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쿤데라의주관적통찰을통한소설에대한신랄하고진지한이야기<소설의기술>
나는이책을무척재미있게읽었다.밀란쿤데라의의견대부분을공감한탓이기도하고,어떤작가가되었건간에주관적관점이란곧그작가가다른작가와구분되는특징이자생명력이라고본다면,그주관을세세히밝힌것에감탄하기도하면서소설가는소설을쓰는것이지구태여이런주관적해설이필요했었을까?싶은생각이들기도했다.물론이책뒷부분에가면이런글을쓰게된동기같은것이나온다.출판사의기획이우선이기는했지만,소설이사멸되어가는세상에대한밀란쿤데라의우려와좋은소설이란어떤것인가하는결정적예시.무엇보다저자의소설들의번역본의문제점.
번역본을출판하는출판사에서책내용을마음대로편집하고생략하기도하는일에대한불만이다.
대부분의책들은저자가집필한원형대로출판되는것이아니라전문편집자의수정과정을거친다.
이런편집뿐아니라여기다번역의문제도있고,같은유럽이라고해도원본이의미하는단어가번역과정에서의미가같거나유사한단어를찾을수없으면전혀다른(?)의미로변질되기도하니까,소설은이중으로변형된다.
하긴소설애호가들과나같은글쓰기세상의주변에서서성이는사람들을위해명료한고백적기록이좋은지침서가될지도모른단생각도언뜻들었다.무엇보다소설가의자기소설의기술에대한이야기가소설만큼흥미진진하게읽히기때문에,지적인자극에목마른활자중독자들에게좋은읽을거리란생각이다.
아시다시피내독서는거의대부분(90%)이대출받은책이다.대출받은책이란곧읽을수있는기한이란조건부의독서이다보니대부분재미위주로책을고른다.빨리읽히는책이최고의책이되어버린나의독서습관.이러다보니아가사크리스티부터미야베미유키,스티븐킹에이르는미스터리물이내독서의정점인데,그야말로번역출간된추리물은거의다찾아읽었다는,그런데때로는여행기,요리책,신문의역사,사회사,고고학(고고학이야말로추리물의원형같은거라..)에관한책들도읽는다.
책을소장하지못하는탓에인상적인부분은메모해두는습관도있다.내기억에가장많이베껴쓰기를했던건레이몬드챈들러의문장이고,그다음이이책<소설의기술>이다.지금읽고있는<야만스런탐정들>도,
한마디로지적이면서도재미있는,책이가져야할미덕두가지를다가진책.
밀란쿤데라소설의기술(양장)
저자
밀란쿤데라(MilanKundera)
출판사
민음사(2008년08월0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1부세르반테스의절하된유산
-인간현상의상대성과애매성에기초한이세계의모델인소설은전체주의세계와는양립할수없다.이비양립성은광신자들을이교도와구분짓고인권운동가를고문기술자와구분짓는비양립성보다더골이깊다.이것은정치,도덕적일뿐만아니라존재론적이기도하기때문이다.이것이의미하는바는유일한진리위에기초한세계와소설의애매하고상대적인세계는각기전혀다른방식으로만들어진다는사실이다.전체주의적인진리는상대성과의혹과질문을제거하고,따라서그것은내가소설의정신이라부르는것과어울리지못한다.
…
공산주의러시아제국에서소설의역사가멈춘것은약반세기전이다.고골리에서비엘리에이르는방대한러시아소설에비추어볼때이것은엄청난사건이다.그러니까소설의죽음이란허황된생각이아니다.이미발생한것이다.
-27~28
2부소설의기술에관한대담
<농담><참을수없는없는존재의가벼움><우스운사랑들>같은것도그래요.이제목을재미있는사랑이야기정도로이해해서는안됩니다.사랑에대한생각은항상진지한것과결합되어있지요.그런데’우스운사랑’이란진지한것이결여된범주에속하는사랑입니다.현대인들이사랑에대해주로하는생각이지요…
<삶은다른곳에>에관한이야기로돌아갑시다.이소설은,서정적태도란어떤것이냐,서정시대의젊음이란무엇이냐,서정성-혁명-젊음이라는삼각결혼의의미는무엇이냐,시인이라는것은무엇이냐등의여러물음위에놓여있는겁니다.이소설을쓸때제가작업의가설로삼았던한가지정의가생각나는군요.
