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5월3일레스터시핸박사의일기
오랫동안나는그섬을본적이없다.마지막으로본것은위험을무릅쓰고외항까지나간친구의배에서였는데,고리처럼둥글게늘어선바위들너머로여름안개에둘러싸여누가하늘에아무렇게나발라놓은페인트자국처럼보이던그섬을멀리서볼수있었다.
이렇게시작하는소설<살인자들의섬>
연방보안관인테디와척이극도의정신병을앓는범죄자들만을수용한섬’셔터아일랜드’로향하는배에서이야기는시작되는데,계속되는배멀미에시달리는테디는뱃사람으로바다에서실종된아버지를두었지만,배에오르기만하면뱃멀미를하는자신이형편없는뱃사람이란자조감을강조한다.
이테디와척은무인고도나다름없는(민간인은한명도없고,섬전체가감옥이자정신병원이니까)탈출이불가능한섬에서실종된여자환자이자죄수-자신의아이들셋을살해한레이첼솔란도사건을수사하기위해섬을찾는데,섬은폭풍으로외부와의연결이단절되어버리고,상황은추리소설의한전형인’밀실트릭’을보여준다.이밀실트릭이란것은’노란방의비밀’이나,유명한아가사크리스티의’오리엔트특급열차살인사건’을떠올리면되는데사건현장이외부로부터단절되거나밀폐된장소인경우를일컫는다.
폭풍에휩싸인음산한섬에극악한정신병자들과그정신병자들만큼이나괴팍하게느껴지는원장콜리박사,다카우강제수용소에서생체실험을했던걸로짐작되는네이링박사,테디의끔찍한두통과무시무시한섬의분위기.폭풍은정전을일으켜정신병동전체가치안이무력화되어버린다.당연히정신병을앓는살인자들이날뛰는무시무시한상황이고,테디의조사로는섬의병원에서는경안와전두엽절제술(눈을통해송곳을넣어뇌를일부를절단하는수술-정신병치료의초기에실행되어논란이되었던,)를불법으로행하고있다는정보와함께병원의비리를파헤치려하는자신과동료척도그수술의희생자가될지도모른다는공포감이소설전체를촘촘하게둘러싸고있다.
고전,고딕,르와르소설에대한오마쥬<살인자들의섬>
이소설을다시읽으면서느낀점은책전체를싸고있는분위기만보자면에밀리브론테의<폭풍의언덕>부터떠올랐다.<폭풍의언덕>에서의폭풍이몰아치는장면과’히스클리프’와같은비정상적인(굴절된성격을가진)주인공,또다른브론테자매의<제인에어>에서읽는재미를만끽하게했던스릴러적인요소등고전소설의분위기를많이느꼈는데,작가데니스루헤인의인터뷰를통해확실히알게됐다.
“브론테자매의소설과돈시겔의<신체강탈자의침입>이뒤섞인소설을쓰고싶었다.”
“사회의현실을소설적으로파고들면그끝에범죄소설이있다.진심으로그렇게믿고있다.미국의급소에대해쓰고싶다면,아무도보고싶어하지않는미국의다른얼굴에대해쓰고싶다면,범죄소설에관심을갖게되어있다.”
“범죄소설작가로한정지어나를표현하는데불만은없다.하지만나는도시의현실에관한소설을쓴다.챈들러와해밋의전통을따르는동시에윌리엄케네디(‘내가너를사랑한도시원제-Ironweed’로1984년퓰리처상수상)나피트덱스터(<멀홀랜드폴스>)의전통도따르고있다.”
작가데니스루헤인이이책<살인자들의섬>을출간한직후가진기자회견에서이야기한내용들인데,그가지향하고자하는스타일이어떤건지확실하게보여준다.한마디로사회의현실적인문제들을범죄소설형식을빌려쓰겠다는이야기이다.내가좋아하는데니스루헤인이있고,별관심없어하는데니스루헤인이있다.내가좋아하는데니스루헤인은<미스틱리버>와<살인자들의섬><코로나도>의작가이고,내가관심없어하는데니스루헤인은<전쟁전한잔>,<가라,아이야,가라><비를부르는기도>등의보스턴의남녀사립탐정콤비패트릭켄지와앤지제나로=‘켄지&제나로’시리즈를쓴데니스루헤인이다.물론이것들도나쁘지는않다.충분히재미는있다.그래도이시리즈들은본격적인범죄소설의유형에들지만,<미스틱리버>와<살인자들의섬>은추리형식을지닌순수소설에가깝다.어떤사회적인현상을정통적인소설로만쓴다면읽기에훨부담스러울것이다.여기에범죄소설적인형식을빌리면작가가사회의제문제들을해석하는시각을재미있게읽을수가있는것이다.
-그리고사실내가가장좋아하는작품은희곡으로발표한<코로나도>이다.이책은정말멋지다!데니스루헤인이란작가가범죄소설만쓰는작가가아니라진짜작가라고느끼게해준책으로난이<코로나도>를읽고는데니스루헤인에게홀딱반했다.
<살인자들의섬>이야기로되돌아오자.폭풍으로고립된섬,그것도정신병적인살인마들과냉정한의료진들과정신병자수준인교도소장이있는섬에서베테랑수사관인테디는진실을찾고,섬을탈출하기위해악전고투를한다.하지만결국실패하고,아니면인간적인면에서먼저붙잡힌동료척을내버려두고갈수없다는도덕적인결론으로탈출의실패를자초하고맞닥뜨린결론은독자의시각을단숨에뒤집어놓는다.추리물을좋아하는분이라면이책은꼭읽어보시라고권하고싶다.영화를본사람들의평들도마찬가지다.영화를보고나니책이궁금해졌다고한다.책정말재미있다.책의앞부분은진도가잘안나간다.하지만중반정도읽으면그때부터는정신없이몰두하게될것이다.
작가데니스루헤인은플로리다대학원시절,미국현대단편문학의거장레이먼드카버등을사숙(私淑)하며작가로서꿈을키웠다.그러나1990년초까지만해도석사학위를소지한작가지망생이보스턴에서할수있는일은별로없었기때문에,그는리츠칼튼호텔의주차요원으로서일을하며틈틈이글을쓰기시작했다.
넉넉하지못한환경에서도그가오랜시간의준비를거쳐1994년에발표한첫작품『전쟁전한잔』은그에게‘셰이머스상’의영애를안겨주었고,이후『어둠아,내손을잡아』,『신성』,『가라,아이야,가라』,그리고『비를부르는기도』등을연이어발표하면서평단의주목을끌었다.그의작품은,등장인물에대한심리학적통찰과멈추지않고발전해나가는플롯,그리고보스턴의어두운과거를훑어파헤치는예리한시선으로문학적으로높은평가를받고있다.데니스루헤인은올해초자신의주도로스티븐킹을비롯하여147명의미국유명작가들의반전서명을받아,《뉴욕타임스》의한면전체를미국정부에보내는반전서한으로작성하여광고형식으로내보내기도하는등미국내에서이라크전에대한반전목소리에큰역할을하고있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