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만에 다시 느낀 감동 <인간의 증명>

34년만에다시느낀감동-모리무라세이이치의<인간의증명>

모리무라세이이치의<인간의증명>을34년만에다시읽었다.사실일본대중문학사의기념비적인작품일뿐아니라내개인적으로도일본추리소설을처음으로접했던작품이라이번에정식계약출판되었다는소식을듣고는다시읽어보고싶은욕심이생겼다.

희미한기억으로는1978년(1979년?)흑석동한강이내려다보이던내방에서오빠에게서건네받은바로그날단숨에다읽었던것같다.물론그시절일기를들춰보면정확한날짜까지표시되어있을지도모른다.당시는거의모든해외저작물들이해적출판되던시절이고,책자체가귀하던때.

이미읽었던책이라책의결말을아는데,과연다시읽어도재미를느낄수있을까?궁금하기도했는데..34-5년이란세월을뛰어넘는감동.여전히강렬한이야기이다.

인간의증명(양장) 저자 모리무라세이치 출판사 검은숲(2012년10월1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낡은밀짚모자와시집한권

이야기의시작은도쿄의중심가특급호텔엘리베이터에서한흑인청년이칼에찔린채죽어가고있는것이발견되면서이다.이미지의피해자가남긴것은바스라지기직전의낡은밀짚모자와시집한권.가난한흑인청년조니헤이워드는왜머나먼일본까지와서살해당한것일까?과연누구를만나러온것일까?누가죽였는가?

이야기의배경이되는70년대중반은일본이한참초고속으로경제성장을이루어나가던시절이다.우리나라도비슷한과정을겪었지만,눈부신경제성장의이면에는물질만능주의와인간의탐욕이윤리를앞서는듯한부정적인면이있다.돈을위해서라면왠만한불의나비도덕도수용할수밖에없다는인간성상실의시대.

이야기는살해당한흑인청년이살던뉴욕의빈민가할렘과도쿄를오가고,도쿄에서일어난두살인사건(조니헤이워드살해사건과병든남편대신접대부로일하며생활비를벌어오던가정주부오야마다후미에의실종사건)의전개도도쿄와뉴욕을오가며드라마틱하게펼쳐진다.

시대적공감과시대를뛰어넘는감동

사실내용은상당히감상적이다.살인사건을빼면책은드라마틱하고통속적인멜로드라마이다.위선에가득찬사회저명인사,고아,혼혈아,접대부가된가정주부,비정한형사,쾌락만능주의에빠진이기적이고나약한젊은이들…그러나이통속성에는대중의공감을얻어내는강력한호소력이있다.전쟁을겪고난세대.그것도패전국민으로서살아남은사람들이온몸으로삶을밀고나가경제적사회적안정을이룩하는과정에서잃은것들에대한반성문이자작가가그시대에보내는경고장이기도하다.

또이책이초베스트셀러가된주요인은드라마틱하고호소력이강한줄거리가우선이었겠지만,내생각으론그시절경제성장이란목표에눌려외면했던인간성에대한향수와전쟁을겪고살아남은세대들이공통적으로가지고있는잃어버린(희생된)가족에대한죄책감.무엇보다인간의본성중에서가장기본이되는모성을주제로내세웠기때문이다.(이책이일본에서뿐만아니라중국에서도해적판으로700만부넘게읽혔다고한다.탐욕에희생되는인간성=모성이란주제는국가와시대를뛰어넘는공감을불러일으킨다.)

난34년만에재독하면서처음보다더감동을받았다.신기하다.한권의파워풀한대중소설이갖는힘이란게이런것일까?내가워낙감동받으면잘우는사람이긴하지만,소설의클라이막스.냉철한이성으로자신의삶을정상의자리까지끌어올린여류인사야스기쿄코와이기적이고비열한인간들에대한증오와악을처벌하고싶다는복수심으로형사가된무네스에의마지막대결장면에서는그만펑펑울고말았다.어떤인간이라도인간의마음속에는스스로를구원하고자하는본능이숨겨져있다는것.인간성의증명을지켜보는독자로서느낀안도감.카타르시스의눈물.

모리무라세이이치(森村誠一)

1933년일본사이타마현에서태어나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9년간호텔에서일했다.당시‘하야카와미스터리’와엘러리퀸,가지야마도시유키등의작품을읽고소설을쓰고싶다는마음을키웠다.이후경제실용분야에서연재를하다1967년호텔을퇴사하고‘스쿨오브비즈니스’의강사로전직한다.1969년미스터리소설을써보라는세이주샤편집장의권유로[고층의사각지대]를발표했고,이작품이제15회에도가와란포상을수상하면서본격적으로미스터리작가의길을걷게된다.1973년에는[부식의구조]로제26회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받았으며,1976년과1977년에출간된‘증명3부작’[인간의증명][청춘의증명][야성의증명]으로일본을대표하는작가로서지위를확고히했다.

‘증명3부작’은[인간의증명]만770만부이상이판매되었고,총누적판매부수1천만부가넘는기록을달성했다.
모리무라세이이치는미스터리분야에그치지않고역사시대소설,논픽션에도손을뻗었다.1981년에는일본731부대의만행을폭로한논픽션[악마의포식]을출간하여일본사회를충격에빠뜨렸으며,민간합창단을직접조직하여2009년한국을방문하기도했다.-출판사소개글발췌

오래된수첩-사이조야소의詩

책을읽고나서내지난수첩들을뒤적였다.컴퓨터도핸드폰도없던아날로그시절엔약속이나연락처를적어두는작고얇은휴대용수첩이란누구에게나필수품이었고,잃어버려선안되는소중한것이었다.수첩에는이름주소전화번호약속일정등을주로적지만,책을읽다가감명깊은귀절.좋아하는시.노래가사를적어두기도했다.그오래된수첩뭉치를뒤적였다.그리고찾았다.79년수첩.뒷메모칸에작은글씨로옮겨놓은사이조야소(西條八十)의시<밀짚모자>

1970년대말<인간의증명>을읽었던사람이라면다이시에감명을받았으리라.

문학소녀인내게오빠는,’이시한번읽어봐라.’나는책속의시부터읽고나서정독을했다.

극히서정적인사모가(思母歌)라할수있는사이조야소의이시가얼마나좋았던지…지금도시를읽으면,이정경.시속에등장하는아이와엄마,바람에날려계곡으로떨어지는밀짚모자가눈에선하게그려진다.

어머니,제그모자는어찌되었을까요?
그해여름우스히에서키리즈미로가는길에,

계곡에떨어뜨렸던그밀짚모자말이예요.

어머니,그건내가좋아하는모자였어요.


영화포스터

<인간의증명>은1977년영화화되었고,최근까지수차례드라마로제작되었다.2011년방영된MBC미니시리즈<로얄패밀리>가이원작을드라마화시킨것이란사실도최근에야알았다.

人間の証明(PROOFOFTHEMAN1977)-예고편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