"시인이란그가들어갈수없는세상에어머니에의해이끌려들어와이세상에자신을드러내게된젊은이다."라는것이죠.아시겠지만,이정의는사회학적인것도아니고미학적인것도아니고심리적인것도아닙니다.
-51
3부’몽유병자들’에대한단상
제복은우리가선택하는것이아니라우리에게부여되는것이다.개인적인변덕스러움에맞서는보편적인것의확실성이다.예전에는그렇게도자명했던가치들의의문시되고고개를숙인채멀어져가자그가치들(충실함,가정,조국,규율,사랑)없이는살아갈수없는자는,마치제복이야말로이제더이상존중할것이없는싸늘한미래로부터자신을보호해줄수있는초월의마지막잔해이기라도한것처럼,보편성이라는제복의마지막단추까지채워스스로를구속한다.
-77몽유병자들-파제노의경우에대한설명
..그렇다,사람은이유가있을때에는사랑을잃은것에대해체념할수있다.그러나아무런이유없이사랑을잃었을때에는자신을용서할수없을것이다.
-88
안나카레리나의가장아름다운에피소드에대한,..사람들의행위에있어비인과적이고가늠할수없으며심지어는신비롭기까지한측면에대한조명.
도스토옙스키는자기논리의끝까지가기를고집하는이성의광기를포착한다.톨스토이는그반대다.그는비논리적인것.합리적인것의개입을드러내보여준다.내가그에대해언급한것은이런까닭에서다.톨스토이를참조함으로써브로흐는’우리가살아가면서내리는결정에서비합리적인것이맡는역할에대한탐구’라는,유럽소설의위대한탐구의맥락속에자리잡게된다.
-90
브로흐는개인적이고집단적인모든행위의바탕에혼동의체계,상징적사고의체계가있다는것을우리에게일깨워준다.이러한비합리적인체계가이성적인생각보다얼마나더우리태도를좌우하느냐하는것은우리자신의삶을돌아보기만하더라도충분히알수있는일이다….
비합리적인체계는정치적생활까지도지배한다.공산주의러시아는지난세계대전에서도상징의전쟁ㅇ에서도승리했다.가치를열망하면서도그것들을분별할수없는에슈같은인물들로구성된거대한군대는최소한반세기동안만큼은선과악의상징을퍼뜨리는데성공했다.그래서유럽인들의의식속에서집단수용소는결코나치즘과같은절대적악의상지으로여겨지지않는다.월남전에대해서는집단적이고자발적으로항의했던사람들이아프가니스탄전쟁에대해서는그렇게하지않는이유가바로이것이다.베트남,식민주의,인종차별주의,제국주의,파시즘,나치즘같은단어들은마치보들레르의시에서색채와소리가서로화답하듯같은울림을갖는다.반면에아프가니스탄에서의전쟁은,말하자면상징적벙어리인셈이고절대적악의테두리바깥상징의간헐천바깥에있는것이다.
-94~95
4부예술의구성에관한대담
"..브로흐는그가훌륭하게이룩해낸모든것들을통해서뿐만아니라그가의도했음에도이루지못한모든것들을통해서도우리를고무한다.그의작품에서이루어지지못한것들은다음과같은필요성을일깨워준다.첫째,(건축적명확성을잃지않으면서도현대세계에서의인간실존의복잡성을포괄할수있게해주는)발본적인검사라는새로운기법의필요성.둘째,(한음악에철학과이야기와꿈을한데용해할수있는)소설적대위법이라는새로운기법의필요성.셋째,(명확한메세지를전달하는것이아니라가설적,유희적,역설적인것으로그치는)전적으로소설적인에세이라는새로운기법의필요성"에대해
-107
..카프카이전에는그처럼밀도높은상상력은생각도하지못했죠.물론그걸모방한다는건우스운일일거예요.그러나저는카프카처럼(그리고노발리스처럼)소설에다꿈,꿈에만있는상상력을끌어들고싶은욕망을느낍니다.그렇게하는저나름대로의방식은’꿈과현실의결합’이아니라다성적대립이죠.’몽환적’이야기는대위법의여러계열가운데하나지요.
