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이눈에띈건우리동네새도서관이워낙아담하기때문이다.서가역시작고,서가도다채워지지않은상태이다.시간이흐르면점점더늘어나겠지만,대신좋은점은책들이문을연지얼마안된도서관처럼깨끗하다.도립도서관은워낙이용객수가많기때문에헌책방에온듯한기분이들때가많았는데..
이책이’새로들어온책’코너에진열되어있어서,에쿠니가오리의책은몇권읽질않아서..아니대부분읽다말다해버린경우가많아서…이걸신간인줄알고집어든나.2004년에나온책이란건다읽고나서야알았다.우선책이얇다.에세이집이라가볍고부담없이읽겠구나생각도들었고.
‘당신의주말은몇개입니까’왜이런제목을붙였을까?원제도같은것일까?최근엔영화나책의제목을의역하는경우는거의없으니까원제도마찬가지겠지?..에세이집을다읽고도생뚱맞은그러나매력적인의문형의제목이두드러지게인상에남는다.
내가에쿠니가오리소설에잘집중하지못하는건우선너무많은이들이,방송인이나연예인들까지입을모아에쿠니가오리를애기하니까.모야?연예인들의명품사랑이랑비슷한명품작가(?)이미지코디용작가란말이지..하는질투섞인선입관이있고,무엇보다프랑스나일본영화의감상이란게처음부터그흐름에빠져들지않으면재미를느끼기힘들다는갭이있는데,에쿠니가오리의소설들이딱그스타일이다.
에쿠니가오리의아름답고섬세하고절제된문장은사이사이의행간을잘읽어나가야하는데,그흐름을놓치면포기해버리게되는것이다.늘대출받은책들을기간안에허겁지겁읽는식이라아무래도스토리진행이확실한책을먼저읽는탓이다.
간단하게말하면이책은에쿠니가오리의결혼생활에대한느낌을적어놓은일기장같은책이다.여성지에다연재했던것을묶은것이라는데,결혼이란해얄까말아야할까?하는원초적인의문서부터자신이결혼을택한변명처럼도들리고,아마도많은여성들이공감하지싶은귀절들은메모해두었다.
종종왜결혼했느냐고질문을당하는데,나는어쩌면나만의남자를원했는지도모르겠다.물론결혼할당시그렇게생각했던것은아니다.지금생각하면애정과혼란과행복한우연끝에나만의남자를원했던것같고,또누군가만의여자이기를절실하게바랐던것같기도하다.-<방랑자였던시절>
..그렇게오늘도우리는같은장소에서전혀다른풍경을보고있다.
하지만,생각해보면다른풍경이기에멋진것이다.사람이사람을만났을때,서로가다른풍경에끌리는것이다.그때까지혼자서쌓아올린풍경에.-<풍경>
연애할때는같은풍경을바라본추억을공유하다가결혼하고나서한집에같이살다보면서로다른풍경을바라보게된다는말.
아내인자신은스타작가지만,남편은평범한직장인이다.그래도아내의일을존중해주고,아내는나름대로최선을다한다.작가니깐원고청탁을받으면밤새글을쓰고남편출근하고나면그제서야잠자기시작한다는식이다.
"신문봤으면좀접어놓고."
"먹다남은과자봉지는고무줄이든클립으로묶어두라고그랬잖아."
남편은잠이들었는데,나는작은소리로그렇게말한다.말이라도하지않으면불쾌함이몸안에쌓이기때문이다.투덜투덜투덜,…정리가끝나면남편곁에딱들러붙어눕는다.등뒤에서껴안으면남편은귀찮다는듯이인상을찌푸린다.
외로움만이늘신선하다.-<고양이>
나는남편과있을때는무거운것을절대로들지않는다.무거운것은남편이들어야한다고생각하고,밤길은같이걸어줘야한다고생각한다.집안에벌레가들어오면잡아줘야하고,때로사치스런초콜릿을사다주면좋겠고,무서운꿈을꾸면안심시켜주기를바란다.
올바르지않아도전혀상관없으니까그래주었으면한다.결혼은야만.-<어리광에대해서>
이런비슷한표현을김수현작가의소설에서읽은기억이난다.물론그때는꼴불견인여자들이야기였는데,남자만있으면절대무거운것못들고조금만길이험해도’어머,나여기못지나가..’남자에게매달려가거나업혀서가는약한척,얌전한척,우아한척하는내숭떠는여자들에대한이야기였는데,에쿠니가오리는이런억지나어리광+초절정의내숭을관철시키는것이야말로결혼생활을잘유지하는비법(?)이기도하다고,그래서결혼이야만이란다.
음,멀쩡하게지성적인여자도아내가되면여우가되어야만한다는소리같기도하고,
하루종일열심히일하고귀가한남편은집에들어오면피곤하다고씻는것조차귀찮아한다.그러면에쿠니는안씻어서냄새난다고남편을침실밖으로쫓아내는데,그리고나서한밤중에베개두개와담요를챙겨들고거실바닥에서자는남편에게로간다.베개하나는남편머리에밀어넣어주고,하나는그옆에나란히놓고남편등에딱매달려서잔단다.아침에잠이깬남편은’어,당신왜여기서자고있어?’그러면부부싸움은언제했냐는듯지워지고부부는평화롭다.얼마나감탄스러웠던지..늘남편흉보는친구에게이야기해줬다.
"얘,너도이렇게해봐!"
-영화<달콤한작은거짓말>의한장면
에쿠니가오리가얼마나남편을사랑하는지는맨마지막귀절.
세상에는devilfood란게있는데,남편은아마도나의’devilperson’이리라.-<RELISH>
(*devilfood-알코올중독자의알코올같은..)
‘devilperson’이란다.내게도’devilperson’이생겼으면좋겠다.몸에해로운줄알면서도끊지못하는음식같은사람!그러면에쿠니가오리에게서배운가정의평화를지키는어거지를시도해볼수있을텐데.
에쿠니가오리(EkuniKaori/江國香織)
청아한문체와세련된감성화법으로사랑받는에쿠니가오리는미국델라웨어대학을졸업하고1989년『409래드클리프』로페미나상을수상했다.동화적작품에서연애소설,에세이까지폭넓은집필활동을해나가면서언제나참신한감각과세련미를겸비한독자적인작품세계를구축하여현재에이르고있다.『반짝반짝빛나는』(1992)으로무라사키시키부문학상을수상했으며,『나의작은새』(1998)로로보우노이시문학상을받았고,그외저서로『수박향기』,『잡동사니』,『우는어른』등이있다.
『냉정과열정사이,Rosso』와『반짝반짝빛나는』『호텔선인장』『낙하하는저녁』『울준비는되어있다』,『당신의주말은몇개입니까』,『도쿄타워』,『언젠가기억에서사라진다해도』,『홀리가든』,『장미비파레몬』,『취하기에부족하지않은』,『좌안』,『제비꽃설탕절임』,『빨간장화』등으로이미한국독자들을사로잡은바있는에쿠니가오리는일본문학최고의감성작가로서,요시모토바나나,야마다에이미와함께일본3대여류작가로불린다
당신의주말은몇개입니까(양장)
저자
에쿠니가오리(KaoriEKUNI)
출판사
소담(2004년09월1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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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사 (흐린 봄날의 충주 나들이- 충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