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외로운존재는뚱뚱하단얘길쓴적이있다.
어젯밤난오늘이사간윗집친구랑한지붕아래의마지막밤을기념하며함께와인을나눠마셨었다.
‘전세값폭등이진짜우리들을너무힘들게한다…’폭폭한숨도내쉬어가며,
‘앞으로어떻게살아야하지?그래도넌이사갈수있으니잘된거고,난어떻게해…’
오늘이렇게추운날친구는이사갈집이비어있으니바로들어간다고떠났다.
이제집으로들어오는길도어제같지가않다.내가맛있는걸사와도나눠먹을친구가없다.
풀죽은나는어제마시다남은와인을홀랑홀랑마셨고.여기다반값으로파는골뱅이한팩사온걸삶아서안주로먹었다.골뱅이만먹은게아니라포항시금치도세일하길래같이사온것을절반은데쳐놓고절반을깨끗이씻어시금치샐러드를만들어서골뱅이랑같이먹었다.아멜식샐러드는날시금치에다올리브유,발사믹식초,간장,깨,후추로소스를만들어버무려먹는다.만들기간단하고맛있다.
이정도로만하고끝냈으면좋았을것을…호두파이도한개다먹었다.어쩌다가마트에서호두파이가내눈에들어온것일까?(이런건살찐여자의천적인데말이다.)어제는치즈케익을사고싶은유혹을잘이겨냈는데..오늘은호두파이를못참아넘기고기어이사오고야말았다.그리고이밤중에야금야금먹었다.
에효,이러니체중이줄턱이없다.하긴난내살을남의살보듯신경안쓰고살지만,친구가살빠졌다고자랑할때마다조금씩스트레스를받는다.몇킬로빠졌다고자랑할때마다…조금씩..조금씩..더많이.
"야,너나이들어서살빠지는거무조건좋은게아냐(?)적당히해.운동도적당히,맛있는음식을앞에놓고일일이칼로리따지는것두적당히하란말야.괜히나까지입맛버리게하지말고."
*참고로친구는새벽마다한시간수영을하고,과천서1시간30분이나걸리는온수역으로기간제일을하러다녔다.늘시간에쫓겨거의달리기하듯출퇴근전쟁을치뤘고,역에서내려사무실까지또25분을걸었단다.이렇게움직이는양이많다보니어느사이65킬로나나가던체중이51킬로로줄은것이다.요즘엔보는사람마다"아니ㅇㅇ여사는그렇게허약해서일하기힘드시죠?쉬엄쉬엄하세요."너도나도배려를해준단다.
"있잖아.요즘은날보는관리자들이내가너무연약해서일하기힘들어보이니까저리가서쉬라더라."
"날더러연약하대잖아!"친구는깔깔대며배꼽을잡는다.
사실오동통해진나보담은친구가훨건강한데,새벽4시에일어나수영갔다와딸아이아침밥차려주느라자기아침먹을여유가없어굶은채로화장도못하고출근,것도거의뛰다시피전철역까지가고,1시간반이나2시간이걸려직장에도착하면배고프고지치고..이런바쁜일과때문에늘수면부족이니직장서꾸벅꾸벅조는탓이다.거기다살이쪽빠져몸이반쪽이되었으니..당연히사람들은건강하지못하고체력이약할것이라고생각한다는것이다.
이거불공평하다.체격이크고통통하다고다건강한건아닌데..난뭐야?흑.
그런데왜난또혼자야식을꾸역꾸역먹는것일까?고독이야식을먹고있다.내가내모습을생각해도밤늦게티브이앞에앉아혼자무언가를열심히먹는여자.볼썽사납다.서글퍼보이기도한다.
존재는이렇게외롭기만한것일까?외로움을이런기본적인욕구로만채워가는나자신이한심하게느껴진다.맛있는것을먹는것도순간일뿐인데,무언가를먹고있는그잠시의위로일뿐인데.먹는다고외로움이사라지는것도아닌데,난왜이렇게단순한방법으로내외로움을위로하는것일까?먹는순간은즐거워도사실이시간까지묵직한위장때문에잠도못자고있으면서말이다.스스로생각해봐도내가참미련하다.
오늘밤도또고독이야식을먹었다.아니야식으로고독을버무려야금야금씹었다.
-그림자사진에서제일뚱뚱한그림자가아멜리에.그옆은박건한시인-김성춘시인-유홍종선생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