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말아무준비없이집을나섰다.여행떠나기전에올린포슽만보더라도추석전날까지비가쏟아져때아닌물난리에온갖채소,과일값폭등에..사는일자체에많이지쳐버린나다.그래십여년만에해외여행을떠나는일에도특별한흥분도설레임도없었다.숙소를예약해주는동생에게도’난번잡한것,사람많은것싫고,일정빡빡하게구경다니기도싫으니까.그저조용히쉴수있는곳에가겠다.’였다.그래동생이내게권한곳이크라비였다.내일정이란간단했다.방콕에는저녁에도착하니동생얼굴잠깐보고,같이밥먹고,시내호텔서일박하고다음날바로크라비로가서3박4일을그곳에서쉬다오는것.
그런데아무준비없이덜렁떠난내가타이비행기안에서내려다본태국의첫인상은’넓다!’였다.공항자체도제대로정비가다끝난상태가아니어서활주로양옆은포장이안된맨흙길이다.잠깐들린홍콩공항의활주로는인공섬처럼보였는데..,그래서일까?’태국은땅이넓구나.’하는것.비행기에서나오자마자확달려드는열기.덥다.입국심사대앞에는길게길게줄을선사람들.내인상이평범하지않은것일까?입국심사관이’직업이뭐예요?’하고묻는다.’글쟁이’라고답했다.이게맞나?하면서..
그전에내자랑하나하자.홍콩공항에서도간단한입국심사를받는데내앞에한국여학생들둘이있었다.그들이들고있는쇼핑백을보니면세점에서간단한일상용품들을쇼핑한모양이다.면봉,실내화등이보인다.’어머,실내화가귀엽네요.면세점에서샀어요?’하고물었다.’네,비행기안에서나숙소에서신기에좋을것같아서요.’하는대답이다.난동생이랑통화해야한다는압박감에사실정신이없었는데..,이여학생들은일찌감치날유심히보았던모양인지.’저흰,인천공항서부터뵜는데,정말예쁘세요!’오잉?이덜렁이아줌마가예쁘다고?핸폰이고장나혼비백산한상태로비행기타고,자포자기로과음까지했는데..비행기타러오면서바지대신에기다란흰면원피스에진셔츠,운동화차림이어서눈에띄었나보다.난여행은거의안하는사람이지만,장시간비행에는움직이기편하고공기가잘통하는옷이젤이란건안다.그래’바지입고가!’하는친구의충고도무시하고내식대로편한차림으로온건데..칭찬을받으니,순간걱정으로우중충하던기분이업된다.
심한교통혼잡속을느릿느릿지나가며본태국에대한첫인상은전혀낮설지가않다는것이었다.하긴세계어느곳이든사람이살아가는모습은비슷할터.버스정류장에선처녀애들의모습도한국의여느아가씨들과별차이가없어보이고,약간의시간을뒤로돌려80년대정도의한국같기도하고?’첫인상이낯설지가않아.’했더니,’누나,태국은한참한국붐이일고있어.한국드라마때문에태국사람들이한국에가보고싶어하고,한국화장품도불티나게팔리고있어.’그렇구나!역시한국드라마의힘이대단하다.어딘가모르게익숙해보이는인상이이런데서오는것이었다.방콕아가씨들의긴머리와짧은치마랑화장법등이한국적(?)이다.
위의사진은방콕의유명한복합쇼핑몰식당가이다.건물맨윗층에극장이있고,그아래로는가게와식당들이있는것이우리나라의여는극장이있는쇼핑센타와비슷한구조이다.여기가유명한식당이기도하고,금요일저녁이라사람도무척많았다.밥먹으러들어가는데도자리가없어대기표를받고,건물안을좀돌아다니며구경하다가입장했다.
동생은좋은곳에서밥을사주고싶었던모양이지만,난솔직히식욕도없고,사람이바글대는쇼핑몰도싫고,온몸이끈적끈적하니빨리호텔로들어가샤워하고쉬고싶은마음뿐이라그유명하다는쇼핑몰사진도찍질않았다.생선초밥이랑샐러드,태국식빙수까지시켜줬는데..,내가먹은건이샐러드한접시뿐.
막상호텔로들어와씻고바로자야지.하다가생각해보니방콕에서보내는건오늘하룻밤뿐인데..방콕을조금이라도구경해야지싶어.옷만갈아입고다시나왔다.
여기가유명한팟퐁거리이다.(*여행중에내가찍힌유일한사진)팟퐁거리는꼭내어린시절기억속의부산.광복동야시장같은곳이다.골목골목천막에불밝힌가게들이밀집해있고,물건값도정찰제가아니라부풀린것이니한참흥정을해야만한다는것.다른점이있다면,그야말로사방에노천식당이있고,사람들이죄다길가간이식탁에서밥을먹고있다는것이었다.대부분의방콕서민들은집에서밥을하지않고,이런노점에서하루세끼를다사먹는다고했다.주방기구를갖추는일이돈이더드는탓이라고도한다.이것에대한덜렁이아줌마의단순한소감은’왓,주방일에서해방된다니,여자들한테는너무좋다!’광복동야시장과또다른점이있다.여긴소위’철봉바’라고불리우는바들이즐비하고호스티스로보이는노출이심한옷을입은아가씨들도많았다.
노천식당의커다란들통속에서끓고잇는것이무언지궁금해서속을들여다봤다.들여다봐도뭔지모르긴마찬가지지만,암튼거리엔온갖음식냄새가뒤섞인채로방콕의밤공기를뜨겁게달구고있었다.
여기가방콕이란걸확실하게느끼게해주는건이야시장엔외국인들이참많았단것이다.시즌이아니라는데도이정도면시즌(11월~12월)은어느정도일까?팟퐁거리철봉바가즐비한골목에서한곳라이브연주를하는오픈카페에용기를내어들어가긴했지만,실내가너무어두워사진찍기도마땅찮았고,배나온늙은외국인이랑같이있는어린태국아가씨를보는일이영얹잖기도해서마시지도않은맥주값을계산하고는그냥나와버렸다.
대형관광버스가다니고오토바이택시가질주하는팟퐁거리,불빛들이흔들려사진이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