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슐링거의 <귀향>

*먼저이책사진은찍지않으려고했었다.도서관바코드가붙은책을사진찍기가영싫기도하고,나나혹은예예?누구짓인지는모르겠지만,대출받아온깨끗한책모서리에이빨자국을,참,나나는아니겠지?엄마가책읽는모습은매일보는풍경이라..아마도아기인예예가호기심때문에이책이무슨맛일까?맛을본것같다.그런데도책을반납하러나가면서결국내현관작은선반위에올려놓고찍었다.그것도여러장을..역시습관이의지를이기니보다.

귀향-베른하르트슐링크/박종대옮김/이레

‘독일의이문열’이라부르고싶은베른하르트슐링거

나는왜이책을읽으면서이문열(존칭은생략함@)을떠올렸을까?일단저자가판사출신이라법에대한이야기를자유자재로다룬다는것.모든귀향의원조라고할수있는오디세이아이야기(신화적구성)를테마로둔것.추리적인요소를택해이야기를밀도있게끌어나가는것.그리고무엇보다도현학적이고유려한문체가이문열을떠올렸다.이제이작가의소설한권을읽었을뿐이지만,만만하게읽히지않는촘촘한소설을읽다보니이작가가이렇게세계적인작가로나설수있다면이문열도충분히가능하지않은가?우리는왜세계적인작가를생산해내지못하는가?하는답답한마음이생긴것.문제는주제와소재인것같다.글을풀어가는솜씨야이문열도나무랄데가없지않은가?

이책에는유명한’더리더’도그랬지만,패전국이자전쟁을일으킨국가(그것도인종말살이라는최악의선택을했던,)의국민으로써전후를살아가는느낌이알게모르게책에는수없이희자되고있다.늘아쉬운것이한국전쟁은우리작가들에겐대단한소재인데,이걸제대로풀어낸전쟁문학이없다는것이다.우리선배작가들은전쟁을육화시키지못한것일까?아니면이념갈등이라는국민적억압을풀어내지못하는환경탓이었을까?이문열의작품중에내가가장좋아하는건<사람의아들>이아니라<그대다시는고향에못가리>란단편에가까운중편이다.신들린것같은주술적인문장이무척인상적이었다.

아마우리에게필요한것은현학적인작가,대중적인작가가아니라이런무당같은신기를지닌작가,아니면지극히섬세하고예리하게압축된글을쓸수있는사람이아닐까?베른하르트슐링거나이문열의장황함현학적인어투가아니라,기승전결이뛰어난스토리구성이아니라압축된문장만으로도긴장감을불러일으킬수있는그런작가가나왔으면한다.

난유명한<더리더>는아직읽지못했다.이건영화로봤는데..괜찮은영화이기는해도뛰어난영화는못된다는인상을받았고,변명같지만,영화가인상적이었다면아마책을찾아읽었을것같다.

두서없는서론은여기서접고책이야기를하자.

신화와3류소설,과거와현재가씨줄과날줄로얽힌사랑이야기-귀향

책은전후세대인아버지가없이홀어머니뿐인페터데바우어라는화자의어린시절이야기부터시작을한다.스위스의조부댁에서보낸목가적이고아름다운유년시절을통해책읽기의재미와역사를분석하는취미를가지게된페터는할아버지와할머니가정리하던재미있는책(문학적가치는미미하지만대중적인즐거움을주는소설들)총서의일부분을읽게된다.

그이야기는전쟁이끝나고귀향하는군인카를의이야기인데..

..내가읽은첫소설은러시아에포로로잡혀있다가탈출해서천신만고끝에고향으로돌아온한독일병사에관한이야기였다.그런데주인공이겪은모험과고초는곧잊어버렸지만,그의귀향만큼은잊을수가없었다.-p.45

페터는이귀향이라는소설에매료되어이잃어버린이야기의결말을알고싶어작가의행적을찾아나선다.그러면서법을전공하고서도대학에남아있기보다출판일을택해출판사의법전문서적자문을과기획일을하면서살아간다.가장큰줄기는카를이란주인공의귀향이어떻게결말이났는가?하는궁금증이고,또아버지에대해선아버지가죽었단말이외는어떤이야기도해주길거부하는냉랭한어머니.어머니의이런태도는아버지에대해알고싶은페터의욕구를증폭시킨다.2차세계대전이끝나고러시아에서포로로잡혀있다.탈출,귀향하는군인카를찾기는곧페터의부재하는아버지찾기와같은욕구로페터인생의알레고리가된다.

소설속의주인공카를의행적찾기를하다가바바라라는여인도만나게되고,사랑에빠진다.

..그녀의잠든얼굴,일어날때의얼굴,풍만한가슴,뚱뚱한허벅지,봉소염이있는피부,그녀의소리와냄새,이것들중어느것도내신경에거슬리는것이없었다.아니,오히려내게는너무분에넘치고친밀하게느껴졌다.바바라는가벼움이몸에밴사람이었다…소심하가기짝이없던내가그녀에게서행동의새로운가벼움을배울정도였다.-p.112

그런데이바바라에게는유명한프리랜서종군기자라멀리떨어져사는남편이있었고,이남편이돌아오고,페터는실연과갈등,좌절을겪는다.

