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없는다자키쓰쿠루와그가순례를떠난해/무라카미하루키

도립도서관과시립도서관에서는예약을하고도무작정기다려야만내차례가오니까아예예약조차도포기해버렸던,하루키의신작을새마을문고에서발견하고는두근두근대출받아와집중,하루만에다읽어버렸다.

그런데이책리뷰를올릴까말까?…또미루면한없이늘어지겠지…

책은제목의36살의다자키쓰쿠루가과거의친구들을만나러가는순례여행을하는이야기니까청춘에대한회상록이랄수도있겠다.그러면서이전의파격적인내용의작품들과는달리이소설은순수하다.성적인판타지에대한꿈이야기가몇번나오는것외에는하루키특유의섬세하면서도냉철한판타지는없다.그래서순수하다.

학창시절의친했던다섯사람의친구’아카(赤)”아오(靑)”시로(白)”구로(黑)’그리고유일하게이름에색이들어가지않았던다자키쓰쿠루(多崎つくる)는스스로는색채가없는무미한존재라고느끼고있었다.그러던어느날스무살의다자키쓰쿠루는세상에존재하는일이기적같이여겨졌을만큼호홉이잘맞는완벽한그룹에서일방적인절교선언을듣는다.이유도모른채친구들에게퇴출당한다자키쓰쿠루는참담한상실의고통을겪고,죽음직전까지의상태로내몰린다.

세상에존재하는일이기적같이여겼을만큼호홉이잘맞는완벽한그룹이있었단것만으로이야기는정제된이미지에서시작한다.그리고절교당한다자키쓰쿠루의비참한심정만묘사되어있을뿐이지.친구들이그를퇴출한이유는모른다.다자키는본인스스로는그이유를파헤칠여력이없다.죽음에대한생각에만몰두한다.

소설의서두부터가이렇게절친했던그룹으로부터의느닷없는절교선언,단절,존재감의상실이다.

왜어째서?퇴출당한이유를알아가기위한다자키쓰쿠루의순례여행을따라가는추리적서술구조를뒤쫓는다.그러면서순간순간그청춘이얼마나아름답고순수했던가하는회상들이명료한이미지로삽입되는것이다.그룹의등장인물중에시로로불리던아름다운여학생이치는피아노곡리스트의’르말뒤페이(향수병)’이란곡이주제곡처럼나온다.리스트의이아름답고멜랑코리하기도하고순결해보이는음악의리듬을상상하며책을읽어나가게되는데,한마디로깔끔하고감성적이고,명료한이미지들로점철된회상록을만나는것이다.현재와과거가일직선상에놓여있는듯한,

대단한이야기는아닌데,나는왜이이야기에몰입하게된걸까?하루키란이름때문에?그런것같다.나뿐아니라하루키신드롬이라불리울지경인하루키중독자들.물론나역시도하루키란작가에게중독된지는오래되었다.책은깔끔하고색채가있는사람보다더투명한주인공을만들었다.’나는색이없는불투명한흐리멍텅한존재야’다자키자신은스스로를이렇게결론지으려하지만,책을다읽고나면색이없는다자키야말로모든색을다흡수하기도하고,투영해주기도하는존재로구나!하는걸알게된다.그러면서역시하루키도나이든작가가되었구나..하는것도느꼈다.

청춘의색과향수,멜랑콜리가이책의주제다.

색채가없는다자키쓰쿠루와그가순례를떠난해 저자 무라카미하루키(HarukiMurakami) 출판사 민음사(2013년07월0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책속에서-


그녀의집거실에있던야마하의그랜드피아노.시로의꼼꼼한성격에맞게늘조율이잘되어있었다.티하나없이맑게윤기를띤표면에는손가락자국도없었다.창으로비쳐드는오후의햇살.정원의사이프러스가늘어뜨리는그림자.바람에흔들리는레이스커튼.테이블위의찻잔.뒤로단정하게묶은그녀의검은머리카락과악보를바라보는진지한눈길.건반위에놓인열개의길고아름다운손가락.페달을밟는두발은평상시시로를생각하면상상이안될만큼힘차면서도적확했다.그리고종아리는유약을바른도자기처럼하얗고매끈했다.연주를부탁하면그녀는곧잘그곡을쳤다.[르말뒤페이].전원풍경이마음에불러일으키는영문모를슬픔.향수또는멜랑콜리.
(/pp.80~81)

"..그렇지만난옛날의시로를잘알아.그애가얼마나매력적이었는지,마음깊이새겨져있었거든.그렇지만그때내가본바로는그렇지않았어."

아카는그때의정경을떠올리려는둣얼굴을살짝찌푸렸다.

"그런시로를앞에두고바라보아야한다는게솔직히말해나에게는꽤괴로운일이었어.옛날에는거기있었던뜨거운뭔가를,이제는찾아볼수없다는것이,그비범한것이갈곳을찾지못하고헤매다결국사라지고말았다는것이,그것이더는내마음을떨리게하지않는다는것이."

(/p.238)

"우리네인생에는어떤언어로도제대로설명하기어려운게있는법이죠."올가는그렇게말했다.

과연맞는말이라고쓰쿠루는와인을마시며생각했다.남에게설명하는것만이아니다.스스로에게설명하는것역시너무어렵다.억지로설명하려하면어딘가에거짓말이생겨난다.

그는사라를생각했다.그녀의민트그린원피스와밝은웃음소리와그녀가손을잡고같이걷던중년남자를생각했다.그러나그런생각또한그를어떤곳으로도이끌어가지않았다.사람의마음은밤의새다.조용히뭔가를기다리다가때가오면일직선으로그쪽을향해날아간다.

(/p.308)

FranzLiszt-Yearsofpilgrimage"Lemaldupays"byLazarB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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