을걱정해야하는존재라도되는것처럼굴지마.

소년이뭐라고말을했지만무슨말인지알아들을수가없었다.뭐라고?

소년이고개를들었다.눈물에젖은더러운얼굴.그렇다고요,제가그런존재라고요.

그작은아이기억나요,아빠?

그래.기억나.

그아이괜찮을까요?

응,그럼.괜찮을거야.

길을잃었던걸까요?

아니.길을잃었던것같지는않아.

길을잃었던걸까봐걱정이돼요.

괜찮을거야.

하지만길을잃으면누가찾아주죠?누가그아이를찾아요?

선(善)이꼬마를찾을거야.언제나그랬어.앞으로도그럴거고.

..그날밤소년은아버지가까이에서자며아버지를끌어안았다.하지만아침에일어났을때아버지는차갑고뻣뻣했다.소년은오랫동안울다가일어서서숲을헤치고길로걸어갔다소년은돌아와서아버지옆에무릎을꿇더니차가운손을잡고아버지이름을연거퍼불렀다.

신(神)조차얼씬거리지않는인류의마지막풍경속에서아버지는결국길위에서죽지만,소년과관객은실낱같은작은구원의빛을만난다.혼자가된어린아들을거둬주는남자(가이피어스)가나타나는것이다.

..한때산의냇물에송어가있었다.송어가호박빛물속에서서있는것도볼수있었다.지느러미의하얀가장자리가흐르는물에부드럽게잔물결을일으켰다.손에잡으면이끼냄새가났다.근육질에윤기가흘러비트는힘이엄청났다.등에는벌레먹은자국같은문장이있었다.생성되어가는세계의지도였다.지도와미로.되돌릴수없는것.송어가사는깊은골짜기에는모든것이인간보다오래되었으며,그들은콧노래로신비를흥얼거렸다.

-소설에서유일하게서정적인문장이자이야기를맺는마지막문장인데,이마무리가없었다면이끔찍한이야기가이렇게감동적으로읽힐수가있었을까?..싶었던,끝귀절.

“피범벅이되지않은삶이란건존재하지않는다.인간이라는종이어떤식으로든진보할수있다는인식,모두가조화를이루며살수있다는생각은정말위험하다.이같은생각에사로잡힌이들이야말로자신들의영혼과자유를가장빨리포기하는사람들이다.그들은노예가되거나얼간이가된다.”-코맥매카시

여기털모자를쓴이가감독인존힐콧

잘만들었음에도이영화가왜실패작이되었는가?생각하니가장큰원인이편집의문제같다.중간중간보석같은장면들이보임에도불구하고,코맥맥카시의선문답투의짤막하게생략된문장으로도확실하게느낀소름끼치는긴장감이영화에선안느껴진다.이긴장감이약하기때문에결국관객의감동을이끌어내는데실패한것같다.이런단점이있긴하지만모처럼보는성실하게만든영화이고관객에게생각할거리를던져주는영화이기때문에다들꼭보시라고권한다.

코맥매카시

1933년7월20일미국로드아일랜드출생

1965년소설’과수원지기’로데뷰,2007년’더로드’로퓰리처상수상

‘J.D.샐린저이후가장유명한은둔작가’라고도불리우는문단이나대중앞에모습을드러내기싫어하는은둔작가이다.현존하는가장위대한(?)작가중의한사람이기도한코맥매카시는1933년에태어났으니,현재76살이다.원래이름은찰스주니어매카시,그러나나중에게일어로‘찰스’를읽는명칭인‘코맥’으로이름을바꿨다.“수많은하녀들이바삐움직이는크고하얀집"에서유복하게자랐다.어린시절그는내내변호사아버지의권위와그리고학교제도와불화했다.“나는부모님이원하던그런애가아니었다.내가존경받는시민이되지못할거라는걸일찍부터깨달았다.학교에발을들인순간부터학교를증오했다.”테네시대학을그만두고1953년공군에입대하여아무런할일이없는알래스카에배치된매카시는그때처음으로독서를시작했다.그는1959년대형마트에서파트타임으로일하면서본격적으로소설을쓰기시작했다.“내능력에대해선일말의의심도없었다.내가글을쓸수있다는건알고있었다.단지글쓰기로어떻게먹고살지만알아내면되었다.”

‘혹독하고잔인하고아름답고혐오스럽고서정적인모든것이다녹아있는무시무시한소설!’

-내가책<로드>에대한감상을한줄로적자면이렇다.

로드(양장) 저자 코맥매카시(CormacMcCarthy) 출판사 문학동네(2008년06월1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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