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여행하는 색다른 방법 -도쿄 펄프픽션

도쿄를여행하는색다른방법?

도쿄펄프픽션-이강훈지음.웅진윙스

기행문인가?소설인가?구분이안가는,애매모호하기도하고기발나기도한책.

그러나제목에붙은대로대중적인읽을거리인펄프픽션도아닌것같고.

이책을처음집어들었을땐난삽한제목(‘응,이사람도나처럼영화’펄프픽션’매니아인가보네?-사실난’펄프픽션’보다는츄리닝입은여성킬러우마서먼의폼나는복수기’킬빌’을훨,음청좋아한다.)

두툼한책에다이름도낯선작가가자극적인제목을붙여서책좀팔아보자는건가?암튼썩재미있을것같지는않네..혼자궁시렁대며읽기시작했는데..

이야기는언뜻평범한여행기일것처럼시작해서엉뚱한방향으로튄다.엉뚱할수있단것이정통작가(?-왜냐면저자는일러스트레이터로알려진사람이니깐,)가아니기때문에가능한이야기다.언젠가동화같은그림을그리는화가김점선이쓴글을읽다가’콜라병은맛있다.’란귀절에탄복한일이있다.콜라가아니라콜라병이맛있게생겼단이야기다.

음료수가아니라병이맛있단생각을할수도있는것이화가의눈이자모든예술가의시각이기도하다.그러나사실에가까운허구를묘사해야하는작가의입장에서는리얼리티가우선인법인데,이책은이런쟝르적개념을무너뜨리고있다.여행기와저자의상상력이뒤섞여사실과환상이공존하는여행소설이다.(-인터넷서점에선비소설로분류해놓기는했지만,다읽고난내결론은이책은결국소설-소설에가깝다.)

아무튼지난여름나이책무척흥미진진하게읽었다.사진과삽화도쏘옥마음에들었고,결국책에조그맣게나와있는저자의블로그를찾아가얼마든지담아가도좋다는삽화그림들도얻어오고,이다도그랬지만,누구작품인지만확실히명시해준다면포슽에사용해도좋다는거다.(작년여름부터내놑북의바탕화면이이렇게얻어온이강훈의도쿄만일러스트이다.)나도버릇대로책사진을몇장찍기는했지만,역시원판그림이좋다.(마찬가지로내글과사진을몰래펌해서옮겨놓는분들도출처를분명하게명기해주실것을바람.)

책을몇페이지읽어나가다보면바로나카메구로의한카페에앉은저자의옆에서살찐고양이가푸념하는소리를듣게된다.말하는고양이가츠오다.이렇게도입부서부터엇,이거여행기야?판타지소설이야?헷갈리기시작하면서말하는고양이란존재의등장으로확빨려들어가버린나.우헷,도쿄에는말하는고양이가있군요!도쿄로말하는고양이를만나러가야하겠지?그런데그고양이는일본어로만말하나?영어와불어까지한다구??

한낮의인적없는주택가를걷는것은도쿄를여행하는작은즐거움중하나다.

때때로나는일부러도심에서멀리떨어진이름모를동네를찾기도하는데,굳이숨어있는예쁜카페나자랑할만한비밀장소를발견하지않더라도,걷는것그자체로위안을얻곤한다.그것은내가이곳의생활인이아닌,여행자이기때문에얻을수있는특별한위안인것이다.-p299-300

이런부분을읽으면이책은분명여행기처럼보인다.그런데이여행기는곧잘엉뚱한방향으로비약해버린다.

상상도둑이란다.상상을도둑질한다는게가능하기나할까?누군가나와똑같은아이디어로거의동시에비슷한내용의작품을발표한다면누가누구를도둑질한게되나?

책의서술방법만큼구분이안가는것이실제찍은이런풍경사진에다저자나윗그림의하라주쿠의뒷골목에서화단에물주는여성처럼사람을그려넣었다.사진과일러스트의접합.책속의삽화역시쟝르를복합하고있다.

