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무대 <그때 그 사람들>-제1회 여성극작가전을 보고

연극을보러대학로를찾은건진짜오랜만이다.십여년은된것같다.김아라연출에다배우강수연이주인공으로나왔던<메디아>를마지막으로봤던것같고(?),물론우리시에서하는공연들은대부분다찾아본다.그러다가공연리뷰기회가생겨신청했던것인데,어제제1회여성극작가전개막작인<그때그사람들>을보고왔다.

작지만큰무대,이렇게표현하는건<그때그사람들>같은작품은소극장이아니라큰무대에서공연되어야하는작품이라는아쉬움에서하는소리다.

어쩌면여전히차별받는한국여성희곡작가라고해얄까?적어도문예회관-아르코예술극장정도에서공연되어야하는것은아닌지?한국의1세대희곡작가.그것도생존하는여성희곡작가들중에최고령(87세)인박현숙작가가2009년광복90주년을기념하여쓴작품인<그때그사람들>을<알과핵>이라는소극장에서보고난기분이그렇다.

작품의주줄거리는철호와석화라는서로사랑하는두남녀가일본식민시대와한국전쟁을거치며어떻게상처입고가족을잃고외롭게살다가2009년3.1절90주년기념행사장에서재회하게된다는이야기이다.

우리역사의굴곡지고아픈세월을다살아온두사람의재회.연극은2009년의재회에서거꾸로세월을흘려보낸다.주스토리는1944년의철호와석화의러브스토리와가족의비극사.

솔직히이연극에대한기본지식이없이공연을관람할때는지금이런디지털시대에무슨생뚱맞은리얼리즘연극인가..하는생각이앞섰다.<토지>나많은책을통해알고있는우리의역사.아니그보다는할아버지할머니를통해들었던그시절이야기들.더가깝게는돌아가신아버지에게들었던이야기.고향북청(신포)에서한글을가르치는학교를설립했다고끌려가모진고문을당하고죽기직전에야내보내리어카에실려오다길에서돌아가신작은할아버지이야기.바로그시대그이야기이다.멀지만가까운이야기.그러나소극장무대에서소화해내기에는너무긴세월이지않았나싶었는데..미니멀한무대를통해연출가문삼화는최대한압축한이야기를속도감있게보여준다.

너무많이생략이되어서일까?일제치하의삶이어땠다는걸보여주는몇장면들.압제의상징인일본인형사와그보다더악랄해보이는한국인보조자.그래도조금아쉬운부분.수정되었으면하는점은경상도사투리가등장하다가,철호모친은전라도사투리.’이건아닌데…’싶었고,또내눈에띈결정적작은결함은1944년소품으로등장한스텐레스그릇과굽이달린하이힐고무신.화학섬유로만들어진한복.작은무대이고,대하드라마같은이야기를압축해서보여줘야한다는고충은알겠지만,그래도이런소극장공연에서는작은것들이더쉽게눈에띄기마련이다.아쉽다.

개막작이고제1회여성극작가전이라중요한것은’여성극작가’란키워드인데,오전에박현숙작가에대한자료검색을하다보니..참찾기어려웠다.이게바로한국여성극작가의현실이아닌지!

공연이끝나고배우들도떠난마지막무대.

(희곡작가협회자료사진)

작가박현숙(朴賢淑)