-121
저는소설이몇몇기본단어위에기초한다고주장합니다.쇤베르크의"음표들의시리즈"와도유사하죠.,웃음과망각의책>에서"시리즈"는망각,웃음,천사,’리토스트’,경계선같은것들이죠.이주된다섯단어들은소설이진행되는도안줄곧분석되고연구되고정의되고다시정의되어,마침내실존의범주로변환됩니다.
-124
..즉카프카는세르반테스의술집을통해,통속희극의문을통해그의첫번째’초-현실’의세계(그이첫번째’꿈과현실의결합’)로들어간것이죠.
…
그시초에있어유럽의위대한소설들은재밋거리였고진정한소설가들은모두그에대한향수를지니고있습니다!재미라는것이진지함을없애는것도아니고요.
첫째,7이라는숫자에바탕을둔건축술을통해이질적인요소들을결합하는다성적구성.둘째,희극적,동질적,극적이면서그럴듯하지않음과맞닿아있는구성.
-138~139
5부저뒤쪽어디에
외로움이아니라박탈당한외로움이라는저주,바로이것이카프카의강박관념인것이다!
-159
시인은시를창조하는것이아니다.
시는저뒤쪽어디에있는것
오래오래전부터시는거기있었고
시인은다만그걸찾아내는것일뿐.-얀스카첼
시인에게있어쓴다는것은배후그늘에불변의어떤것(‘시’)을숨기고있는장벽을제거하는것이다.시가우리에게(놀랍고도돌연한폭로를통해)무엇보다먼저경탄으로나타나는것은이때문이다.
-165
이상하게들릴지모르지만시인이눈에역사란시인자신과같은입장이다.역사또한창조하는것이아니라발견하는것이다.이제껏드러나지않았던상황을통해그것은인간이무엇인가를밝혀주고"오래오래전부터"인간에게있어온것이무엇인가를밝혀주며그의가능성이무엇인가를밝혀준다.
..카프카는예언한것이아니다.그는다만"저뒤쪽어디에"있는것을보았을뿐이다.
-166~167
6부소설에관한내미학의열쇠어들
비유
예를들면브로흐에게있어에슈의실존적자세에대한비유:"그는조금도애매하지않은명확함을원했다.그는마치쇠말뚝에묶이는것처럼분명하게그의고독이연결될수있는명확함을지닌그런단순한세계를창조하고자했다."(몽유병자들)
나의법칙:소설에비유를가급적최소화할것.그러나이비유는소설의정점이되어야한다.
-186
소설가(와작가)
작가는독창적인생각과흉내낼수없는목소리를가진사람이다.그는(소설을포함한)어떤형식이라도사용할수있으며그의생각의표지를붙이고목소리를실음으로써그가쓴모든것은작품의일부가된다.루소,샤토브리앙,지드,카뮈,몽테를랑등이그렇다.
소설가들은자신의생각을큰주제로삼지않는다.그는더듬거리며실존의알려지지않은면모를밝혀보려고애쓰는발견자다.그는자신의목소리가아니라그가추구하는형식에매혹되며,꿈이필요로하는요구에부응하는형식만이그의작품을이룬다.필딩,스턴,플로베르,프루스트,포크너,셀린,칼비노등이그렇다.
소설가는세르반테스를제외한그어는누구와도비교될필요가없다.
-193~194
7부예루살렘연설:소설과유럽
아젤라스트(웃지않는사람,유머감각이없는사람을의미)-소설가와아젤라스트사이에평화란불가능합니다.한번도신의웃음소리를들어보지못한아젤라스트들은진리란명확하고모든사람이같은것을생각해야하며,자신이스스로생각하는것과똑같은존재라고확신합니다.
-218
그러나플로베르적전망에서볼때멍청함의가장충격적이고저속한면모는,멍청함이과학과기술과진보와근대서에의해사라지는것이아니라진보와더불어진보한다는것입니다.
심술궂은정열로플로베르는자기주변사람들이유식한체하고뭐든다아는척하기위해하는판에박힌말투들을수집했습니다.그는그것들로그유명한’통상관념사전’을만들었습니다.이사전의제목을빌려말하면현대적인의미에서멍청함이란무지를뜻하는것이아니라통상적인생각의공허함을의미하는것입니다.
-222
제가생각하는것을보고신이웃는다는것을깜박잊었던모양입니다.–밀란쿤데라(MilanKund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