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결혼했다-마리나레비츠키장편소설/노진선옮김/을유문화사
사실은표제위의작은글씨로써져있는’우크라이나어로쓴트렉터의짧은역사’이게이책의원제목이다.이런생뚱맞은(?)제목을단덕분에아마존같은대형서점에선엉뚱하게도공학책으로분류되기도했었다는웃지못할에피소드도있었다는데,정말이지오밀조밀재미있으면서구성의유니크함이두드러지는책이다.한마디로재치가넘치는책이란거다.읽으면서마음아프다가키득대다가때론동유럽=우크라이나의슬픈근대사를되짚어보게도해주는책.
나아멜리에가권하는책대부분은무척재미있는데,그중에서최근에가장재미나게읽었던책이<안젤라의재>이고,그다음이이책<우크라이나어로쓴트랙터의짧은역사-아빠가결혼했다>이다.
두책이다실존인물들과실제겪었던이야기들이그바탕이된다는면도비슷한데,그래도<안젤라의재>가자서전형식을띤회상록이었던데반해’이책은저자가분명소설이라고못박고있으니소설이다.
단소설속에실제집안이야기와인물들이많이반영된반자전소설인셈이다.
-원서표지
어떤책이좋은책일까?다른이들이어떤기준을가지고있는지는모르겠지만,나는우선재미있고,감동적이고,그내용이풍부한책이최고의책이라고생각한다.이조건을다갖춘책이얼마전리뷰를올렸던<안젤라의재>이고,그<안젤라의재>만큼이나읽는재미가쏠쏠하면서도여러가지사회적인문제점을상기시키고알고보면우리삶에지대한영향(?)을끼친트렉터의짧은역사와함께우크라이나의슬픈역사까지도자연스럽게알게해주는책.이책도내나름의별점을매긴다면만점짜리책이다.암튼,재미있다.그리고아주잘쓴책이기도하고,구성이나주제,소재가다그렇단이야기다.이야기가슬프고우스광스럽고그러면서인간적인따뜻함등,여러느낌이독서를통해전달된다.
<안젤라의재>에선아일랜드대기근이보이지않은큰배경막이었다면,이책에서는주인공들이우크라이나출신영국인들이기때문에우크라이나의대기근이야기가나온다.우크라이나대기근(이것은자연재해가아니라100%인간-스탈린이저지른만행인데,우크라이나사람들을집단농장화시키려고,농사지을씨앗까지다공출해버리고서그지역을폐쇄시켜버린것.결국수백만의우크라이나인들이굶어죽었다.)
재작년에리뷰를올렸던<차일드44>가바로이우크라이나대기근이바탕이된실화에가까운이야기여서난우크라이나기근이얼마나지독한것이었는지많이알게됐는데,우크라이나기근이야기는식인의사한니발렉터이야기에서도언급이된다.먹을것이없어서사람이사람을먹는지경까지간굶주림.하지만같은우크라이나이야기를하고있음에도작가가여성이어서인지훨경쾌하고섬세하게이야기를끌고나간다.
고령화사회의독거노인과외국인신부
여든넷의고령인아빠가재혼하려한다.그것도딸들보다어린37살의우크라이나서돈벌러온애딸린이혼녀와!!
이런상황은우리에게도충분히일어날만한이야기다.외국인신부,우리식으로말하자면조선족여성과재혼하려는늙은아버지가있다.그딸들의입장은어떨까?..그딸케임브리지대학의사회학강사나데즈다(아버지는사회학강사인딸을공산주의자라고생각하기도한다.)는까칠한성격의언니와힘을합쳐고향인우크라이나에서온젊은여자와재혼하려는아버지를막아보려하지만,아버지는고집불통이다.딸들의입장에서보면늙어거동도불편한아빠와결혼하려는여자발렌티나의속셈이뭔지뻔히보이는데(합벅적인체류와살집같은경제적인문제),사랑에눈먼(혹은혼자인노인이라외롭기때문에)아빠는딸들의만류에도불구하고재혼한다.그런데이발렌티나는자신의예상보다돈이없는늙은아빠를마구구박하고화가나면때리기까지한다.결혼하자마자이번에발렌티나로부터아빠를구해내기위한딸들의총력전이시작되는것.
아버지를홀린그여자는두꺼운화장에도발적인옷차림에큰가슴을가졌고,중고롤스로이스부터신형가스렌지나청소기까지각종물건을사들이는것을좋아한다.
소설속새엄마발렌티나의모델이된플레이보이모델안나니콜스미스(작년약물과용으로사망)-어마어마한사이즈의가슴과이국적인미모,낭비벽,열정적이고,때론무자비하고,그러면서도연민을불러일으키기는정신적인허약함등,모순된매혹을가진여성.
여든넷의엔지니어이자학자인노인(아빠)과주변을압도하는무자비하고매력적인새엄마,상반된성격을가진두딸은아버지의재혼과이혼문제를놓고티격태격하다가서로의입장을이해하기되기도한다.이야기는경쾌한슬랩스틱풍의분위기로전개되지만,이속에는노인문제,외국인신부의문제,이민및불법체류자문제,민주화이후동유럽의혼란과그지역사람들이겪은역사적상처까지전부다들어있다.
…..
우리아버지와발렌티나,스타니슬라우(발렌티나가데려온아들)는레이디다이(이웃에서얻어온새끼고양이인데,숫고양이에게레이디란이름을턱하니붙였음!)를애지중지했다.…아버지와발렌티나에게레이디다이는자식이나다름없었다.두사람은손을꼭잡은채나란히앉아레이디다이(다이아나)의총명함과아름다움에경탄했다.아버지가레이디다이에게피타고라스의정리를증명하는법을가르치는건시간문제였다.
