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콩 반말

콩반말

어제난내생애첨으로콩을반말이나샀다.간혹농협이나마트에서500g짜리봉지에든건샀지만,서리태를반말이나사보긴처음이다.

독거노인

그전에내집은이웃님들이잘아시다시피단독주택반지하이다.반지하에는12평크기의똑같이생긴세가구가나란히있는데,내가첫번째집이고,올봄혼자사는할아버지가옆집으로이사오셨다.독거노인이이사온다고해서사실조금걱정이되었었는데,청력이약해져서귀가잘안들린단것외엔할아버님이아주건강하고부지런하셔서참좋은이웃이다.사실그전에살던가족보다훨좋다.

할아버지는과천토박이시고,이전엔비닐하우스에서사셨다는데,보금자리주택을짓느라토지공사에서할아버님을이집으로옮겨놓은거란다.사실콩이야기하기전에도언젠가포슽에다할아버지이야기를함올려야지생각하고있었는데…

그저께출근하려나서는데,옆집할아버님이날부르신다.

"아줌마,나내일돈삼만원만빌려줄수있어요?"

"내일요?"

"지금은없지만,내일이라면빌려드릴수있어요."

그리고어제돈을찾아다할아버님께빌려드리면서그돈이왜필요한지를알게됐다.

할아버님이콩을두말이나사셨단다.한말에10만원씩두말이니20만원이니거금이다.

"할아버님왠콩을그렇게많이사셨어요?"

"밥에놔먹으려고샀죠.난콩이좋아요.작년엔된장도담았구."

내입이턱벌어진다.세상에난한번도된장을담아본적이없다.물론엄마가담으실때옆에서거드는건많이해봤지만직접담아본적은없는데..혼자사시는할아버님이직접장도담으신다니!

이사오신날부터할아버님부지런하신건알았지만,이정도일줄이야.

(여름내비가많이내려곰팡이가생겼을때는할아버님은직접도배를하셨다.젊었을때는목수일을하셨다고,목재를사다가침상도직접만드는모습도뵜고,)

"할아버님,저한테빌린돈대신그콩좀나눠파시겠어요?"

할아버님이선뜻그러라고하신다.내집과똑같은크기에똑같은모양새의집인데,올망졸망짐으로가득찬내집과달리할아버지의집은가구가거의없으니방하나는텅비었다.작은방에는콩두자루와춥다고실내로들여놓은화분몇개가전부다.

콩을보니서리태가정말좋다.나누기쉽게반말을사기로하고,할아버님이양푼으로콩을담아나눠주신다.것도내가가져갈몫을듬뿍담아더덜어주셨다.

"절작은쪽으로주세요."

"아냐,아냐,난여기한자루또있잖어."

콩을이렇게한번에많이사본것도처음이고,콩의품질도좋고,나이제일년내내콩밥을먹을수있겠구나!

뿌둣하다.이뿐이아니다.

"할아버지,저요이집전세금을너무많이올려달라고해서이사가야해요.그래지금싼전셋집을알아보고있는데..찾기가힘드네요."

토박이이신할아버지는여기굴다리시장초입의부동산엘가보란다.

"거긴내친척이하구있어.가서내이름대구,찾아달라고해요.나두얘기해둘테니..참,살고있는사람한테그렇게올리면안되는건데..싼전세집꼭찾을수있을거야.너무걱정말아요."

참다정하신분이시다.모양새좋고,단단한검정콩.할아버님은검정콩같은분이시구나.독거노인이라해도이렇게밝게건강하게사시니..나도늙으면독거노인이될텐데..할아버님처럼씩씩하게살수있을까?나도칼슘이듬뿍들어있고,저지방에고단백식품인콩같이쓸모있는사람이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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