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고전에 대한 오마쥬 – 살인자들의 섬

살인자들의섬(원제:SHUTTERISLAND)-데니스루헤인장편소설/김승옥옮김/황금가지

2003년출간,밀리언셀러클럽003

정말재미있다.이스릴넘치는이야기를오래전(2003년이니까,7년전)에읽고는어째그줄거리를다잊었던것일까?데니스루헤인의원작으로아카데미작품상을받았던’미스틱리버’부터떠오르는데,영화나소설이나그치밀한구성에혀를내두른다.데니스루헤인식의글쓰기.영화가곧개봉한다고해서부랴부랴책을다시찾아읽었다.(-영화는지난주개봉을했고,더러지루해하는이들도있지만,인상적인영화라는평이압도적이다.)그리고말그대로손에땀을쥐게하는책읽는재미에흠뻑빠졌다.

..1993년5월3일레스터시핸박사의일기

오랫동안나는그섬을본적이없다.마지막으로본것은위험을무릅쓰고외항까지나간친구의배에서였는데,고리처럼둥글게늘어선바위들너머로여름안개에둘러싸여누가하늘에아무렇게나발라놓은페인트자국처럼보이던그섬을멀리서볼수있었다.

이렇게시작하는소설<살인자들의섬>

연방보안관인테디와척이극도의정신병을앓는범죄자들만을수용한섬’셔터아일랜드’로향하는배에서이야기는시작되는데,계속되는배멀미에시달리는테디는뱃사람으로바다에서실종된아버지를두었지만,배에오르기만하면뱃멀미를하는자신이형편없는뱃사람이란자조감을강조한다.

이테디와척은무인고도나다름없는(민간인은한명도없고,섬전체가감옥이자정신병원이니까)탈출이불가능한섬에서실종된여자환자이자죄수-자신의아이들셋을살해한레이첼솔란도사건을수사하기위해섬을찾는데,섬은폭풍으로외부와의연결이단절되어버리고,상황은추리소설의한전형인’밀실트릭’을보여준다.이밀실트릭이란것은’노란방의비밀’이나,유명한아가사크리스티의’오리엔트특급열차살인사건’을떠올리면되는데사건현장이외부로부터단절되거나밀폐된장소인경우를일컫는다.

폭풍에휩싸인음산한섬에극악한정신병자들과그정신병자들만큼이나괴팍하게느껴지는원장콜리박사,다카우강제수용소에서생체실험을했던걸로짐작되는네이링박사,테디의끔찍한두통과무시무시한섬의분위기.폭풍은정전을일으켜정신병동전체가치안이무력화되어버린다.당연히정신병을앓는살인자들이날뛰는무시무시한상황이고,테디의조사로는섬의병원에서는경안와전두엽절제술(눈을통해송곳을넣어뇌를일부를절단하는수술-정신병치료의초기에실행되어논란이되었던,)를불법으로행하고있다는정보와함께병원의비리를파헤치려하는자신과동료척도그수술의희생자가될지도모른다는공포감이소설전체를촘촘하게둘러싸고있다.

고전,고딕,르와르소설에대한오마쥬<살인자들의섬>

이소설을다시읽으면서느낀점은책전체를싸고있는분위기만보자면에밀리브론테의<폭풍의언덕>부터떠올랐다.<폭풍의언덕>에서의폭풍이몰아치는장면과’히스클리프’와같은비정상적인(굴절된성격을가진)주인공,또다른브론테자매의<제인에어>에서읽는재미를만끽하게했던스릴러적인요소등고전소설의분위기를많이느꼈는데,작가데니스루헤인의인터뷰를통해확실히알게됐다.

“브론테자매의소설과돈시겔의<신체강탈자의침입>이뒤섞인소설을쓰고싶었다.”

“사회의현실을소설적으로파고들면그끝에범죄소설이있다.진심으로그렇게믿고있다.미국의급소에대해쓰고싶다면,아무도보고싶어하지않는미국의다른얼굴에대해쓰고싶다면,범죄소설에관심을갖게되어있다.”