-17레이디다이와롤스로이스227쪽
"바보같은소리마세요,아버지.아버지의목숨이위험하다는거모르시겠어요?설사그여자가아버지를죽이지않더라도,계속그렇게살다가는심장마비나뇌졸증으로쓰러지실거예요."
"흠,그럴지도모르지.하지만사랑하는사람의손에죽는게혼자서외롭게죽어가는것보다낫지않겠니?"
-20.그심리학자는사기꾼이었어263쪽
나는아버지가얼마나쓸쓸함을느꼈을지이해할수있었다.이상하게도나역시그런쓸쓸함을느꼈기때문이다.어느새발렌티나는내인생에서너무도큰자리를차지하고있어서,그녀가사라지고나니빈공간이생겼고그안에는놀란새들처럼질문이떠다니고있었다.그녀는어디로사라졌을까?어디서일하고있을까?무슨계획을세우고있을까?어떤남자와잘까?어쩌다만난아무남자들과?아니면특별한한명의남자하고만?그녀의이국적인외모에반했지만너무수줍어서접근하지못하는,순수하고멋진영국남자일까?그리고스타니슬라우는?그애는새로산포르노잡지를어디에뒀을까?
-21.그녀가사라지다285쪽
"이리오게,이리와,볼로댜시메오노비치.(발렌티나를찾기위해온발렌티나의전남편)사나이답게굴어야지!"아버지가두보우의어깨에팔을두르며우크라이나어로중얼거렸다.
나는아버지가부칭을쓰는건처음봤다.이제아버지와두보우의대화는<전쟁과평화>의한장면처럼들렸다.
"아,니콜라이알렉세예비치,사나이가된다는건너무도약한오류투성이의생명체가되는겁니다."
"우리모두힘내야할것같네요.다함께가서한잔하는게어떨까요?"마이크가제안했다.
-24.수수께끼의남자321-322쪽
"아,그게바로큰문제죠."두보우가슬라브민족의한이서린한숨을내쉬었다….예전에우리는농부와엔지니어들로이루어진나라였습니다.부유하지는않았지만,다들넉넉했죠.(아버지는구석에서맹렬하게고개를끄덕였다.사과를깍던칼은허공에떠있었다.)교육받은젊은이들이부를찾아서방세계로간사이에이젠폭력배들이우리산업을약탈하고있습니다.거기다서방세계남자들의야만적인성욕을만족시키기위해우리의아름다운아가씨들을매춘부로만들어수출하고있죠…"
-27.값싼노동력의원천344쪽
원제인<우크라이나어로쓴트랙터의짧은역사>는우크라이나출신의엔지니어인아버지가틈틈이쓰는책의제목이다.결혼사건의티격태격과정을재미나게읽다가고령화사회와독거노인문제에대해생각하게되고,또중간중간이아버지가쓰고있는트렉터의역사를듣다보면트렉터의발명이농업과사회전반에얼마나큰영향을끼쳤나하는것도알게되고,화자인나데즈다(우크라이나어로’희망’이란뜻)가알지못했던집안의슬픈역사이자아울러우크라이나인들의슬픈근대사를알게된다.눈물과웃음,재미,무엇보다이이야기가즐겁게읽히는것은등장인물을통해보여주는휴머니즘이다.이야기의결말은정말멋지다.추운겨울밤책읽는재미에흠뻑빠질수있게해주는책!
-책을다읽고나서이작가의사진을구하려고홈페이지도찾아가봤다.어린시절사진도올라와있었는데,한국에서보다유럽에서이책의반응이대단했었던것같고,(외국의사이트에올려진이책에대한포슽이무척많았으니까!그중특히좋았던건이책과함께한고양이사진@!헝클어진침대위에서이재미난책읽고그발치에는귀여운고양이가놀고있는,내모습이랑비슷..)작가가제임스조이스를존경한다는것도알게됐는데,주변사람들이유명해져서좋겠다고이야기하는것에대한작가의말한마디가젤인상적이었다.
"내가유명해진건5년밖에안됐구요,난50년을무명작가로살았어요!"
*이작품은볼린저에브리맨우드하우스상과웨이버튼굿레드상을수상하였다.
마리나레비츠카MarinaLewycka
마리나레비츠카는1946년우크라이나인부모사이에서태어났다.태어난곳은독일킬의난민수용소였지만,영국에서자랐다.런던킹스칼리지에서박사과정을이수한뒤현재셰필드핼럼대학에서언론정보학을강의하고있다.
레비츠카는2005년데뷔작인이책『아빠가결혼했다』로일약소설계의스타로떠올랐다.사람들은우크라이나트랙터의짧은역사라는제목을가진책이공학책이아니라소설책이라는데우선놀랐고이데뷔작의작가의나이가58세라는데두번째로놀랐다.부모의재혼,이민,외국인신부라는보편적인주제를다루고있는이코믹한소설은대호평을받았고그해영국베스트셀러가되었다.우드하우스상을비롯하여여러문학상을수상했으며30여개국언어로번역되었다.아마존등의여러대형서점들이이책을처음에무심코기술-공학분야에배치했다가밀려드는주문에놀라부랴부랴정정한사실은유명하다.
레비츠카의다른작품으로는『두캐러밴』,『우리는모두접착제로만들어졌다』등이있다.결혼하여딸하나를둔레비츠카는현재셰필드에서살고있다.
옮긴이노진선
노진선은숙명여자대학교영문과를졸업하고,뉴욕대학교에서CreativeWriting을공부했다.잡지사기자생활을거쳐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는『먹고기도하고사랑하라』,『산자의땅』,『토스카나,달콤한내인생』,『금요일밤의뜨개질클럽』외다수가있다.
아빠가결혼했다
저자
마리나레비츠카
출판사
을유문화사(2009년07월1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