박현숙이본격적으로문단에데뷔한것은1959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막희곡<항변>이입선하면서부터다.이듬해인1960년에역시같은신문에<사랑을찾아서>가가작으로,그리고1961년에는<땅위에서다>가당선됨으로써당당한신인극작가로연극계에첫발을내디딘것이다.
1960년,박현숙의등장은김자림과더불어우리연극계에본격적인여성작가의출현을알리는신호탄이되었다는점에서의의가크다.이두작가가활동을시작하기이전의여성극작가라면심재순,나혜석,김명순정도를꼽을수있는데,이들은각각한편씩의희곡만을남겼으므로본격적인의미의극작가로보기는어렵다.따라서이두여성극작가의탄생을기점으로하여우리연극사에서도본격적인페미니즘연구가가능해졌으며,여성시각을통해본세계가더해졌다는의의가크다고할수있다.연극평론가이미원은“박현숙의작품세계는여성작가답게,사랑과가정에그중심이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특히봉건잔재에서벗어나지못한부부나남녀간의사랑이빚는애증을통해가정을그렸으며,결말은항시휴머니즘적이며건전한상식을강조한다.그러하기에가정내의여성입장을그렸으면서도그시각이항시조심스럽고보수적이어서,급진적페미니즘의시각을만족시키지는못한다.그러나여성작가에의해여성문제가제기되었다는의의를간과할수는없을것이다.”(<한국현대극작가연구>,이미원,연극과인간,2003)라며박현숙의등장이갖는연극사적의의를강조한다.
박현숙은20대에6·25전쟁을겪고등단하여임희재,오상원,이용찬,하유상등과함께활동했던전후작가에속한다고볼수있다.물론최근까지도신작희곡을발표할만큼왕성한창작활동을벌여왔기때문에‘전후작가’라는세대구분은그녀가작품활동을시작했던시기에비중을둔평가이다.박현숙이연극계에데뷔했던1950년대후반은희곡과연극에서사실주의기법이퇴조현상을보이면서비사실주의기법들이실험되기시작했던시기이다.물론비사실주의기법은사실주의희곡에비해양적으로는적었음에도불구하고기성·신인작가를막론하고중요한창작원리로받아들여지고있었다.박현숙도사실주의를기본으로하되비사실주의기법을부분적으로도입하면서다양한기법의변화를시도했던작가로볼수있다.이러한작업을통해자신이살아왔던시대상을작품속에투영하고자했기때문에그녀의작품은일제시대,6·25전쟁,남북분단,4·19혁명등역사적사건을다룬것들이많다.특히여성작가만의섬세한감각으로역사적사건을가정으로끌어들여와한가정내의인물들이역사적사건들과어떻게부딪치고희생되며,견디어내는가하는데관심을기울여왔다.박현숙은이러한일련의작업들을통해한국현대사의핵심을관통하며우리사회와정치에대한객관적인비판을시도했던최초의여성극작가라고평가할수있겠다.

*약력

1926년6월1일황해도출생

1941년황해도해주의정여학교졸업
1945년해주도립병원부설간호학교졸업/해주음악전문학교입학
1946년서울중앙여자전문학교교육과입학

~~~
1999년한국연극협회종신회원
2000년한국문화예술진흥원운영위원/대한민국예술원상심사위원

*작품활동
1950년한국문화연구소현상응모당선,수필<어머니>로문단데뷔
1956년제작극회동인
1959년희곡<항변>조선일보신춘문예에입선
1960년희곡<사랑을찾아서>조선일보신춘문예에가작입선
1961년희곡<사랑을찾아서>제작극회제8회공연으로원각사에서공연(연출오사량)
1962년희곡<땅위에서다>조선일보신춘문예당선/<땅위에서다>공연(극단청포도극회,명동예술극장)
1963년희곡<언덕으로가는골목길>집필
1964년희곡<나는방관자가아니다>집필,서울대연극부공연
1965년희곡집<여인(女人)>발간(창조사)
1967년희곡<가문>집필
1969년희곡<타인들>집필
1970년수필집<막은오르는데>출간(창조사)/장막희곡<여인>,일명<너를어떻게하랴>제작극회제14회공연(연출김경옥,명동예술극장)
1971년희곡<세상은온통요지경속>집필
1972년희곡<빛은멀어도>집필
1976년희곡집<가면무도회>간행(세종문화사)
1977년제1회대한민국연극제<빛은멀어도>공연(극단성좌,세실극장)
1982년수필집<쫓기며사는행복>출간(유림사)
1986년<한국문학>7월호에장막<그찬란한유산>발표/희곡집<그찬란한유산>발간(범우사)
1989년<월간문학>10월호에장막<여자의성>발표
1991년<월간문학>6,8월호에희곡<조국의어머니>발표
1993년예술가의삶<나의독백은끝나지않았다>출간(혜화당)
1996년희곡집<여자의성>출간
1998년<월간문학>12월호희곡전2막<태양은다시뜨리>게재
1999년충북청주신세대주부극단제1회창단공연<여자의성>공연(너름새극장)/서울제3회전국주부연극제희곡<여자의성>공연(여의도굿모닝홀)
2000년<서울문학>여름호권두칼럼집필
2001년‘박현숙연극제’대구무천극예술학회주최,희곡6작품공연(출처:다음지식검색에서)

(사진은문화저널21에실린것)

연출문삼화-공상집단뚱단지대표

학력-UniversityofNorthernIowa(UNI)연극과

<사마귀>(평론가협회선정올해의베스트3)<라이방>(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젊은연출가전최우수작품)<쿠킹위드엘비스>,<고령화가족>등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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