“범죄소설작가로한정지어나를표현하는데불만은없다.하지만나는도시의현실에관한소설을쓴다.챈들러와해밋의전통을따르는동시에윌리엄케네디(‘내가너를사랑한도시원제-Ironweed’로1984년퓰리처상수상)나피트덱스터(<멀홀랜드폴스>)의전통도따르고있다.”

작가데니스루헤인이이책<살인자들의섬>을출간한직후가진기자회견에서이야기한내용들인데,그가지향하고자하는스타일이어떤건지확실하게보여준다.한마디로사회의현실적인문제들을범죄소설형식을빌려쓰겠다는이야기이다.내가좋아하는데니스루헤인이있고,별관심없어하는데니스루헤인이있다.내가좋아하는데니스루헤인은<미스틱리버>와<살인자들의섬><코로나도>의작가이고,내가관심없어하는데니스루헤인은<전쟁전한잔>,<가라,아이야,가라><비를부르는기도>등의보스턴의남녀사립탐정콤비패트릭켄지와앤지제나로=‘켄지&제나로’시리즈를쓴데니스루헤인이다.물론이것들도나쁘지는않다.충분히재미는있다.그래도이시리즈들은본격적인범죄소설의유형에들지만,<미스틱리버>와<살인자들의섬>은추리형식을지닌순수소설에가깝다.어떤사회적인현상을정통적인소설로만쓴다면읽기에훨부담스러울것이다.여기에범죄소설적인형식을빌리면작가가사회의제문제들을해석하는시각을재미있게읽을수가있는것이다.

-그리고사실내가가장좋아하는작품은희곡으로발표한<코로나도>이다.이책은정말멋지다!데니스루헤인이란작가가범죄소설만쓰는작가가아니라진짜작가라고느끼게해준책으로난이<코로나도>를읽고는데니스루헤인에게홀딱반했다.

<살인자들의섬>이야기로되돌아오자.폭풍으로고립된섬,그것도정신병적인살인마들과냉정한의료진들과정신병자수준인교도소장이있는섬에서베테랑수사관인테디는진실을찾고,섬을탈출하기위해악전고투를한다.하지만결국실패하고,아니면인간적인면에서먼저붙잡힌동료척을내버려두고갈수없다는도덕적인결론으로탈출의실패를자초하고맞닥뜨린결론은독자의시각을단숨에뒤집어놓는다.추리물을좋아하는분이라면이책은꼭읽어보시라고권하고싶다.영화를본사람들의평들도마찬가지다.영화를보고나니책이궁금해졌다고한다.책정말재미있다.책의앞부분은진도가잘안나간다.하지만중반정도읽으면그때부터는정신없이몰두하게될것이다.

테디는웃음을터뜨렸다.자신의웃음소리가밤공기에실려먼파도소리속으로사라지는것이느껴졌다.마치처음부터웃음소리가존재하지않았던것처럼,마치섬과바다와소금기가사람들이갖고있다고생각했던것들을가져가버린것처럼…..

103쪽첫째날

그래,사랑을한다는게이런거구나.이런생각이들었다.감정에논리같은건없었다.사실그는그녀를잘알지도못하는처지였다.그런데도감정은여전히존재했다.왠지태어나기도전부터알고있던여자를방금만난것같았다.그가감히받아들이지도못했던모든꿈들이현실로나타난것같았다.

돌로레스.그녀가이제택시의어둔운뒷좌석에앉아그를생각하며그가그녀를느끼듯이그를느끼고있었다.

돌로레스.

지금까지그가원했던모든것이이제이름을얻었다.

279쪽둘째날

안개가끼었음을알리는보스턴등대의경적소리가항구전체에신음하듯울려퍼졌다.테디가어렸을때헐에서매일밤듣던소리였다.그가알기에그보다더고독한소리는없었다.그소리를들으면물건이든,사람이든,베개든,아니면자기자신이라도끌어안고싶어졌다.

