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된장같은 슬픔

어제는30여년만에그리운얼굴들을만나러갔었다.

이게다내가오래블로깅을한덕분인데,남산시립도서관에서<물망초독서회>를같이했던친구들.누군가물망초독서회를검색해보니언제가내가블로그에올린글이뜨더란다.이렇게해서연락이되는몇사람이송년모임을겸해만나기로한것.그런데어제도난근무하는날이라약속시간에는못맞추지만최대한빨리가겠다고약속을했고,만나기로약속한장소가경복궁역근처라지하철3호선으로갈아타려고바삐걷다가마주친여성노숙인.다시쌀쌀해진날씨에조금이라도따뜻한지하철로들어와이혼잡한환승역에서새우잠을자고있다.

노숙인을그것도여자인경우는정말어쩔줄을모르겠다.내발걸음이바쁘니사진한장찍고돈한푼(진짜한푼이다.천원짜리한장)을팔꿈치사이에다끼어넣고지나왔다.그리고약속장소로가반가운친구들을만나고,웃고수다떨고노느라이여자를까맣게잊어버리고있다가새벽에깨어나어제찍은사진들을정리하려니까이사진부터툭튀어나온다.

기껏돈천원놓고온내가너무한심하고부끄럽다.친구들을만나러가는길이니내가차비없다면친구들이줄거고…비상금으로가지고다니는만원을주고올걸.내생활이빠듯하기도하지만,요즘은현금을가지고다닐필요를못느낀다.교통카드하나면어디든지갈수있고,정급해서택시를탈경우에도카드로계산하면되니까..

나사는일만걱정했지.내가왜이렇게매정한사람이되었을까..사진을들여다보며저비닐봉지에담긴저여자의삶이라니.맥도날드할머니는그래도따뜻한실내에라도앉아주무셨는데..나살집구할걱정하느라조블이웃들마음쓰게하면서,실제론나보다훨씬어려운사람을그것도여자를그냥지나쳐왔다는자책감이무겁다.

어제주말의지하철을갈아타며느낀거지만,외국인들이많다.3호선을기다리는줄에는독일인한팀,전철안에선일본어와중국어가앞뒤에서들린다.며칠전전철안에서만난교포여자분이랑도얘길했던거지만,서울은지하철이사방으로잘연결되어있어서너무편리하고좋다고,3호선이시내중심가를관통하는노선이라유난히외국인관광객이많은듯하다.

이렇게많은외국인들이한국을찾는데,기왕이면더많은외국어안내판이있었으면좋겠구나하는것도느꼈다.영어뿐아니라중국어와일본어로된안내판도설치해야만하는게아닌지..

이야기가벗어났는데,지하철구내에서초라한행색의여성노숙인이잠을자고있다고해서옆에선독일인들에게부끄럽단생각은안한다.그보다는추위를조금이라도피할수만있다면어디이든잠시라도슬픈잠을잘수있는공간이라면자게해줘야하지않겠는가.

내머릿속이조금이라도빨리친구들만날생각에꽉차있지만않았다면,좀더인간다운처리를하고왔을까?아니면내능력이안된다고혼자끙끙대기만하다가왔을까?나란사람의속알딱지.인색함,무능력다한심하다.진짜한심하다.이런된장같은아멜리에.

저여성노숙인은잠이라도제대로잤을까?누군가잠자리를찾아줬을까?

울집은춥다.지난겨울도시가스요금이어마하게나온일이지금도생생해서난내집난방온도를15-17도사이로맞춰놓고,집안에서도파커를입고지낸다.올리뷰에서받은보이로전기요애용하고있고,..사실전기요는저여자에게더필요한데.달랑돈천원주고온일두고두고날괴롭힐것같다.

예전엔이렇지않았다.여성노숙인,걸인을만나면어떻게든인근파출소에데려다줬었고,나보다젊은여자인경우에는집으로데려와하룻밤은재워서보내기도했었는데..나이들수록사람은더사람다워져야하는건데,난왜이모양일까.장은묵힐수록맛이드는거라는데…나이들수록더이런빌어먹을맛없는된장같은나.말라비틀어진된장덩어리같은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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