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내려와도 밥숟가락은 올라간다

밥이야기

이밥사진은꼭올리고싶었다.

여행가느라냉장고를텅텅비워놓고갔었다.돌아올때는밤비행기를타고비행기속에서새우잠자는둥마는둥,아침일찍인천공항에도착했지만,수속하고뭐하고파김치가된채꾸벅꾸벅졸며공항버스를기다렸다타고집에도착하니,점심시간.그런데집에는먹을것이라곤라면뿐이었다.그래도이날은배고픈줄도몰랐고,울냥이들챙기고대충청소만하고는바로잤다.다음날,아는이가점심초대를했다.그것도처음가보는집.같이커피바리스타공부를하러다녔던인연으로알게된동네이웃인데..집호수가몇호인지도몰랐는데..집으로밥먹으러오란다.

비위좋게빈손으로휘적휘적간아멜리에가이런좋은밥상을받았다.그야말로진수성찬이다.한참배추,채소류가전부금값이던때인데..팥밥에모시조개국,오리구이에생선에쌈싸먹으라비싼야채까지한가득차려준다.

"난워낙손재주가없어서..지금도울엄니는날보면소리부터질러.."

"나야음식솜씨가없지만,울엄니가장을참잘담으셔..이막장이아주맛나,그러니쌈싸먹어봐."

다른건몰라도전라도여자는전부요리를잘하는줄알았는데(?)..꼭그렇지는않다는건전에도한두번느낀적이있었지만,참솔직한말마따나이엄마요리솜씨는없다.그래도이런정성의밥상이어딘가!나정말허겁지겁먹었다.

"있잖아,다른것없어시장기야말로최고의반찬이라잖아?나어제부터라면하나밖에제대로먹은게없었거든."..우작우작…

먹고살려고일한다는말참자주쓰이는데..해준것도없이이런밥상을받자니미안한마음가득들었다.그래도이날의푸짐한밥상의행복한기억은오래남아,이거내가꼭포슽에얘기해야지하고마음먹고있었던것.

역시가장좋은반찬은허기다.배고픈사람에겐무엇이라도진수성찬.

이밥도역시얻어먹은밥이다.어쩌다오전에출근하는날이있는데..그래서오늘은시청구내식당밥을먹으면되겠구나..생각하고있다가.하필이면그날이구내식당이쉬는날이다.한달에한두번구내식당도쉰단다.하긴,힘들테니까.어쩌나난집에가야밥차려주는사람도없고,냉장고도텅텅비어있는데..오랜만에향교집에가서비빕밥을사먹을까?…고민하는데같이근무하는분이자기랑같이밥먹으러가잖다.

"이거,나도식권얻은거니깐,부담갖지말고같이가봅시다."

그래또덜렁덜렁따라갔다.간판도없는작은급식소인데,식권내는어깨너머로보니깐,세상에여긴밥값이2000원이다.시청구내식당보다싸다!그리고사진에보시다시피무우를넣고끓인고깃국에반찬들도잘나온다.알고보니여기는모교회에서운영하는식당이란다.음,그렇구나…

세상에는알고보면이렇게싼밥도많다.그런데도난여전히밥에대해고민한다.식욕이있던없던끼니를거르게되면내자신이불쌍(?)하게여겨지고,괜히우울해지기까지한다.이렇게밥을밝히는나는밥보다.(밥보=바보.혹,바보란말이밥보에서나온말이아닐까??)

오래전불의의사고로죽은친구문상갔던일이여직도또렷한데,망연한얼굴로자식친구들과밥상을마주한그어머니말씀이,

"얘들아,눈물은내려오는데밥숟가락은올라가는구나."

…엉엉울면서먹었던그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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