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들의 슬픈 초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우리의청소년들이왜이런가?바로얼마전의청소년들의동네개학살사건도생생한데,이번엔불량여중생이초등학생을끌어다성매매를시키다니,그성매매의상대는누구인가?난용돈이궁해서거리낌없이이런짓을벌이는여중생보다그아이들이파는성을사는어른이더밉다.어떤문제에봉착했을때대부분책이나영화를통해해결점을구하는나는이영화를다시끄집어내본다.사춘기청소년들의가슴아픈초상화같은영화,<릴리슈슈의모든것>이다.아래리뷰는내가영화에세이를연재할때썼던글을옮긴것이다.

어른이되고싶지않은사춘기아이들의모든것

-이와이슌지감독의<릴리슈슈의모든것>(リリイ·シュシュのすべて)

AllAboutLilyChou-Chou-リリィシュシュのすべて(2001)
감독:이와이슌지
출연:이치하라하야토,오시나리슈고,이토아유미,아오이유우이
제작:록웰아이즈튜브엔터테인먼트
국내개봉일:2005.06.23

영화를본다.좋은영화는비디오나DVD를찾아서다시본다.이렇게여러번보는영화가많지는않다.그중에는전에얘기했던<첨밀밀>이나<팔월의크리스마스>도있고,<브에나비스타쇼설클럽>같은잘만든다큐멘타리영화도있다.

그리고이번에소개하려는<릴리슈슈의모든것>도여러번보는영화이다.이영화는길다.보통영화의런닝타임이90분에서110분정도인데비해서이영화는146분이나되니길다.그런데다잔잔하고치밀해서액션영화나대작영화에익숙한분들에게는보기에좀지루할수도있다.하지만이영화가주는섬세함에빠져들게되면,‘아,좋구나!’란감탄과함께청소년들의세계를좀더가까이느낄수있고,요즘아이들의생각이나행동양식에대한좋은자료(일본의경우이지만.우리와많이흡사하다.)가된다.

오늘소개하고자하는영화<릴리슈슈..>는여지껏소개된이와이영화들중가장길기도하지만,감독자신이가장아끼는작품이기도하다.실제로이와이감독은여러언론들과의인터뷰에서“<러브레터>는나의대표작이지만,<릴리슈슈의모든것>은나의유작으로생각합니다.”란말을함으로써감독자신에게도이영화가얼마나중요한가를나타냈다.이제까지의이와이감독의모든영화가다그렇듯이시나리오를감독본인이쓰는데,<릴리슈슈..>의경우는이와이가직접인터넷에연재했던자신의인터넷소설을영화화한것이다.

릴리슈슈는누구인가?

영화는싱그러운녹색의들판에소년유이치가헤드폰을끼고음악을듣고있는장면에서시작한다.그리고곧이어타이핑소리에맞춰글자들이찍힌다.

‘1980년12월8일10시50분이날은그녀가태어나고,존레논이마크데이빗채프만에게살해당한날이다…내게중요한것은그날그시간에그녀가태어났다는것이다…그녀의이름은릴리슈슈…‘

영화속의보이지않는주인공인릴리슈슈란신비한목소리를가진여가수는이렇게소개가된다.지금은인터넷세상이다.서로보이지않는상대,아이디로만존재하는상대를향해독백같은말들을주고받는시대.

주인공유이치는열세살이제중학교1학년인데,임신중이며미용실을꾸려가는엄마와의붓아버지와배다른동생과사는재혼가정의장남이다.열세살사춘기소년들은전철안에서졸고있는아저씨의가방을훔치고,아이들은잔뜩기대를하며가방을뒤져보지만그속엔말끔한약속어음과채권들뿐이다.“에이,재수없어.”공터에서가방속의현금이아닌그래서쓸모없는종이조각들은불태우는소년들.

유이치와친구들은다시음반가게에서CD를훔친다.(책가방에다CD들을마구주워담고도망친다.)바코드에서울리는도난벨소리,골목길을달려도망가는세아이,마치영화<친구>의한장면과도유사하다.다만<친구>는성인이다된학생들이고,<릴리슈슈..>에선열세살어린아이들이란차이만있을뿐.훔친물건을중고음반가게에다팔려하지만,주인아저씨는금방그것이장물인걸눈치채고‘난장물은취급안해.’라고잘라말한다.결국그가게에서쓸모없다는릴리슈슈의커다란포스터판넬을얻어돌아오는유이치.자자전거에다커다란판넬을간신히얹어밀고가는유이치.친구들은이런유이치를특이한취향을가진놈이라생각한다.현실의유이치는초등학교시절부터이지메(왕따)를당하고,의부,배다른동생과의사이도소원한,외롭고조용한성격의소년이지만,사이버세계에서의유이치는십대에게인기있는여가수릴리슈슈팬클럽홈페이지‘에테르자치구’를만들어필리아란아이디로시샵활동을한다.