언뜻어떤책에선가읽었음직하기도한<시간을빌려드립니다>란이야기도나름아기자기하고,사춘기의내겐보석같았던이야기마르셀에메의<벽을드나드는남자>를떠올리게도했다.마르셀에메는청소년들에게꼭권하고싶은작가인데,벽을맘대로드나드는남자가있고,자기자신을필요에따라여러명으로복제해내는여자이야기도있다.

내사춘기에지대한영향을끼쳤던마르셀에메정도의상상력은아니어도이도쿄펄프픽션은저자의독특한도쿄탐방기이자환상과현실을미묘하게혼합해낸여행판타지이다.

책에서내가가장산뜻하게읽었던이야기는<시모키타자와의아나키스트>다.상점에서물건을훔치는것이아니라오히려해적판옷을버젓이걸어두고나오는숍드로핑(shopdropping,상점에무언가를몰래떨어뜨리고가는행위)를하는아나키스트들의이야기인데.무척유쾌하다.

책들이소곤거리는소리를들어본적있나요?나이먹은책들은대개품고있는종잇조각들보다스무배쯤더많은이야기를품고있죠.시간을머금은이야기들은종이와잉크로는표현할수없는것들이라서책의속삭임을직접듣지않는다면우리는그것을경험할수없답니다.오래된책에영혼이깃든다는이야기는괜한말이아니거든요.물론그책들을만나려면당연히고서점을찾아가야합니다.아참,한가지중요한사실을빠뜨릴뻔했군요.책들은주로세상이모두잠든한밤에만속삭입니다.(이유는굳이설명하지않아도되겠죠?)

고서점의밤은그래서언제나속삭이는소리들로가득차있습니다.달이깨어나는시각에시작되는이야기는별들이모두잠들고어슴새벽을지나다시해가눈을뜰때까지그치지않는답니다.고서점들이차분한듯하면서도어수선하게느껴지는이유를이제아시겠죠?만일책들의속삭임을듣고싶다면오늘밤몰래그곳을찾으면됩니다.어쩌면당신은어떤책에서도읽을수없었던진기한이야기들을듣게될지도몰라요.물론운이좋다면말이죠.-p347(시모키타자와20-밤의고서점)

-이책에서젤이쁜문장@!

살찐고양이의푸념
상상도둑
그녀를찾습니다
시모키타자와의아나키스트
시간을빌려드립니다
웨스트게이트파크의외계인
무라카미코쿤이라면
다시상상도둑
room506-도쿄의젊은친구들에게곽광받는디자이너스호텔

-이상이책의목차인데,

이케부크로의한공원에가면외계인노숙자를만날수있을것같기도하고,-<웨스트게이트파크의외계인>

야나카이렌의카페’란포’에가서"사바,사바,사바…"하고작은소리로속삭이면고양이탐정단이의뭉스럽게인간고객의사건의뢰를접수해줄지도모른다(?).-<그녀를찾습니다>

사실과허구가교묘하게접합된이이야기를따라도쿄를여행해보는것도색다르고유니크한여행이될것같다.너무나멀쩡하게상식적인내눈으로는거리나카페의겉모습만보고그속에사는상상도둑,말하는고양이나고양이탐정단,시간대여회사나숍드로퍼를만나지못해풀이팍죽어돌아오게되더라도말이다.

도쿄뒷골목어느오랜된카페에나망연히앉아있다보면혹시알어?늙고살찐고양이가나타나서

"나나씨는잘지내나요?"하고물어올런지…화들짝@


이강훈-10년차일러스트레이터이자풋내기이야기꾼.그동안많은책과잡지,일간지등의매체에그림을그려왔다.손에쥐고한페이지한페이지넘기는종이의감촉을좋아하고,환상과현실을넘나드는이야기와때론책한권보다더많은이야기를품고있는그림을사랑한다.이책은지난10년간품고있던,언젠가는나만의이야기를들려주리라는소박한꿈의즐거운첫단추다.지은책으로는[반칙의제국],[나의지중해식인사]가있다.

도쿄펄프픽션 저자 이강훈 출판사 웅진윙스(2009년06월24일) 카테고리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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