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정자 밑에 사는 삼색고양이

도서관에서돌아오는길에길가그늘진곳으로힘없이걸어가는어린길고양이를보았습니다.한눈에도배가고파보입니다.

‘냥이야,냥이야,’불러보다가어느쪽으로향하는지잘지켜보았습니다.도서관건너편의작은공원으로오르는걸확인하고는집으로달려들어가책이가득든배낭가방은던져두고,사료한주머니랑물한병을챙겨습니다.그런데문제는생활비아낀다고장을자주안보며지내다보니두부팩도다떨어지고길고양이밥그릇할만한게없네요.며칠에한번씩동네를돌며길고냥이들밥나눠주러다니느라모아두었던걸다써버렸거든요.급한대로밥그릇할만것이없을까기웃기웃이웃집의재활용봉투를뒤져서몇개찾아냈습니다.

그리고작은공원을조심조심살피며돌았습니다.그리고찾았어요!

울동네미니공원은좁고가파른곳인데작은정자가두개가있어요.

처음에는아랫쪽정자에다사료그릇과물그릇을담아놓고기다렸죠.

"야옹아,애기야,어디있니?와서맘마먹어라."작은목소리로불러보기도했구요.

그러다혹시?하고언덕꼭대기에있는정자로올라가보았습니다.

언덕꼭대기는더추울테니까전아랫쪽정자를먼저찾았던건데.꼭대기정자바닥을들여다보니내가찾던냥이가있습니다.

"어머,너여기있었구나!여기가네집이니?"

사료그릇을놓아주고다시아래로내려가거기놓아둔사료와물그릇도챙겨다주었습니다.

배고픈어린길냥이가허겁지겁밥을먹어요."얘,천천히먹어.물도마시고…."

이냥이는어쩜울예예를많이닮았습니다.삼색털이비슷하네요.코옆에갈색반점이있는것까지도닮았습니다.물론큰고양이인예예보다는훨어린냥이이고,사진에는안보이지만눈색깔이다릅니다.예예는보랏빛나는갈색눈동자인데,이아기는노랑갈색이더군요.

"야옹아,내가날마다들여다봐주지는못할거야…네가아줌마집을찾아온다면좋겠지만,가능한대로자주들여다봐줄께.울집에와서밥먹는아이들먼저챙겨줘야해서그렇단다…"

내일몫까지이틀분입니다.내일은돌아가신성찬경선생님빈소를찾아뵈야하구요.사진전도보러가얄거고,연극도한편더봐야하구요.3월부터는바빠질거고,..도저히날마다찾아봐준다는약속을못하겠어요.

그래도네가여기서산다는걸알았으니까.아줌마널꼭기억해둘께.잘자.좋은꿈꾸고~.

다시집으로올라오는길에엊그제대보름날보다더밝은달이떴습니다.

달님,저아기냥이가춥지않게무서워하지않게잘지켜봐주세요.어느곳에있던지울예예도잘보살펴주시구요.

나는달님에게꼭꼭부탁해두었습니다.

앗,얘는E입니다.알파벳순서대로이름을붙인다는것이중간에E를빼먹었거든요.

공원정자밑에사는어린삼색고양이는삼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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