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인형엄마 엄정애

누군가어릴때당신의꿈이무엇이었냐?고물어준다면난금방대답할거다.

나의어린시절첫번째꿈은화가가되는것이었다고.아주어릴때부터뭔가를그리고시를썼으니그림과시를같이묶어내야지.예술가를어느한장르에묶는단건좀잘못된일인것같다.글도쓰고그림도그리고,그러다더나아가선영화감독이되고싶었다.그래서연극영화학과를지원했다.사실은약간어긋난길이다.영화감독이전에그림을그리고싶었으니까.아니그림공부를더하고싶었으니까..그런데내가고등학교3학년에올라갈무렵아버지가이사로계시던극동철강이부도가났다.지금도시청앞프라자호텔뒤에있던극동철강건물이눈에선하다.몇번인가집안심부름으로아빠회사를찾아간적이있었으니까…

아빠는회사의부도를책임지고빈손으로나오셨다.남은건다섯아이들과변두리의집한채뿐.

"지금아빠가너미대를보내줄형편이안되니국문과를가면안되겠니…?"

"재미없는(?)국문과를가느니차라리연극영화학과를가겠어요."이게내대답.

담임선생님도국문과나교육학과같은곳을가라고은근히강요를하신다.좀더생각해보고결정해라.소위딴따라학과를지원하는내가영마뜩찮았던선생님이마감일까지원서를안써주셔서몇날몇일을들고다녔다.

"선생님,저배우가되려고하는게아니구요.영화감독이돼서직접영화를만들어보고싶어요."

부모님,선생님말안들을줄만알았지.딱히어느것한가지도끝까지물고늘어질줄모르는나는결국어영부영시집한권달랑낸시인으로만남았는데..

나보다훨씬열악한환경에서도자기길을계속딱아나간내친구엄정애는인형작가가되었다.

사람한테다치기도많이다치고,어느순간은한없이타락할것처럼보이기도했던친구.

학창시절부터엄정애는거의신기에가까운손을가진아이였었다.그림을특별히잘그리는건아니었는데,무언가를만들어내는재주가기가막혀서하룻밤지나면뚝딱손바느질한헝겊인형도만들어오고,동물모양의쿠션이나손가방도단박에만들어오던아이.

까무잡잡한얼굴에외꺼풀눈가가득웃음주름을보이던친구.

내가지금왜정애이야기를하냐면은오랜만에연락이된독서회친구들중의한사람이정애를찾는다.

"어머,나정애를못만난지한참되었어.연락처찾을수있을런지모르겠네."

연락되면가능한정애씨도같이만나고싶다고,것도강남서유명하다는중국집에예약까지해두었단다.

밤늦게퇴근해부랴부랴지난수첩들을꺼내놓고찾았다.세상에2003년수첩까지뒤적이고서야전화번호는찾았는데..아냐분명이다음해인가그다음해인가마지막으로통화하고는,더는연락이안되었었어.

해마다과천마당극축제에인형제작워크샵을열고는했었는데..지난해는그것마저없어졌다.아니더바쁜일정이있어서참가를안한건지도모르겠다.

내가나이가들어서인지,아니면우리나라가작기는작은것인지.2001년20년만에마주앉은우리는참할이야기도많고,둘다살아온세월도구구절절했었지.

딸이둘이라고해서그아이들얼굴보러다시찾아가고,같이작업을하면어떨까하고또찾아가고,삼겹살에소주신나게마시고는,"야,너랑나랑각기살은얘기만글로옮겨도드라마몇편찍을것같네."그러면서신림동비탈길을큰소리로웃고떠들며내려오던밤.이야기의샘이끝도없이마를것같지않던밤.하지만돌아와나는다시풀이죽은상태로기어들었는데,정애는잠시도쉬지않고열정적인작가행보를계속하고있다.

난스스로내삶을후회하지않을만큼나름대로열심히살아왔다고생각했었는데,사실은정애가나보다더재미있게훨열심히살았단것을정애의아이들만봐도알겠다.엄마를많이닮은,그런데변화무쌍하고문제아적인사춘기를보냈던엄마보다는훨조용하고예쁜두소녀."얘들이바로네최고의작품이잖아!"

십년묵은수첩에적힌번호가친구의번호가맞는지확인해야겠는데..시간은너무늦었고,그래서인터넷으로인형엄마를검색해봤다.그래서찾아낸기사와사진들.

춘천인형극제소식과함께정애의사진이뜬다.너무반갑다.찾았다!!널어떻게찾아야하는지도알겠어.

사춘기시절한없이불안정한가정에서가출과일탈을밥먹듯이하던그저그손재주하나눈부시구나하던,그엄정애가아니다.인형만들기에끈질기게몰두한작가엄정애를새롭게만났다.

그래그래그땐그랬어.사람들이잘모르는내시집도진작에읽었다고,문인들중에서도모르는이가더많은나를빈털털이로만든문예지<베스트셀러>도넌너무맘에들어나올때마다사서읽었다고했지.역시내친구답다!!

얘기하다보니내가아는사람이정애가아는사람이고,그런데우리는각기따로따로살아왔잖아?중간에한번도부딪치지도않고,세상참좁고넓다!그렇지?

정애야,네가자랑스럽다.멋있어.이제널찾아낼방법을알았으니곧전화할거야.그땐내손으로네모습을네인형들을찍어줄께.곧만나!

*이포슽의사진들은강원일보의기사에서빌려온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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