..카를의자료를모아놓은파일도버리려고했다.귀향이야기라면지긋지긋했기때문이다.살다보면어떤이는돌아오지않는법인데,그게어쨋다는건가?카를이귀향을하건,다시방랑을떠나건그걸어쩌라는말인가?마르코비치는오디세우스처럼귀향을했고,바바라는페넬로페처럼남편을기다렸다.다시말해서뭇남자들의구혼을뿌리치기위해낮이면시아버지의수의를짰지만,밤이면천을도로풀어버리는신화속의페넬로페가아니라남편이없는사이에다른남자와사랑에빠지기는했지만그사랑의천을언제결연하게찢어버려야할지아는현대판페넬로페였던셈이다.-p.137

귀향하는군인카를의행적찾기는결국페터의아버지찾기가되고,카를이야기의작가가바로페터의아버지일지도모른다는추측도하게되고,페터는혼란과방황속에빠진다.

사람은반드시아버지를갖고태어날수밖에없어요.제가원하는건다른게아니에요.아버지에대해어머니가아시는대로만말씀해주세요.—p.254

갈등과방황-소설속의이부분은페터가오디세이아이야기를자신의것으로육화하려는욕망으로그행적을현대화시켜자신주변여인들과관계를갖고,실연을무공담처럼이야기하기도하고하다가우연히비행기안에서바바라를다시만나둘의사랑을확인하게된다.그런데문제는결혼신고를하러가서보니페터의이름이다른것이다.페터는사생아로어머니의이름으로출생신고가되어있다.말하자면아버지란존재자체가거짓이었던것.

..나는마음이차분하게가라앉았다.페터그라프로산다고해서안될이유가있을까?바바라의성을그라프나페터빈딩거라고부른다고해서안될이유가있을까?없었다.나는다만내이름이좋았다.그것은조부모와나를잇는소중한끈이었다.반면에아버지와나를잇는끈은한층가늘고덜중요했다.하지만그끈이끊어진다면조부모와의다른끈도성할수있을까?문득조금전의생각이틀렸다는느낌이들었다.아버지와의끈은조부모와의끈보다가늘지만덜중요하지는않았다.아버지는내게낯선이방인이었다.그러나종이모자를쓰고목마를탄아이의모습과헐렁한무릎반바지를입은채초조해하는청년의모습,집에머무는것을싫어해서멀리떠나버린모험가의모습,까칠까칠한어머니까지삽시간에홀려버린바람둥이의모습은모두내마음에흥미롭게다가왔다.나는아버지의아들이고싶었고,아버지를내아버지로인정하고싶었다.속으로만품고사는것이아니라공식적으로내아버지임을드러내고싶었다.아버지는나의일부였다.우리의이름이같다는것이그것을증명했다.-p.258

그리고알아갈수록아버지는끔찍한존재이다.어머니를유혹하고어머니와어린아들인자신을버렸을뿐만아니라나치의인종말살을옹호,합리화시키기위한글도썼고,그다음엔공산주의자들편에도섰으며,현재는미국으로들어가이름을드바우어(데바우어)라고바꾸고유명한법학교수가되어있었다.

‘존드바우어(데바우어)’마틴의아버지라고추측되는인물의저서<법의오디세이>에는,

책의내용은신화적법과서사적법,마술적법,합리적법에관한것이었고,거기다처벌위주의정의와보상위주의정의,합리적권력,그리고법의목표로서집단적이익과개인적행복에관한내용이기술되어있었다..법의순환,수백년넘게법이이런저런목표에이용되다가마침내다시처응므이목표로돌아간다는대순환,그리고끊임없이법의그물망을짜나가면서도페넬로페의수의처럼다시풀어버리는소순환이그것이었다.

서론에서는법이아니라오디세이에관한내용이나왔다.작가는오디세이를모든귀향이야기의원형으로여기고있었다.오디세우스는방랑과실수,좌절과성공이반복되는온갖모험을겪으며결국집에도착한다.그러나고향에는뻔뻔한자들의저항이기다린다.물론절개를지킨사랑과저항을물리치고사랑의행복을완성할칼도기다리고있다.

