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시작부터가유별났다.몇십년만이라는무지막지한한파에,구제역에,냉방에서떨던젊은시나리오작가는굶주리다죽었고,동네개를죄다훔쳐다때려죽인아이들…거기다눈은산처럼내려사람들을고립시켰다.세상살이가왜이런가?나는순해지고싶다.순하게착하게한세상을살아내고싶은데,..한자숙어중에’至高至純’이란좋은말이있는데,나세상을이렇게살고싶은데…세상은참급하기도무섭기도하고잔인하기도하다.
내스스로마음에위로가필요할때보고싶은영화를생각해봤더니맨먼저떠오르는영화가이영화였다.
러브레터LoveLetter,1995
감독:이와이슌지
출연:나카야마미호(와나타베히로코와후지이이츠키1인2역),사카이미키(소녀),카시와바라다케시,토요카와에츠시(시게루아키바)
제작:후지텔레비전네트워크니폰헤롤드필름:118분:드라마,멜로·로맨스
국내개봉일:1999.11.20
첫사랑을보여주는영화중에가장잊지못할영화로는단연러브레터를꼽겠다.멜로+로맨스분야의영화로손꼽히는’팔월의크리스마스’나’첨밀밀’도좋지만,그래도이’러브레터’가역시젤먼저떠오른다.
“오겐끼데스까”라는대사로전설이되어버린<러브레터>라는영화를처음으로대한것이언제였던가?아마도90년대후반(극장에서개봉되기전)이었던것같기는한데..남자후배중의하나가먼저"누나,이영화는꼭봐야해요!"라고권해서봤다.영화기획일을하던작은누나가이영화를맨먼저수입했었는데..반일감정이란벽에부딪쳤고,고전했었단다.영화는비품비디오테잎으로엄청나게퍼져나갔었다.그리고나역시비디오로이영화를봤다.영화는큰사건이랄것도없이차분하게이야기를풀어나간다.한편의조용한발라드뮤직비디오를보는것같았다.그런데,이차분함이추억과이어지면서공감과감동을이끌어내준다…내사랑도저랬는데..하는,
나에게사랑과편지는두단어가하나의이미지로통합연결되어진다.내게도오래된편지상자가있는데,아무리이사를다녀도버리지못하고유품처럼간직한오래되어종이색조차누렇게바랜편지들.그리고그편지상자에는이미이세상사람이아닌친구가보낸편지도있다.사람은가도편지는남는다.이영화에서처럼말이다.
동명이인을혼동한잘못전달된한장의편지로인해,한남자에대한추억여행이섬세하고서정적인영상으로펼쳐지는데,’기억과사랑’이라는일상적소재를아름다운영상과음악으로완벽히조합해낸솜씨가감탄스럽기도하고,마음속깊이밀어넣고꼭꼭봉인해둔첫사랑의추억이이와이슌지가만들어낸화면과그림자처럼겹친다.이영화를본순간부터나도이와이월드에자진가입해버린셈이다.
줄거리
후지이이츠키가죽은지2년.그의약혼녀와타나베히로코(HirokoWatanabe:나카야마미호분)는여전히연인을잊지못하고있다.겨울산에서조난당해숨진자신의약혼자후지이이쯔기가차가운눈속에서생명의불이꺼져가며느꼈을심정을알고싶은지,히로꼬는눈속에파묻혀가만히숨을참고있다가일어서면서영화는시작한다.
추모식에서연인의어머니를만나함께집으로간히로코는이츠키의중학교졸업앨범에서옛주소를발견한다.그집이사라지고국도가되었다는이야기를들은히로코는그주소로,연인의안부를묻는편지를띄운다.그런데난데없이답장이날아온다.묘한편지를주고받던히로코는그사람이,연인과이름이같은후지이이츠키(ItsukiFujii:미호의1인2역)이며중학교동창이라는것도알게된다.
