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참진기한광경을많이본다.엊그제에도눈이내리더니어젯밤내리는눈또한장관이었다.진눈깨비란말이있고,이제하선생님이쓴’진눈깨비결혼’이란소설도생각나고,그야말로눈은펄펄내리는데,물이되어금새녹으니,비같은진눈깨비가날렸었다.어젯밤난공연히진눈깨비맞으며동네를한바퀴돌았다.디카는젖을까봐내버려둔채,오롯이진눈깨비만즐기다들어왔는데..
질척거려도이런느낌언제또맛보랴?싶었던것.
오늘아침밖을내다보니맑은하늘아래눈들이슬슬녹고있다.
아,그렇구나!이래서’봄눈녹듯이’란표현이딱이로구나!하는생각이든다.
매사어려운일,난감한일이,지나친오해나미움이봄눈녹듯이풀린다면얼마나좋을까.
우리조상들이중국이라는거대한대륙끝에매달려늘억눌려살아온탓일까?
요즘처럼목소리들이강하고명분도강한때가없었던것같다.우리의역사의앞뒤를살펴보아도늘당파싸움이란말이목에칵걸리는나인데,당파(사상과학연)에다지역차별의대립이질척거리는눈발처럼분분한데,혹자는이것도일제강점기에형성된차별주의란말도하던데..
그럴까?어느편이되었건내세우는명분이야늘뚜렷하지만,그명분이란것도한꺼풀벗겨내면그속에남는것은결국’내가옳고,내가강하다’는이기심뿐이다.
새잎사이로눈이녹는광경이얼마나어여쁜가!촉촉하게녹아내리는봄눈을보면서다들이렇게살면좋겠다.아무리복잡한사안이라도봄눈녹듯이,눈이녹아대지를촉촉하게적셔주고,그래서새생명이충분한수분으로맘껏싹이트는자연의지혜로움을배웠으면싶다.
내마음속에도혹시라도이웃에대해미운감정,친구에게서운한마음,삶에대한치졸한고집같은것들이남아있다면(아니사실내게도많다.)..세상모든갈등이봄눈녹듯이..이봄눈처럼슬그머니녹아내리라고,봄눈에게서배운다.
울집마당의동백나무는이렇게여직도봉오리만매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