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에서가장에너지넘치는중견감독이자쉬지않고연출작업을계속해오던큰감독한분이불의의교통사고로돌아가셨다.음주차량에희생된박철수감독.
난생전에박철수감독님을단한번뵈었다.
1996년막창간된격월간문예지<정신과표현>에영화에세이를연재하기로하고,처음선택한영화가<제인에어>였다.문예지이니까,기왕이면문학작품을영화화것으로에세이를시작하자싶었고,겨울의회색빛어느날.’제인에어탄생150주년기념작’이라고광고된영화를명보극장에서보고그때는인터넷이활성화되기전이라보도자료를얻으러극장홍보실에들려서나오던길.그냥돌아오기섭섭해서내발길은대한극장쪽으로향했는데..이황림.정지영감독님이공동으로꾸려가던충무로사무실에들려볼까말까망설이던참이었을거다.그러다대한극장(리모델링되기전의대한극장)앞에서계신박철수감독님을뵌것.
인사드리고싶었는데..<학생부군신위>와<301.302>로우리영화에새로운영화적어법의보여주신것에감사하던마음이여전히남아있던때라인사드리고싶었는데….용기가안나그냥지나쳐오고만것.그래도잊혀지지는않는다.기억은그렇다.
그리고사고소식을듣고쉬임없이영화를만들고나이와상관없이새로운영화를기획하고만드는분,그럭저럭괞찮은영화몇편만들고중견작가로물러앉는것이아닌,늘새로운방법,새로운영화적어법을찾아작업하는그의게릴라정신을되새기기에좋은영화.언젠가한번은<내인생의영화>목록에꼭첨가해야지싶었던영화<봉자>를떠올렸다.
봉자(2000,Bong-Ja)
감독:박철수한국|92분|개봉2000-11-25|
출연:서갑숙(봉자역),심이영(자두역),김일우(곽순경역),최대웅(책방노인역)
시나리오:김전한
*봉자OSTSheWanted(봉자)O.S.T.타이틀곡성녀아티스트이상은
-시높시스-
봉자는착하다.착해서바보같은여자다.그여자의유일한삶의이유는김밥마는일과됫병째마시는정종.
시도때도없이마셔대는정종때문에주인의눈밖에난봉자가김밥집에서쫓겨난날,집에는나이도이름도알수없는소녀가들어와자고있다.애써외로움을견뎌왔던봉자는이신비스런소녀를받아들이게되고,소녀가나타난이후로주변에는심상치않은일들이벌어진다.봉자역시소녀의알수없는마력에이끌려그녀에게집착하게된다.소녀는봉자가억눌렸던욕망들과분노를풀어낼수있도록도와준다.두여자는서로를먹여주고,씻겨주고,안아주며서로를닮아가고동시에변화해간다.
봉자의이웃들역시얼핏평범해보이지만위선으로가득차있다.소녀는그들이가면을벗고진실로자신의욕망에충실할수있도록도와준다.그것이폭력이든,섹스든,죽음이든…그러던중봉자는소녀의과거에대한엄청난비밀들을알게되지만,결국소녀를진심으로받아들이게되고그녀의정신과육체를아우르는진정한교감을나누게된다.
<봉자>는우리나라최초의디지털장편영화로극장개봉영화이기도하다.그러나최초의디지털영화란것에의미를두었달뿐흥행에성공하지는못했고,전문가들의평가도그다지호의적이지는않았다.
<봉자>는TV문학관아류의가벼운센티멘털리즘과감독의게릴라정신이퓨전김밥(그다지맛깔지지않은김밥)처럼공존하는영화다.포스터의느낌만큼서정적이지도않고,영화도입부의의도적으로삽입된붉은웅덩이처럼강렬한실험성도매끄럽지가못해불편하다.그런데나는이영화가좋다.완성도높은<301.302>보다더좋다.왜좋을까?이영화가여성동성애를다룬영화여서도아니고,사회소수자와서민을주인공으로내세운영화여서도아닌데,감독에게익숙하지않은디지털영화란명제가혹처음의연출의도를굴곡분산시킨것은아니었을까?내짐작이다.디지털=TV문학관이런보이지않은나름의공식이있지않았을까?하는…
관객은그저뭐야이거김밥마는여자가맨날백화수복만마시다가결국은사람까지말아버리는거야?하다가만다.그런데도매력이있다.우선내가적나라한성생활고백서를출간해화제가되었던서갑숙,이성생활자백서는그저그랬지만,연기자로서의서갑숙을좋아한다.<초록색모자>의이미지가너무나좋았으니까.
지난봄,요모타이누히코가쓴<일본영화의래디컬한의지>란책을읽었었다.일종의영화평론서이자.현대일본영화의특징적정신을짚어낸책인데,책을읽다보니저절로우리영화계와비교하게되었는데..생각해보니우리영화계의중견감독으로이래디컬한의지가강한감독을꼽자면단연김기덕과박철수다.
시인이라는내정체성탓일지는몰라도난김기덕감독의영화로는<파란대문>과<수취인불명>의서정성을좋아하고,박철수감독의작품중에서그의래디컬한의지가가장잘투영된영화면서동시에문학적인센티멘탈리즘도담긴연출초기작<들개>(1980)와<봉자>가좋다.아니더과격한노출씬으로논란이되었던<붉은바캉스검은웨딩>보다극단적이면서동시에아기자기한멜로드라마이기도한영화<봉자>의센티멘탈리즘과뒤섞인게릴라정신이야말로박철수감독답다.
박철수(1948-11-20경북청도~2013-02-19)
성균관대학교경제학을전공하고1975년신필름연출부로영화계에입문했다.1979년데뷔작인영화<밤이면내리는비>를연출하며대종상,백상예술대상신인감독상을수상하였다.1980년MBC에입사하여드라마PD로활동하다1988년방송국을퇴사하고다시영화계로돌아오게된다.1988년영화<접시꽃당신>으로백상예술대상감독상을수상한그는,한국의대표적인중견감독중한명으로<301,302>(1995),<학생부군신위>(1996),<산부인과>(1997),<가족시네마>(1998),<녹색의자>(2003)등을통해평단과관객들의호평을받았다.특히영화<301,302>는한국최초로전세계배급을이룬영화로알려져있다.
박철수감독은한시나리오공모전에서신인이였던김기덕감독을발굴하였으며,2011년에는<붉은바캉스검은웨딩>에배우오인혜를캐스팅하여화제가되기도했다.
끊임없이영화적실험을추구한그는자본권력에서자유로운독립영화를제작하며신인발굴과더불어자신만의예술세계를구축하며꾸준히연출활동을이어나갔다.
<학생부군신위>에직접출연한박철수감독.
이영화는핸드헬드(들고찍기)로촬영을했으며영화속에서상가의상주로등장.영화의맨마지막"컷!수고했어요."라는감독의목소리로영화를끝낸다.의도하지않은채로영원한"컷!"이되어버린고인.개봉을앞두고있던마지막작품뿐아니라그의혈기넘치는게릴라정신이우리영화계에서영원히사라져버렸다는것이아쉽다.이땅의확실한문화게릴라한분이어이없이돌아가신일너무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