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외롭다

난요즘많이많이외롭다.베이비붐세대인중년여자.고양이두마리와근근이살아가는여자.그리고그고양이들때문에셋집에서쫓겨날위기에처한여자.이사갈곳을찾아야한다는압박감이내고독감을칼로긁어내는것같이아프다.

그래서안하던짓을했다.난여지껏동창회라곤나가질않았었는데..소규모로몇사람씩모이는건해도전체동창회는한번도참석해본적이없다.그런데도늘문자메세지를받는다.어제도’오늘은우리가만나는날모두모두꼭오세요~’문자를받고는충동적으로참석한것.

그전에친한동생이랑통화를하다가..’얘,오늘동창회란다…’했더니,’언니,그렇게우울하게풀죽어있지말고.동창회가세요.가서한바탕웃고놀고와.’조언을한다.하긴고민하고앉았다고해결되는일도아닌데…

같이근무하는분도’교대시간지나도내가자릴지켜줄테니다녀오세요.’한다.그래염치없이내자리를부탁하고나섰다.

그런데장소가어딘지모르겠다.어디로오라구?용산전쟁기념관으로?

전철을타고,옆자리에앉은내또래의중년여자분에게’혹,전쟁기념관가려면어디서내려야하는지아세요?’

했더니,’전더몰라요.이렇게지하철노선도가지고다니면서돌아다니고있는걸요.’한다.

나란히앉아있던아저씨가’거,전쟁기념관가시려면삼각지에서내리셔서1번출구로나가세요.’하고알려주신다.역시나이든남자분들이이런곳을잘아시나보다!

옆자리에서지하철노선도를폈다접었다하는걸보니,바로트루디님이떠올라’혹,교포세요?’하고말을나누기시작했다.미시간에서왔다고해서,’그럼시카고에서?’했더니시카고인근이란다.

‘어머,제친구도얼마전여행을왔는데,지리산도가고,보성녹차밭도가고,몽돌해수욕장도가고,제주도둘레길도가는투어일정으로단체로왔더라구요.’

‘샌프란시스코사는제동생이얼마전에그렇게다녀갔어요.그런데난혼자여행하는것이좋더라구요.그런데한국은너무많이변하고있어서매년한번씩나와도어디가어딘지모르겠어요.’

우리대화를듣고있던옆자리아저씨가참견을하신다.

‘<전쟁기념관>두꼭가보세요.거기볼만합니다.전체를돌려면한두시간걸리니까시간여유있게잡고가보세요.’

미국동부에서한국을나오자면장시간비행기타는일이고역이란다.그래다시안올거야하다가도어느날이면또서울이그립고,다시와보면기억속의서울이아니라헤메다니고한다고..

‘여기서사는저도마찬가지예요.서울은날마다변하고있는것같아요.가끔씩일이있어나오면익숙한장소에서도외로움,낯섬을느끼죠.’

‘여행잘하시고편안히다녀가세요.’

인사하고내가먼저내렸다.

전철에서아저씨가일러준대로1번출구로나가바로<전쟁기념관웨딩홀>을찾아갔고,여기서는아래위층다이런동창모임이열리고있어서,처음엔엉뚱한동창회자리에들어섰다가내자리를찾아갔는데,내가느낀것이지금우리나라에서가장행복하기도하면서사회의중추로힘들기도한것이나같은베이비붐세대가아닌가하는것이다.모인친구들중절반이상이근삼십여년만에만나는것인데,다행이입구에서명찰을나눠주니이름표를달고서로’어머너,너무반갑다.”넌,어쩜그렇게그대로니?’하며다들얼마나잘들노는지..

동창회에서진짜신나게놀고왔다.그래서외로움이사라졌냐고?아니다.

차가져온친구차들이방향이비슷한친구들을나눠태워서왔지만,비내리는길에는점점이중년의외로움이..

그래도이외로움은따뜻하다.

얼마전이웃인무터님이이웃공개로<외롭다는것>에대한글을올리셨는데..무터님의일상을솔직하게보여준담백한글이라많이공감하며읽었다.그포슽읽으면서요즘내가느끼는이고독감이라니…내가이사갈곳을못찾아전전긍긍하다보니이세상이이렇게막막하고외로울수가없다.허공에뜬나의맨발-솔벨로우의소설제목같이무거운내가이삶이공중에떠있는것같구나.내가바로고아로구나너무외롭구나.절감하며지내는터라그포슽에다나또한솔직한댓글을쓰고말았는데..

아멜리에 저는고독하단걸뼈저리게느끼고사는사람이라..무터님이야기랑아래댓글까지죄다정독,

세실리아님무식이이야기도재미있구요.

엘룟님이한국남자들정신적인장애인이란말도수긍이가고,

양송이님의확실한대답도좋습니다.그렇죠?집밥이젤로좋은데왜나가서먹나…

그런데존재의고독감은부부간에서느끼는것과

저처럼완전혼자일때느끼는고독감은조금차이가있습니다.

다들결혼해서사는제친구들이’너만외롭냐?남편자식있어도외롭긴마찬가지야.’란소리를하면,
전대답할말이없습니다.

이외로움이어느정도인지표현할수가없기때문에요…

고독을느낄줄안다는것도인간이기때문이기도하고,고독의크기란결국그사람의내면-상상력의크기와비례하는게아닐지…

누구나외롭다.그러나외로움을느낄줄아는것이또인간이기도하다.

내인생에도다음열차가있을까?사는일이외롭고팍팍하단걸절감하는나는오늘도내인생의또다른열차를기다린다.외로워서불행하냐고…?묻는다면,나아멜리에는오늘도슬프지만행복하다.내가선택한내몫의외로움도역시살아가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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