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를 걷는 사람

잔뜩흐린오후지나는차안에서한강다리위를걸어서지나는사람을봤다.’야,지금도한강다리를걸어서지나는사람도있구나!’새삼진기하게느껴진다.그러면서나도차에서내려걸어봤으면..하는기분도느꼈다.헌데이제는한강의저긴다리를걸어서넘을만큼의시간적여유나체력이나다부족한것같다.

사춘기시절에는집이후암동인친구와재잘재잘수다떠느라정신없이걸어서지나기도했고,친구랑남영동서실컷놀다가차비가떨어져하는수없이걸어서건너본적도있다.이건정말아마득한옛날이야기이고,마지막으로다리를걸었던건사귀던남자친구와헤어지고,엉엉울면서걸어집으로돌아왔던일.’이제그만만나자..’통고한건나인데,왜내가그렇게슬피울었을까?모든것이미지수,불확실성과혼돈이었던젊음이,내가알수없는내마음의변덕이눈물로터져나왔던것같다.그날난이다리에다이별이란말을던지고지나왔다.

저여자분은어떤이유에서다리를혼자걸어가는것일까?단순히건강을위해일부러걷는건지도모르겠다.어떤이유에서건걷는다는것.운전을하거나,혼잡한지하철을타거나버스속에선하기힘든,걷는사람만의리듬이있다.그리듬에는현재의자신을되돌아볼수있는여유도있다.걷는자만이가질수있는특권같다.모든것이빨리빨리진행되어야만하는초스피드시대에저렇게착실하게한걸음한걸음옮겨가며걷는모습이내시야에느낌표처럼찍혔다.모르는이에게서또배운다.내삶의속도가어때야하는가를.

이렇게걷는사람을보니빔벤더스감독의영화<파리텍사스>의한장면도생각난다.다리위에서알수없는이야기를외치며걷던남자.영화줄거리와는아무상관없이툭끼어든이장면이오래도록내기억에남았다.현대인의소외감,소통의부재를상징적으로보여주는장면이기도하고,그텅빈다리위의공간만큼이나황망한고독이.그러면서빔벤더스감독특유의길위에서우연히이뤄지는서정성과철학적인면을공유한상징도인상적이어서지금도’파리텍사스’하면바로이장면부터떠오른다.

어느흐린날이거나나도마음먹고다리위를걸어봐야지.오래되어지워지거나망가진꿈들이내발걸음만큼이나확실하게또박또박떠오를지도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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