339쪽셋째날

모든죽은사람들과어쩌면죽었을지도모르는사람들이외투를집어들고있었다.

407쪽넷째날

콜리가자리에서일어섰다.지쳐서녹초가된것처럼보였다.더이상버틸수없을정도로피곤해하는것같았다.테디가한번도들어본적이없는쓸쓸한목소리로그가입을열었다.

"우리는희망을품었어.자네를구할수있을거라고.우리의명성이위험해지는것도무릅썼어.이제우리가환자한테화려하기짝이없는망상을실현하게했는데,그결과얻은것라고는…하지만보안관,언젠가,멀지않은미래에,우린바로인간의경험을약으로치료하게될거야.무슨소린지알겠나?"

466쪽넷째날

"난퇴행하지않을거요.내이름은앤드루레이디스고,난1952년봄에내아내돌로레스를죽였소……"

488쪽넷째날마지막부분.

*위에데니스루헤인이언급한윌리암케네디의1984년도퓰리처상수장작’내가너를사랑한도시원제-Ironweed’은’억새인간’이란제목으로오래전에출간이되었던것이고,영화화도되었다.책도영화도재미있고,인상적이다.잭니콜슨과메릴스트립이노숙자역을능숙하게해내었던영화도기억나는데책보다는조금덜인상적이었다.

데니스루헤인(DennisLehane)
작가데니스루헤인은플로리다대학원시절,미국현대단편문학의거장레이먼드카버등을사숙(私淑)하며작가로서꿈을키웠다.그러나1990년초까지만해도석사학위를소지한작가지망생이보스턴에서할수있는일은별로없었기때문에,그는리츠칼튼호텔의주차요원으로서일을하며틈틈이글을쓰기시작했다.
넉넉하지못한환경에서도그가오랜시간의준비를거쳐1994년에발표한첫작품『전쟁전한잔』은그에게‘셰이머스상’의영애를안겨주었고,이후『어둠아,내손을잡아』,『신성』,『가라,아이야,가라』,그리고『비를부르는기도』등을연이어발표하면서평단의주목을끌었다.그의작품은,등장인물에대한심리학적통찰과멈추지않고발전해나가는플롯,그리고보스턴의어두운과거를훑어파헤치는예리한시선으로문학적으로높은평가를받고있다.데니스루헤인은올해초자신의주도로스티븐킹을비롯하여147명의미국유명작가들의반전서명을받아,《뉴욕타임스》의한면전체를미국정부에보내는반전서한으로작성하여광고형식으로내보내기도하는등미국내에서이라크전에대한반전목소리에큰역할을하고있기도하다.

시리즈밖첫소설이었던<미스틱리버>와차기작<살인자들의섬>은비평,흥행,그리고영화화의모든면에서성공을거두었다.<미스틱리버>가비장르적인매력으로호평을받은직후그반대의소설을쓰고자했던그에게<살인자들의섬>의지향점은분명했다.고딕물과B급영화,펄프소설들에오마주를바치는,“브론테자매의소설과돈시겔의<신체강탈자의침입>이뒤섞인소설을쓰고싶었다”.이후그는희곡인<코로나도>를써2005년뉴욕무대에올렸고,하버드를비롯한몇몇대학에서문예창작강의를지도하기도했으며,<HBO>의TV드라마<더와이어>의각본을몇번쓰고카메오출연을하기도했다.자신의소설을시나리오화하는작업에는참여하지않았다.“내가낳은자식을수술하고싶지는않다”는이유였다.올2월에가진인터뷰에서데니스루헤인의차기작은‘켄지&제나로’시리즈가될것임을밝혔다.켄지와제나로가문을두드리기전까지억지로불러내지않겠다던루헤인이11년만에쓰는시리즈복귀작이다.

살인자들의섬 저자 데니스루헤인(DennisLehane) 출판사 황금가지(2004년07월22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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