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무사히했습니다.지금제가앉아있는책상앞창밖으론봄이저렇게다가와목련봉오리를열려하는군요.가까운곳으로이사를한다고,이사비용을줄이자고포장이사가아닌일반이사를했더니고생이이만저만이아니었습니다.산불감시하는아저씨두분과제남동생이죽도록힘들었죠.이게다제책더미탓이었습니다.
원래바로전에살던집으로이사올때도책을3분지1은버리고이사한것이었는데..아무리책을안산다안산다하고살았어도어느사이책더미는버린만큼불어나있었죠.
산다는일,이사를하면서새삼많이느꼈습니다.내짐이정말로무겁구나!하는것.
아직짐들은제대로정리가안된상태예요.나전에이집에세들어살던이들이빛에쫓기는사람들이어서제집을도둑드나들듯이잠만자는공간으로썼었답니다.그래집이더럽기가그지없고,모든것들이녹쓸고망가지고한상태.집안청소역시아예포기하고살은듯,정말더러워요.길길이짐쌓아놓고이틀을쓸고닦고만했습니다.그리고나서책정리부터시작,내가가진책장두개에들어갈분량만채우고,나머지는미련없이버렸습니다.
미련없이..라고말은하지만,정리하다가책한박스내다놓고’아차,그책!’싶어쫓아나가보면벌써누군가집어가버리고없는경우도여러번.아무튼일차적으로정리한제책장입니다.(옛문고본책들한박스는차마버리지못하고,책상옆에박스채로놓아두었습니다.츳,)
어제시청에서전화를받았어요.대출추천서가나왔다는군요.이대출추천서를받는데정확히이주가아니라17~18일정도걸렸네요.그래오늘은대출신청하러은행을갈겁니다.그전에확정일자니,실업증명서니..여러가지서류를준비하러동사무소와안양부터나갔다와야하구요.
책을버리면서,돌아가신법정스님의무소유정신도또박또박되새김질했지만,’삶의무게에질질끌려다니는나는감히흉내내기도어렵구나!..난,왜이렇게살까?’자조적인기분도많이들었습니다.더많이버리는연습,더많이삶의무게를덜어내고마음을비우는자세가필요하다는것을절감했습니다.
우여곡절끝에이사온이집은제가살던집보다여러면에서좋습니다.반지하라도계단세개밖에안내려온곳이라지상에가깝구요.그래실내가훨씬밝습니다.내서재로쓸작은방도책장두개와장식장,책상을나란히둘수있을정도로넓구요.창도두개나달려있습니다.또집옆이바로놀이터이자작은공원,제가지하수받으러다니던곳입니다.
낮에는청소하고짐정리하고,밤에는나나찾아다니고,이사하는며칠사이나나를두번잃어버렸습니다.고양이는사람보다장소에애착을갖는동물이라,이사하는날도망가버려그다음날밤에예전집뒷마당구석에숨어있는걸찾아달래데려왔는데,그다음날내가잠시쓰레기를내놓는사이에또달아나버렸죠.이번엔이틀만에찾아온겁니다.이틀동안밤이면나나이름을부르면서울고다녔어요.이사하는날부터나나가아무것도먹으려들지않아,얘가며칠을굶은상태인데..보이지않으니,어디구석진곳에앓아누운것이아닌가?제속이바짝바짝탔습니다.그래도어젓밤다시찾았어요.
엊저녁에야케이블과인터넷을연결했습니다.서재정리가끝날때까지는사람을부를생각을안했으니까요.그래지금마음이급한대로블로그를열고들어왔어요.책하고주방정리에매달려옷박스는아직건드리지도못한상태.당장입고나갈옷부터찾아다림질해야겠죠.솔직히나나를어제못찾았다면인터넷이연결되었더라도블로그에들어올여유는없었을거예요.아직짐정리가안끝났고,욕실도대대적이수리가필요한상태입니다.수도꼭지들이다새고,욕조랑세면대물마개도없습니다.이런것도사람불러서다교체를해야겠는데,주인이못해주겠다면내돈으로라도해야죠.나나는이렇게제가컴앞에앉아있으니내보내달라고하는군요.
"아직안돼,너또집잃어버린단말얏!..이집에익숙해질때까지당분간은외출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