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한 채씩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들

요즘내가안하던짓을많이한다.지금의상황이무척불안하고슬프고초조하니까.그래서사람들을만나러돌아다닌다.사람이그립다.집귀신이란말을들을정도로출퇴근하는일외에는문밖출입을거의안하고지냈다.시인으로등단한지도오래되었는데,늘열리는행사에도거의참석을안하고,하다못해시인협회나문인협회에가입조차안하고사는게나다.선배시인들몇분은임영란은연락두절-실종된상태아니냐고까지알고계신다.

때론’나시인맞어?’하는자괴감마저들정도이다.

요즈음은집에들어오는일이괴롭다.울나나와예예가기다리는집인데,얘들이랑똘이,따뜸이밥챙겨줘야하는데…여기가내가살집이못되고이집을떠나야한다는생각이집으로들어오는내발걸음을무겁게만든다.그래서전에는도통참석안하던행사도연락만오면찾아간다.그래서어제는<문학아카데미문학상시상식>엘갔다.이번수상자인윤강로선배님과장순금시인에게축하인사도드리고싶지만,그보다는내일과를조정해서까지찾아간것은이춥고외로운마음을사람들사이에끼어넣고싶기때문이다.

사람들속에있는일이좋다.내가이름을아는이몇분외엔이름을모르는이들이더많지만말이다.그래도여기모인사람들은다절한채씩가슴에담고사는시인들이다.따뜻하다.

사람이어서따뜻하고,시란절을지으며살고있는이들이라더따뜻하다.

나어제도행복했다.사람이어서행복했고,시인이어서행복했다.수상자중어느분인가는직접농사지은쌀과깨로떡을해서테이블마다나눠올리는데,우리테이블에준그맛있는깨인절미한접시를그대로비닐봉지에담아내손에쥐어주는시인이있어서더행복했다.이떡봉지는사무실로가져갈거다.내가누군가에게나눠줄수있는걸받아왔단게고맙다.사람이어서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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