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이른추위가찾아온날여름내접어두었던러그를부랴부랴꺼내깔았다.

가스비전기료다올라서겨울을앞두고난방비걱정도심하지만,더간단하지만필수적인문제가난방보일러인데,울집의오래된보일러는내가이사올때부터가동하는폼이영시원찮아서샤워를하다보면찬물을뒤집어쓰는경우가빈번했다.그러다지난겨울강추위로보일러가동파되어서그야말로혹한에냉방에서벌벌떨었고.

비싼가스비에기가막혀,가스회사에다비용이잘못책정된게아니냐고항의까지했던일도있었다.

여름에야찬물을뒤집어써도별걱정이없으니지나갔지만,추위가닥치자마자쿨럭쿨럭하던보일러가완전맛이가버렸다.그사이수리요청을여러번해서부품하나깔아끼면어느기간가동되는듯하다가멈추고,다시또수리받으면잠시돌다가또멈추고..마지막엔수리기사가

"이보일러더이상수리해봤자.상태가나아질수없으니까집주인에게얘기해서새걸로바꾸세요."

최후통첩을하고갔다.마음약한나는주인에게말하기도겁이나고,왜냐면요즘전세값이그렇다.

미친전세값에내년봄까지전세금을올려줘야하고,보일러고쳐달란얘길꺼냈다가혹시라도집비우란소릴들을까봐보일러고장났단소리도못하고내가알아서고쳐가며살려고했는데,이건문제가심각.

새보일러값이53만원이란다.이건도무지내가해결할수있는건이아니다.그리고보일러야당연히집주인이해줘야하는것이기도하니깐,망설이다가지방에가있는집주인에게전화했더니.

며칠뒤에올라가서직접확인하고결정할테니기다리란다.

그기다리는일만꼬박2주였다.

보일러야그전부터계속말썽인거고.

난방이야아직까지버틸만하니까.러그꺼내깔고,두터운옷꺼내입고.

그런데일주일에5일은출근하니까.당연히일주일에5일은씻어야하는데..샤워하는일이곤욕이다.

내혼자살림에는흔히들곰솥이라부르는큰냄비도없다.올망졸망작은냄비몇개.전기포트하나.

내가가진것중에젤큰중간크기의냄비두개가스불위에올려놓고,전기주전자에물끓이고,이렇게해서고양이세수하듯이머리감고,그물로몸까지씻고,찬물로헹구고..실내온도가12-3도정도밖에안되는집에서이렇게씻는다는건.밤중에는실내온도가더내려가니낮에다행인건내가오후출근이라낮에씻을수있단것.요즘날씨는실내보다실외가더따뜻하게느껴지는데….힘들어…살기싫다.하는생각이절로드는2주였다.

피난민이따로없다.그야말로아주어릴적.부산대청동산꼭대기시절로돌아간듯한꼴이다.

사는게뭔지…

이층친구는날더러왜그렇게징징대냐고집주인에게당당하게요구하고,전세금문제는내년봄에가서그때고민하란다.그똑똑한머리로그런사소한문제(?)하나해결할줄모르냐고…난이말로도상처받는다.돈이없어봐라사람이얼마나기가죽는데..

그런데넌내가징징대는걸로들려?

난싸울줄을모른다.큰소리지를줄도모르고,이것저것야멸차게따지지도못하고,상처받으면끙하면속으로들어가버리는성격이라.

사람이달리우울증에걸리는게아니다.집이집같지가않을때가장기본적인일이해결되지않을때.내년봄까지전세금천만원더마련해야하는일이벌써부터내겐커다란스트레스인데,여기다보일러까지말썽이니.

징징대고있다.징징댈수밖에없다.

본인은나랑비슷한작은집에전세살면서오래전에분양받아세만주고있던멀쩡한아파트팔아서그돈으로영화만드는다른친구를보고있자면.그래쟤는저렇게도사는데..난뭘까?

나는왜이렇게전전긍긍하며살지?

까짓돈마련이안되면더싼곳을찾아이사가면되는거지….그런데울나나랑예예는?

이러니또풀이죽는다.냥이들은사람보다장소에애착심을갖는동물이라.얘들때문에라도집옮기는건쉽지가않다.

인간이살아가기위한필수적조건은당연의식주문제이다.

그런데작은냄비로물덥혀씻고,냉방에서벌벌떨며지내는2주동안은정말이지세상살기가싫었다.

나나야,너두이하녀옴마가징징대고있다고생각해?응?

-보일러는새로갈았습니다.그간얼마나마음고생이심했던지…실내온도보다마음이더지쳤습니다.보일러를곧바로바꿔줬으면그생고생안했을텐데.이렇게간단한것을,이젠집이천국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