우리는항상진실과거짓을행하고있다.다만무엇이진실이고무엇이거짓인지에대한결정은개인이내려야한다.무엇이선이고무엇이악인지,그리고악이자유롭게떠돌아다녀도되는지아니면선을위해이용되어야하는지에대한결정도개인소관이다.이는우리개인이올곧게결정을내린다는것과는다를뿐아니라그이상의의미를담고있다.-pp.270-271


아버지가내존재를아는것에그치지않고,나를돌보고나와이야기를나누고나와놀아주었음에도불구하고나를떠난것은태어나지않은상태로버림받은것보다훨씬상처가깊었다.아버지에게나는추상적존재가아니라최소한막스만큼은사랑스러웠을구체적인사람이었다.그런데도내가내여자친구의아들에게조차하지않았던짓을아버지라는사람이친아들에게뻔뻔하게저질렀다.자신의인생과가슴속에서아들의자리를지워버린것이다.-p.287

나는여기서무엇을하는것일까?내가혹시유령을잡으려는건아닐까?-p.296

그사람이나보다훨씬늙고약해보이는몸으로내앞에나타났다.하지만관념의육화로말미암아그의육체에서는알수없는아우라가뿜어져나오는듯했다.-p.297

"그걸어떻게장담해요?자신이무엇을원하는지모르는사람은지금자신한테무엇이있는지도몰라요."

"사랑해."

"페터?"

"바바라?"

"당신이정말오고싶을때돌아와요."-p.323

나는종이에다글을쓰기시작했다.

두려워하는법을가르치러집을나간어떤사람에대해.

그앞뒤의수많은사람들처럼그역시유럽에아내와자식,어두운과거,옛이름을두고미국으로건너와새로운이름과장밋빛미래에대한희망을품고미국생활을시작해서경력을쌓아나갔다.

이런경력을바타으로뉴욕컬럼비아대학의정치학과교수직에가지오른존드바우어,그러나그는과거에..

-p.379

이야기는오디세우스이야기처럼페터란화자의’아버지찾기’이자’삶의진실찾기’를위한페터의방황을보여주면서또다른알레고리,오이디프스신화처럼버려진아들인페터가아버지존드바우어교수의정체를폭로(*사회적으로아버지죽이기)를하는걸로끝을맺는다.작가베른하르트슐링거는글을잘쓰는사람이다.그리고이야기플롯을논리정연하게(?)신화와대비잘짜맞추기도했다.우리는누구나추리에약하거나,이추리적요소가책을재미나게읽게해주는일등공신이란걸잘안다.그래서이소설역시도카를의아버지찾기(=범인찾기).다시말하자면추악한독일근대사의뒷모습찾기와같다.아마도현시대의많은독일인들이페터처럼부정하고싶은아버지,논리가아니라윤리적으로고발하고싶은아버지,그러면서도핏줄로서그리워하고사랑받고싶은아버지를가지고있을것이다.그런아버지에대한초상화를여러개의사랑이야기와신화를빗대어그려낸것이다.잘쓴책임에는틀림없지만,감동적이라고까지는말할순없겠다.

“귄터그라스이후가장성공한독일작가”베른하르트슐링크


흠잡을데없이깔끔한서사를구축하는슐링크는독일어권작가중단연문장의대가이다.그는이해하기쉽고명확하면서도지적으로쓴다.매작품마다다양한인물들을통해복잡다단한구성을전개하면서동시에도덕적논쟁을이끌어내는데도성공하고있다.|디벨트

시종일관미스터리로작품을이끌어가는《귀향》은역사와정의의문제,악의본성에관한힘있는통찰이다.슐링크는《더리더》이후또한편의군더더기없이치밀한구성의작품을선보이며독자들을진지한두뇌유희의세계로이끈다.|LA타임스

베른하르트슐링크
법대교수이자판사이면서베스트셀러작가인베른하르트슐링크는1944년7월6일독일빌레펠트에서태어나하이델베르크와만하임에서자랐다.하이델베르크와베를린대학에서법학을전공하고1975년법학박사학위를받았다.1981년관공서간의공무협조에관해쓴교수자격논문이통과되었고,이후본,프랑크푸르트대학을거쳐현재는베를린훔볼트대학법대교수로재직중이다.뉴욕예시바대학객원교수를역임했으며현재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헌법재판소재판관도겸임하고있다.

1987년추리소설『젤프의법』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추리소설『고르디우스의매듭』『젤프의기만』『젤프의살인』과장편소설『더리더-책읽어주는남자』,단편소설집『사랑의도피』,『다른남자』장편소설『귀향』『주말』을펴냈다.『젤프의법』은1991년독일ZDF방송국에서「죽음은친구처럼왔다」라는제목의영화로제작방영했으며,『더리더-책읽어주는남자』는「빌리엘리어트」를만든스티븐달드리감독에의해영화로제작되었다.

가끔난오디세우스가그립다.벤첼슈트라핀스키에게서고등사기꾼의기술과거짓말을배웠고,급하게인생속으로풍덩뛰어들어모험을찾고,위기를이겨내고,신사의매력으로내어머니를얻고,재미와기쁨을주는소설을유쾌하게쓰고,유희적가벼움으로갖가지이론들을개발한그오디세우스가그립다.물론난그것이요한데바우어나존드바우어에대한그리움이아니라는것을안다.그것은내가아버지에대해꿈꾸었던모습,내심장이간절히원하던모습에대한그리움일뿐이다.-p.390끝.

귀향 저자 베른하르트슐링크(BernhardSchlink) 출판사 이레(2010년01월2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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