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가족놀이와롤플레잉게임
지난봄,미야베미유키의중편소설인이책을읽기전까지는R.P.G가무슨의미인지몰랐다.
<R.P.G>란Role-PlayingGame의약자.플레이어가등장인물의역할을맡아직접수행하는형식으로이야기를끌어가는롤플레잉게임의방식을수사에도입해서사건을해결해나가는이야기인데,
사건의시작은평범한회사원인중년의가장도코로다료스케가공사중인건물안에서살해된채발견된다.그리고수사를맡게된치카코와다케시마형사(<모방범>과<크로스파이어>의두사람)는언핏평범한직장인으로보이던도코로다료스케가인터넷가족놀이란것에푹빠져있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
인터넷가족놀이란것자체가바로롤플레잉게임인데,그방식을그대로수사에적용.취조실유리창을통해인터넷가족들을심문하는광경을친딸가즈미가지켜보게한다.친딸가즈미가인터넷상의가상의’가즈미’를그것도자신보다더사랑받고아버지와도훨친밀한가족을지켜보는것.
이소설은중편이어서페이지수도적고,특별히잔인하거나무서운부분이없기때문에가볍게읽을수있지만,롤플레잉게임이나인터넷가족이란단어가던져주는의미는크다.
-“나하고엄마한테불만이있었던것아니겠어요?불만은우리도있지만.”
가즈미는그렇게말하더니매섭게말을이었다.
“생판모르는남하고가족놀이를하면서우리한테서도망쳤던거야.난아버지가무슨생각을했는지하나도모르겠어요.”/pp.77~78
-그것이요즘유행인걸까?자아,자아,자아.모두가남의시선이야어떻든진정한자아를찾는세상이다.찾을필요도없이이미확고한자아가있다고자부하는이가그것을실현하기위해수단을고르지않고주의사람들의심정을돌아보지도않는것은어쩔수없는일인가?/p.272
인용한형사다케시마의생각이아니더라도’자아’가넘치는세상이다.’나’와’내것”내느낌’만이중요한세상이란건맞다.그러다보니주변사람의마음은헤아릴생각조차안하게되는것.상처를주면서도상처를준다는점을깨닫지못하거나무시해버리고나를위한일에몰두해나가는것.곰곰생각하게하는부분이다.
-가즈미는대답했다.
"정의요.누구든이기심때문에남을상처입히면그에응당한대가를받는거야.그뿐이에요.당연한일이죠.내가원하는건그것뿐이에요."
누구든나를배반하고상처입히는존재는결코용서치않겠다.
다케시마는네가말하는그것은정의가아니라보복이라는말을하려다가입을다물었다./p.275
아빠의자아찾기로상처입은딸가즈미는자신을상처입힌사람을용서하지않겠다고말하지만,이런복수심이야말로더큰상처를만들게된다는점을간과해버리는가즈미식의’자아찾기’도반성해볼필요가있단말이다.
인터넷가족과인터넷자살사이트
사실가볍게읽고지나쳤던이책이다시생각난것은2012년마지막날제주도에서있었던집단자살사건과바로며칠전대구에서의또다른집단자살소식을접하면서이다.나이도다르고아무연고가없는이들이함께모여서자살했다.인터넷자살사이트를통해서…
나는한번도대한적이없는자살사이트는어디에있는것일까?-물론책을통해서기리노나쓰오의<메타볼라>를통해서인터넷자살사이트에서만난사람끼리동반자살하단것을알기는했지만,그래도그렇지..
우리나라인터넷에자살사이트가그렇게많은가?그냥’자살’이란단어만치면검색이되는걸까?자살사이트를규제할방법은없을까?물론기본적인표현의자유를침해하지않은선에서말이다.
이소설에서는인터넷가족이란게부정적인이미지로살인사건까지일으키게하는모티브가되지만,난자살하려는사람들을도울수있는방편으로인터넷가족을만들어보면어떨까싶다.단진짜가족을무시하는그런인터넷가족이아니라정말힘들어서죽고싶은이들에게의지가되어주고위로의끈을엮어줄수있는가상의부모,형제.죽음을택할만큼지친이들의이야기를마음을열어진심으로들어주는그런가족말이다.
나비-사이조야소
이윽고지옥에내려갈때,
그곳에서기다릴부모와
친구에게나는무엇을가지고가랴.
아마도나는호주머니에서
창백하게,부서진
나비의잔해를꺼내리라.
그리하여건네면서말하리라.
일생을
아이처럼,쓸쓸하게
이것을쫓았노라고.
-<인간의증명>에서사이조야소의시가사건의핵심을던져주는역할이었다면,미야베미유키의<R.P.G>마지막페이지에인용되는사이조야소의시<나비>는독자들의씁쓸한마음을달래주는역할을한다.
R.P.G.
저자
미야베미유키
출판사
북로드(2011년08월29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