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이밀집한우리동네는한가구당보통5-6세대,많게는7-8세대가한지붕아래모여산다.이층친구는날보더니전세값이많이뛰었다고걱정을한다.우리두집다세사는처지라전세금이그것도과천이유난히많이올랐단소식은우울하고겁나는소식이다.이층은요즘의한파로베란다수도가얼어세탁기를못쓰고있단다.전세금이많이올랐다니이런소소한불평은말할엄두도안단고한숨을푹쉰다.머리를맞대고고민해본들무슨소용이있나..사는거지.세상이점점가파르게변해서빈부차가무섭게벌어지고있는현실인데,이젠돈이귀족을만드는세상이아니던가?
일찌감치연말부터시작된매서운한파속에이런사는걱정.
새해에는일터를옮겼다.이번엔보통직장인들처럼정상출근하는일이다.마음이몹시뒤숭숭한데,지나다이렇게우편물들이얼지말라고?혹은눈에젖지말라고비닐봉지로싸둔걸봤다.단독주택는6-7세대가살아도우편물수취함은하나뿐이다.그래자주여길들여다보지않으면우편물을제대로받을수가없다.한동안내우체통하나를공방하는후배에게만들어달라고할까?궁리까지도했었다.우편물함이이모양이니늘곤란한건나다.10년전아파트에살다가단독주택셋집으로옮기면서정기구독을하던잡지들을다끊었다.(주로문예지,영화전문지..)우편물함을날마다체크를해야하는데..늘그것도안되고,그렇다고모든우편물을등기로받아볼수도없는노릇이고,단독주택은이런점이불편하다.요즘의전세금급등은이런소소한불편사항들은불평할거리도안된다.
하긴또요즘에아날로그편지를보낼사람이누가있다고?
예전에흑석동멜랑콜리씨앞이라고만써도편지가배달되던시절도있었는데…
언제냐고?그야말로내소녀시절이야기이다.
그냥비슷한처지인우리는전세금급등으로한숨섞인푸념을푹푹내뱉는다.나보단친구가형편이낫기는해도친구는친구나름대로의고민이있다.아직학생인딸이외무고시까지준비해보겠단다.그뒷바라지를어떻게할까?가고민이다.야무진친구딸이야전액장학생으로딱2년만시간을달라고하지만,이래도저래도걱정.
자야하는시간인데,이런사는걱정은잠속까지스며들어뒤숭숭한꿈꾸다가한시간만에깨버렸다.
오래전에본러시아영화중에<얼지마,죽지마,부활할거야>란영화가있다.어떤내용이었는지는거의다잊어버렸는데아주인상적이었던,무엇보다제목이인상적이었던영화.가난과공포,잔인함이극도에달했던스탈린치하의러시아변방이야기였었는데…눈과얼음으로뒤덮인가난한마을에서기찻길을따라달리던소년과몸을녹이려고보드카를마구들이켜야하고,사람이기절하면오줌을받아먹이던것정도가기억이난다.그런극한상황속에서도사람들은살아가는데…
꽁꽁얼어붙은날씨속에누군가는이렇게우편물들이젖지말라고비닐로싸준사람의마음이내게작은위안을준다.사소하지만섬세한그영혼의체온이만져질것같다.
‘얼지마,죽지마,부활할거야.’나의어려운이웃들,나처럼세사는이들에게해주고싶은말이다.
ParanoidAndro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