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여사가들려주는유쾌한귀신이야기
세상에도서관책을이번처럼오래반납하지못하고=읽질못하고가지고있는일도드문경우이다.이번엔이사가걸리는바람에이렇게되고말았다.내딴엔틈틈이읽을줄알았는데….도무지책이손에잡히질않는다.아니침대속에들어가서야비로소책장을여는데,늘한두페이지도읽기전에잠들어버리곤했다.결국장기연체,어제아침에야다읽었다.
그리고도또이책리뷰를쓰느냐마느냐갈등하다가어제도반납을못했고,천상낼이나반납해얄것같다.아님이새벽에도서관까지걸어갔다오나?년초에도서관서몇페이지읽다가너무재미있어서대출예약을해두었던것인데,그리고한참의시간이지난후내차례가왔고,그런데이모양이다.
내가이책을거진3주를걸려읽어낸걸보고는얼핏책이읽기어렵다거나지루하다는오해는없으시길바란다.무척재미난책이고,미미여사(미야베미유키)의매니아인지라읽다말고반납하기도싫어서이삿짐정리하는내내침대옆작은탁자에올려두고지냈다.
시대소설+미스터리+판타지로사회의어두운모습을가슴먹먹하게그려낸<외딴집>,으스스하고야릇한괴담집<혼조후카가와의기이한이야기>와<괴이>,유쾌한소녀탐정과무사도령콤비의사건기록부<흔들리는바위>.이것들이다에도시대를배경으로한재미난이야기들이다.<괴이>와<흔들리는바위><혼조후카가와의기이한이야기>는단편모음집이고,재작년리뷰를올린<외딴집>도그랬지만,이<메롱>도장편소설이다.책두께가제법두툼하다.그런데읽는재미는<외딴집>보다더쏠쏠하다.
메롱/미야베미유키지음/김소연옮김/북스피어
혼조아이오이초히토쓰바시옆에있는다카다야는주인시치베에가부엌칼한자루로일으켜크게키워온식당이다.
이식당은일명’마카나이가게’,’도름집’이라고도불리는,소위말하는도시락가게다.에도성내의관리나바깥성문을지키는관리들,삼백제후의무가저택이나하급무사들이사는공동주택에도시락을들이는장사다.사람의생활에서식사는빼놓을수없고,높으신무사님도배는고픈법이라이것은꽤큰장사였다.
-5쪽이야기의시작부분.
다카다야의주인시치베에에게는아들처럼여기는키워온요리사가있었고,이요리사가성장해가정을이루자시치베에는도시락가게가아닌요리집을열것을권한다.제대로된요릿집이야말로시치베에의평생의꿈이었으니,이렇게해서수로옆의낡은저택을얻어’후네야’가개업을한다.그런데이낡은저택에는요리집이되기오래전부터다섯명의귀신이살고있었다.귀신들은보통사람의눈에는안보이지만,요릿집의외동딸인열두살소녀’오린’에게는이귀신들이다보이는것이다.먼저병이들어생사의가로에놓인오린을치료해준안마사와라이보영감귀신부터시작해서’메롱’이란말만하는어린소녀귀신,그다음에바람둥이무사겐노스케귀신과요염한미모의여자귀신오미쓰,후네야의개업식에나타나개업식을엉망으로망쳐버린미치광이귀신덥수룩이,이다섯명의귀신들은차례로오린의눈앞에나타나고,오린과친구가되어간다.그런데<외딴집>에서도고아소녀가주인공이었는데,이<메롱>에서도고아소녀가주인공이다.처음엔에도후카가와에문을연요릿집’후네야’의외동딸인오린이요릿집의유복한귀염둥이소녀로알고읽어나가다보니사실은이오린이’하늘이주신아이’=고아였던것이다.
에도시대는미미여사가특별히좋아하는시대인것같다.미미여사의시대물의배경이다이에도시대이다.에도시대란사회가서로돕고,협력하는따스한인간미를풍기는사회였다는게미미여사가이시대에특별한애착을가지고있는이유라고하는데,이소설<메롱>의배경도에도시대의후카가야이다.이후카가야에새로문을연요릿집과그집에살고있는다섯명의귀신이주인공이다.그귀신을다볼수있고,그들의도움을받아사건을해결하는열두살소녀,고아소녀가주인공이란점도미미여사가특별히좋아하는설정인것같다.
미미여사가시대+추리+괴담소설에서어린소녀를주인공으로내세우는이유는뭘까?귀신이야기란흔히어둡고추악하기마련인데,열두살오린의눈에보이는귀신이란존재는사람에게해가되는존재라기보다는외동딸이자고아인오린을위기의순간에서살려내는치료사로,장난끼심한친구로,때론삼촌이나이모같은존재로오린을감싸준다.그러면서삶에있어남을해하거나원망을남기면귀신이되어이승을떠돌게된다는도덕적인교훈도준다.
질투와투기와원망,악업등이현실(오린의주변인물들)과과거(귀신들이지닌과거)와번갈아드러나면서이야기가씨줄과날줄로차곡차곡엮여져있다.이소설은어른아이할것없이누가읽어도재미있는책이다.아이들이읽기에는책이조금두껍고,활자가작다는것만이문제일뿐.참재미있다.그러면서도귀신들끼리의싸움이붙는마지막장면은등골이오싹하게소름끼치기도하면서그장면을묘사하는미미여사의솜씨에감탄을하게된다.건강하고유쾌하고도덕적인귀신이야기.바로’메롱~‘이다.
……
오사키는이마에손을대고몹시아픈듯한얼굴을했다.
"아이는말이다.어른처럼눈이흐리지않기때문에어른에게는보이지않는것이종종보이곤한단다.그러니네게는후네야에서나쁜짓을하는귀신이다이치로씨나다에씨보다더많이,더자세히보일지도모르지않니?정말로그런일은없었어?"
오린은여기서끝까지거짓말을해야할지,단숨에사실을털어놓을지잠깐이지만몸시망설였다.마음이달걀처럼데굴데굴굴러서손가락사이로빠져나가는기분이다.-299쪽
오린은보았다.그사람은이미사람의눈이아니었다.이야기속에나오는도깨비의눈.아교에갠금박가루처럼깊이빛나고,눈동자는하나의검은바늘같다.순식간에상투가완전히무너져풀리고머리카락이수많은뱀처럼꿈틀꿈틀움직이기시작한다.
입이벌어지고이가보였다.이번에야말로정말로,그것은짐승의송곳니였다.위아래로나있는뾰족한이빨사이로독살스러운핏빛을띤,한층더굵은뱀같은것이슈룩슈룩뻗어나왔다.-466쪽,
오린은봉당으로뛰어내려가그의손에서빗자루를낚아챘다.
"아직네집이된것은아니란말이야!"
히네가쓰는쩔쩔맸다.눈가가살짝붉다.(*히네가쓰는오린또래의남자고아입니다.오갈데가없어진히네가쓰를오린의부모님이미래의데릴사윗감으로받아들입니다.)
"어,하지만나-.그야,그렇지.나도그렇게뻔뻔스러운생각은하지않았어."
갑자기쓸쓸해보여서귀엽다.불안해하고있다.오린은쳐든주먹을휘두를곳을잃었다.이것은히네가쓰가아니다.
"아아,진짜답답해죽겠네."
오린은큰소리로말하고나서퍼뜩생각했다.그렇다.이렇게하면된다.
"메롱,이다!"-554쪽,끝부분.
메롱
저자
미야베미유키
출판사
도서출판북스피어(2009년08월14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