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빠졌을때느끼는절대고독
나도한때무라카미하루키의열렬한추종자였다.아니일찌감치하루키열병같은걸앓았다.<상실의시대-노르웨이의숲>을처음읽었을때의흡입력이라니!현대인의고독과소외감을우울하지않게,유니크하고세련되게,또그러면서도투명하고산뜻하게글로풀어내는작가도있단것이놀랍기도하고반갑기도해서,이리저리아는친구들에게는다이소설좀읽어보라고권했었는데..
국내에번역되는대로하루키책은죄다찾아읽었는데..하지만내가진짜흉내내고싶었던건.하루키식의글쓰기가아니라그의라이프스타일이었다.
그날은오랜만에신주쿠로나가기노쿠니야서점에서새책을몇권사고,영화관에들러뤽베송의영화를보았다.그뒤비어홀에서안초비피자를먹고중간크기잔으로흑맥주를마셨다.그리고러시아워가되기전에주오선에올라타방금산책을읽으며구니타치까지돌아왔다.간단하게저녁식사를만들고텔레비전으로축구시합을볼작정이었다.여름휴가를보내는이상적인방법이다.덥고고독하고자유롭고누구의방해도받지않고,누구도방해하지않는.-<스푸트니크의연인>117쪽
재즈를즐겨듣고요리를잘하고,야구를좋아하며고양이랑대화하는남자.알다시피그는개인적인부분은다비밀로묻어두고있어서결혼식도올리지않고한여자랑아이도안낳고오래같이살고있고,사진작업을한다는그의부인이누군지도모른다.같이사는건분명한데,보통의생활인과는다른삶.나도이런삶을꿈꾸었다.티브이나신문이없는곳에가서조용히글쓰고,여행다니고,요리를하고,달리기를하며지내는일상.그러다가이런일상속에초현실적인픽션이삽입된다.일상과픽션이적절이조합된에세이식의소설이하루키소설이다.
이렇게내나름대로정리를해봐도여전히하루키이름만보이면책을뽑아들고읽는다.그리고스멀스멀잘읽힌다.이책은사랑에대한이야길하고있구나.사랑하는사람들간의고독.저자는절대고독이라고말하지만,고독이란인간인이상숙명처럼따라다니는게아닌지..그보다는이책을읽은지가제법되었는데,리뷰를올리려고자료를찾다보니다시이책이그립다.다시읽고싶어진다.쓸쓸한늦가을날이런쓸쓸한러브스토리를읽는것도제법괜찮은치유법일것같다.
스푸트니크의연인-무라카미하루키임홍빈역.문학사상사2010
스물두살의봄,스미레는난생처음사랑에빠졌다.광활한평원을가로지르며돌진하는회오리바람처럼격렬한사랑이었다.그것은지나가는땅위의형태가있는모든사물들을남김없이짓밟고,모조리하늘로휘감아올리며아무목적도없이산산조각내고철저하게두들겨부수었다….사랑에빠진상대는스미레보다열일곱살연상으로,결혼한사람이었다.거기에덧붙인다면여성이었다.그것이모든것이시작된장소이자(거의)모든것이끝난장소였다.-<스푸트니크의연인>의첫문장.
줄거리를간단하게이야기하자면스미레라는작가지망생의젊은여성이17세연상의인한국여성뮤를사랑하게된다.젊은여성이나이차가많이나는여성을사랑하니까동성애이다.이스미레와학교교사이며스미레의유일한친구이자제자의학부형와불륜관계에있는K란남자.이세사람이주인공이다.동성애를다뤘다고해서특별한이야기인것도아니고,제자의부모와불륜관계를저지르는K역시특별히부도덕한인간도아니다.소설의주제는어디까지나사랑과사랑하면서도고독한,아니스스로를소외시켜나가므로해서고독할수밖에없는사람들의존재감이야기니까.
언제나그렇듯이하루키는대단히이성적인사람이라얼핏회오리바람같은사랑이야기를하는가하면서결국은등장인물들을하나하나따로떼어놓는다.소외는결국누가만들어주는게아니라스스로를소외시키는사람의몫이란걸읽게된다.제목인’스푸트니크’는러시아의인공위성이름이고,러시아어로’여행의동반자(travelingcompanion)’라는뜻이다.지구둘레를빙글빙글돌고있는외로운인공위성.연인이란사랑하는사람의주위를그렇게돌고있는고독한물체와같다는의미로붙인것이다.연인뿐아니라우리모두가하나의인공위성같은고독한존재란의미이기도하다.
"세상사람들대부분은자기사진을픽션의틀안에놓아두고있어.물론나도마찬가지야.자동차의트랜스미션을생각해보면돼.그건황량한현실세계사이에놓여있는트랜스미션같은거야…그렇게하는것에의해상처받기쉬운살아있는자신의몸을지키고있는거야.내가말하는것이해하겠어?"-107쪽
…나는눈을감고귀를기울인채지구의인력을단하나의끈으로삼아하늘을계속돌고있는스푸트니크의후예들을생각했다.그것들은고독한금속덩어리로서,차단막도없는우주의암흑속에서문득마주쳤다가스쳐지나가고그리고영원히헤어져버리는것이다.주고받는말도없이,만나자는약속도없이.-303쪽
의자안에서잠시눈을감고있다가눈을뜬다.조용히숨을들이마시고내쉰다.나는무엇인가생각하려다가아무것도생각하지않기로한다.그러나그사이에는실제로별차이도없다.사물과사물사이에,그리고존재하는것과존재하지않는것사이에나는명료한차이를찾아낼수없다.나는창밖을내다본다.하늘이희부옇고구름이흐르고새가울고새로운하루가자리에서일어나이별에사는사람들의의식을주워모으기시작할때까지.-344쪽
마치빈껍질같다-그것이그녀에대해서가장먼저느낀인상이었다.뮤의모습은내게,사람들이한명도남김없이떠나버린뒤의방을연상시켰다.뭔가매우중요한것이(그것은회오리바람처럼스미레를숙명적으로끌어당겨페리갑판에있는내마음을흔들어놓은무엇인가였다.)그녀안에서최종적으로소멸해있았다.거기에남아있는가장중요한의미는존재가아니라부재였다.생명의온기가아닌기억의정체였다.그머리의순수한흰빛은내게피할수없는,세월에표백된인골의색깔을상상하게했다.-345-346쪽
스푸트니크의연인(양장)
저자
무라카미하루키(HarukiMurakami)
출판사
문학사상사(2010년03월26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