히로코는이츠키를만나기위해먼길을찾아가지만집앞에서서성이다편지한통만남기고발길을돌린다.히로코는연인에대한그리움으로,자신이전혀알지못하고있는이츠키에대한추억을자신에게들려달라고부탁한다.이츠키는이름이같다는이유만으로고통의세월을보내야했던후지이이츠키(MaleItsukiFujii:카시와바라다카시분)와의중학교3년간을반추하며,동명이인을혼동한히로꼬의실수로잘못전달된한장의편지로인해,한남자에대한추억여행에빠져든다.
누구에게나첫사랑의추억은남아있을것이다.아무리나이를먹어도,세상의혼잡함에흔들려지치고물욕과과시욕따위로나자신을헛되게소모하는인생으로전락해버렸을지라도,첫사랑은늘그자리에탈색되지않는순수함으로남아있다.지고지순한첫사랑의추억을되새기게해주는영화한편으로이겨울의추위와그보다더허한마음의허기를달래본다.
이와이슌지(いわいしゅんじ/岩井俊二/lwaishunji)
그는1963년1월24일생으로<4월이야기>의배경이되었던미야자키현에서태어났다.요코하마국립대학재학중피아영화제에출품한단편영화가주목을받으면서1992년부터본격적으로TV드라마의각본과연출활동을시작했다.
그는본래일본아이돌스타들의뮤직비디오연출자였으며스스로텔레비전세대라고자임할만큼영화에대한전문교육이나현장실습을거친적이전혀없다.도제수업보다개인적인스타일이중시되는뮤직비디오작업을통해독자적영상언어를터득한것.
이와이슌지의필름데뷔작은1994년작인중편<언두>.결박당한여성의스틸사진에서영감을얻은<언두>는뮤직비디오를보는듯한화려함으로포장됐고전체적으로속도감있다.차기작은그의최대히트작<러브레터>.<러브레터>는이와이슌지의특이한영화문법이체계를갖춘작품이었다.회상에잠긴한여성과또다른여성이기억을매개로얽히는드라마<러브레터>는신세대들의감성에달라붙는상상력과생기있는청춘드라마를조합한결과다.기술적인측면도남다르다.이와이감독의특기인,여러대의카메라가동시에찍고인물들의감정선을따라부드럽게연결되는편집술은<러브레터>에서자리잡았다.자연이인물보다전경화되며자연과동일화된사자의이미지에매혹된다는점에서이와이영화중에선가장전통적인색채가강하다.
1996년에내놓은<스왈로우테일버터플라이>는한소녀의성장기를축으로야쿠자영화의폭력성과스릴러물의긴박한리듬을하나로섞는다.나비의시점에서도시상공을부유하는장면등에선감각적연출력이돋보이는이작품은<러브레터>를압도하는흥행의성과를거뒀고평단에서는이와이슌지최고의걸작이라는평가와국적도장르도없는이미지뿐인영화라는혹평이교차하는등논란을불러일으켰다.이작품으로인해이와이월드라는신조어가탄생하게되었다.1998년부산국제영화제에서선보인<4월이야기>는시골출신의대학생이겪는도시생활과로맨스를눈부신파스텔톤에담아낸뮤직비디오스타일의중편.1996년작<피크닉>으로베를린영화제에공식초청되며특별상을수상해국제적으로명성을날리게된다.2001년,그는<릴리슈슈의모든것>으로그해평론가들이꼽은최고의영화리스트에당당히이름을올리며타의추종을불허하는감성과영상미학을유감없이보여준다.2004년에는<하나와앨리스>를발표하였다.(씨네21감독사전참조)
수상
1996년베를린신문독자위원상
1995년베를린국제영화제넷팩상
1993년일본감독연맹신인감독상
1995년토론토영화제관객상
-최근작<뱀파이어(2011)>를연출중인이와이슌지감독
*아시는분도많겠지만,<러브레터>의여주인공나카야마미호는잘알려진일본의인기작가츠지하토나리와결혼했다.아이도낳고잘지내고있단다.그녀의실생활도영화속같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