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공원에선 무슨 일이?

이런아름답지않은사진올리기는싫은데..어제아침나나랑집앞공원으로지하수를받으러갔다가이런풍경을보고놀랐다.회양목울타리위에왠부서진가구들과패트병이!

공원안이지저분하기가그지없다.바닥에보이는수많은담배꽁초들은말할것도없이,공원안이온통쓰레기천지이다.분명청소년들이놀다간자리같은데..지금이2월,한참졸업시즌이란건안다.아이들은졸업을규율에서해방되는일로여긴다.물론내청소년기를되짚어아이들이느끼는해방감도이해하기는하지만,쓰레기장으로변해버린공원안을보니어이가없다.

이덤불이나나가날따라와사람들눈을피해이하녀옴마를기다리는곳인데,그리고잠시바닥에서몸굴리기도하고노는곳인데,이한심한꼴을보고놀라서덤불안의나나를불러낼생각도못했다.덤불위에부서진의자와바닥의수많은담배꽁초와빈음료수병과술병들,그래도누군가는대강이라도쓰레기를모아놓기는했지만,..더어이없는건화단벽돌담위에젖은속옷까지버려져있는것(사이즈가작은남학생용팬티와양말).날이풀리긴했어도여전히겨울인데,속옷이랑양말까지벗어던져놓고간건왜그랬을까?그리고여기는작은공원겸놀이터라저녁시간이면어린아이들이나와서모래장난하며노는곳인데..어린이들이이런광경을볼까봐걱정이되고,

"얘들아,도대체공원에서뭘한거니?"

갑자기내집앞이무서워진다.내가나나산책겸지하수받으러가는시간이한참인근중학교와초등학교아이들이등교하는시간(오전7시~8시)이다.아침8시이전에는일찍등교하는중학생들이지나간다.한참사춘기인중학생들이거나수능과대입시험이끝난고등학생들이놀고간흔적이란게내짐작이지만,아이들이저질러놓은것때문에내가다른아이들보기가부끄럽단생각이든다.등교하는아이들이보지않도록막아서고싶은이기분.물론이런건시에다알리는것이우선이겠지만,우리동네뿐아니라지금어느동네든지공원,놀이터주변에서는이런비슷한일들이벌어지고있을것같아,걱정이되는것이다.

여름부터가을철에는이공원과중앙공원정자에서노숙을하는청소년들도보았다.어른들이지나가건말건잠자고있는아이들,이아이들을돌보기위해<굴다리공동체>란걸만들었고,자선공연을열어후원금모은걸로가출청소년을위한방도얻었는데..이렇게공원에서야단스럽게놀고간아이들이다가출청소년은아닐것이다.분명어느가정에서나사랑받는보통의청소년들이겠지.부모님들이모르는-아니알고싶어하지않는아이들의솔직한모습.밤늦은시간엔이앞을지나지말아야겠다는생각이들면서,한편으론이렇게밖에해방감을표현할수없는아이들을생각하니답답해진다.그리고이젠나도즐겨보는’스킨스'(영국브리스톨의아이들의실태를적나라하게다룬미드)의자극적인청소년들의모습이남의나라일만이아니란사실이더걱정스럽다.

‘스킨스’에서는한없이방종하기만한영국의청소년들이,실제론지금영국에연수를가있는친구딸이야기론수업준비를안해가면수업을아예들을수도없고,책값이비싸책을도서관에서빌려야하는데,영국대학의도서관은대출받으려는학생들이너무많기때문에학생들에게대출을안해준단다.도서관안에서읽을수만있단다.그러니대부분의시간을도서관에서책읽기(마키아벨리의군주론)를하느라바빠엄마나친구들한테전화를하거나메일쓸여유도없단다.실제론영국에서도공부하는학생들은이렇게열심인것이다.

분명,이공원가까이에있는집들에선아이들이밤중에몰려와논다는걸알았을텐데..다들못본체한것일까?우리사회에서어른들의위신이떨어진지오래다.아니오히려불량스럽게보이는청소년들을무서워하는어른이많다.나부터도그러니까.한낮에도교복차림으로공원에서담배피우는어린여학생들과마주친적이있다.내가그앞에서서무슨말을해줘야하나궁리하며빤히지켜보는데도여학생들은시선조차돌릴생각을안했다.’아줌마가왜?’하는표정으로오히려날쏘아본다.결국내가포기하고말았던,그러면서나역시도참비겁한어른이란생각에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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