이‘에테르자치구’에들어온푸른고양이호시노(이영화의두번째주인공)역시도이지메로얼룩진초등학교시절을지내고중학교에입학한소년이다.하지만소극적인성격의유이치에비해머리도좋고성취욕도강한호시노는자신의현실을극복하고자강해지려고노력한다.

사춘기청소년들의도피처내지는위안처라할수있는‘에테르자치구’에서는유이치가시샵노릇을하지만,실제의학교생활은그렇지가않다.중학교에들어와입학생대표로졸업식답사를읽어순식간에혐오대상1호가되어버리는호시노,그호시노와검도부에서만나친구가되는유이치와그또래들.검도부에들어간유이치와호시노는함께검도를배우고여학생들의빈정거림을받는호시노를위로하기도한다.

13살에는장밋빛이었던인생이14살에는회색이되어버렸다.

이들다섯친구들에게중학교1학년은그래도장밋빛세상이다.아이들은호시노의집에초대받기도하고,호시노의아름다운엄마에게막연한동경을느끼기도하면서막연한사이들이되어사소한나쁜짓(잡지에서본오키나와섬을여행하기위해저금통을털지만,어림도없자.학교의불량배들이어른에게서강탈한돈을다시훔치는..)도하고그돈으로함께오키나와로여행을떠난다.섬의신비로움에취하고,여행의자유로움을만끽하는소년들이지만,이여행은호시노에게두번의죽음과맞닥뜨리게하고,이사건은호시노를급격하게변화시키는계기가된다.

자살에대한갈망과함께사춘기의소년이가진좌절감과상처(학교에서의이지메,호시노아버지의사업실패와가정의붕괴는)호시노를잘생긴외모와월등한학업성적,발달된운동신경등다재다능한모범학생이자(괴롭힘을당하는아이에서)누구보다잔인하게동급생을괴롭히는악당으로변화시킨다.호시노의반항심은결국에는주변의친구들과동급생들을폭력적으로제압하는‘우리들의일그러진영웅’으로,막연한친구사이에서주종관계로두사람의관계를변질시켜간다.

머리좋은호시노가이지메당하는입장에서이지메를행하는위치로변한순간부터유이치와동급생들의삶은회색빛으로변해버린다.중학교2학년,14살아이들의세계가어쩌면이럴수있나하는생각이들정도로다잔인하고어둡다.학교폭력과강간,귀엽기만한동급여학생쯔다(이와이감독의페르소나같은소녀배우‘하나와앨리스’에서의그귀여운여학생이다)에게원조교제를시키고그돈을갈취하고,쯔다를감시하는역할을맡은유이치에게..돈을팽개치고짓밞고,논두렁흙탕물로뛰어드는쯔다와호시노처럼잘생긴외모와특출한재능을지닌탓에같은여학생들에게서시샘어린이지메를당하는여학생쿠노를버려진공장으로불러내집단강간하고라고시키는호시노.쯔다에게는알수없는죄책감을느끼고,쿠노에게막연한호의를품고있던유이치는이런일들이벌어지는걸알면서도말릴수없이지켜봐야하는자신에대해고통스러워한다.

어느순간너무많이변질되어버려악마처럼변해가는호시노는학교에자신의비행을고자질했을거라면서유이치마저불러내체벌을준다.더이상이들은친구가아닌것이다.결국본의아니게매춘을하던쯔다는자살하고,릴리슈슈의공연이열리던날.푸른고양이가바로호시노였단걸알게된유이치는호시노를칼로찔러살해한다.

너무나고통스럽고어두운사춘기청소년들의모습들이지만,그잔인한현실을보여주는이와이감독만의특출한표현력이감동을준다.

기다리고기다리던릴리의공연,그입장권마저도호시노에게빼앗기고,공연장밖의대형스크린으로공연을지켜보는유이치..이장면에서야외스크린을통해처음이자마지막으로그모습을드러내는릴리슈슈는노래한다.‘…어른이되려다그만두었다.’라고..

‘에테르는영원하다’

릴리슈슈란가수를통해이아이들이얻고자하는‘에테르’란무엇인가?

“에테르는감성의촉매제다.”

“에테르가세계를가득채우고있다.”

“절망은빨간에테르,희망은파란에테르…”

“오늘은행복의에테르를받았습니다.”

“릴리의새앨범을사고야말았습니다.신선한에테르를주입한나는소생했다.”

“릴리의에테르에는특수한힘이있어서우리의마음을치료해줘.”

“우리가하찮을존재일지라도살아갈의미가있다는것을알게해주는힘….”

“내등을갈기갈기찢고하늘로춤추며올라간다!”

“난하늘을날고있다,날고있다!날고있다!”

사춘기청소년들에게릴리가전해준다고하는에테르는곧이들만의종교이자구원의휴식처이다.나는영화를보면서너무나마음아팠고,아이들이상처를서로주고받는모습이생생하고날카롭게느껴져눈물흘리기도했다.그리고이청소년들에게그들이찾는구원의에테르만이라도풍부해서힘든사춘기를잘넘기길간절히,간절히바라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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