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살고있는이집으로이사와서간신히짐정리(&집안리모델링)를끝마치고찍었던기념사진이다.가난한살림이라소박하지만그래도흐뭇하게바라보던내침대!내인형!
1년하고11개월이지난지금은모든게다낡고지쳤구나!하는생각이든다.
사는일이정처없어서..1년11개월만에또이삿짐을꾸리려니나망연자실..한숨만나온다.
내가열심히집을가꾸고꾸미고한들,2년후에또이사가라고하면어쩌나..마음이스산하고시시해진다.사는일이시시하고슬프다.
화가가되고싶었던어린시절의꿈탓인지는몰라도집꾸미기에유난히관심이많은나인데..
투자한돈다날리기전에는막시중심가의넓은아파트로이사해집을새로단장하는데..
다른건몰라도욕실만은타일부터완전히바꾸자싶었고,그당시한참유행하던하얀벽지,실크벽지지겨우니까커다란꽃무늬벽지에다가짙은녹색바닥재를선택했었다.집안의창과문도다새로페인트칠을했는데..’핑크색으로칠해주세요.’하니까칠하는인부들이색만들생각은안하고한심한듯페인트통만들여다보고있다.
"넘,야(?)하니까..무난한흰색,베이지색으로하시면…"
‘이리주세요!"
성질이난내가페인트를확섞었다.붉은색+검정조금+흰색=핑크탄생@!
그리고품값주는건나니까.결국칠해줬다.어두운초록색바닥에분홍색문.커다란분홍꽃이그려진벽지.
주방싱크대도바닥색에맞춘어두운녹색.욕실타일도현관바닥도진초록색.연핑크빛욕조.몰딩이랑문손잡이랑작은고리들은금빛으로통일.
어땟냐고?30년전의나는거의사정사정해가며집안인테리어를이렇게꾸몄는데..그다음엔인테리어가게에서날더러나와서같이일해볼생각이없냔다.’인테리어컨설턴트’로..아뇨.난,내가하고있는일이있어서요…
‘우리집을못찾겠겠네요’는과천시내중심가에있던유명한민속주점이자카페였다.
더러아시는이들이있는지..?기억하는분들도있을지모르겠지만,소위운동권의대모내지는비전향장기수할아버지들의대모로불리우던한ㅇㅇ여사가운영하던곳인데..
그런데더숨겨진사실은’우리집을못찾겠네요’는내친구인형엄마엄정애가80년대말경기도이천의한구석에다꾸며놓았던작업실을겸한카페였다.말하자면한ㅇㅇ여사는슬쩍이멋진가게이름을빌려다쓴것.
누가했던,누가지었던이름인들어떨까..이런재미난이름의가게가있었고,난여전히이이름이좋다.아니그보다는다시이사를코앞에둔나는여전히우리집을못찾고있는상태.
나의집은어디에있을까?이젠집을멋지게예쁘게꾸며보고싶은열정도시들..이사가도역시내집이아닌건마찬가지고,또어느순간또어떤하찮은이유로쫓겨날지어떻게알아?…
이삿짐을꾸려야지..마음만으로도뒤숭숭하고,지금내집안꼴도뒤숭숭하다.퇴근하면서날마다종이박스하나씩줏어온다.작은것들,정말자잘한짐들이난너무많다.책,인형,옷,신발..오래된편지들과일기장만모아도한박스가넘친다.버려야할것들이라고도생각하고,절대못버리겠다고도생각한다.묵은종이조각들과낡은책들에눌린나.
내삶의정처없음.
이사하는일.정말싫다.그런데도이사는해야만하고.
이웃인트루디님처럼트렁크몇개로움직일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그런데..내살림은그야말로접시냄비가스렌지할것없이다싸들고옮겨가야만하는데..혼자살아도생활의온갖필수품은다가지고움직여야만하는데..거기다책들.
사는일이다이런가?이사안하고살수는없을까?아니이짐들을다버리기전에는불가능한일일텐데..사진을들여다보니그사이에도내짐들이낡았다.이사소하고작은것들이다추억처럼낡았다.추억때문에무겁고아프고힘들다.추억이무게로날내리누른달까..쉽게버리지도못하는이작고큰시간의덩어리들.이사걱정에난미리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