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채널을돌리다가오렌지색죄수복을입은소년들이구덩이를파는영화<호울즈/Holes>를무심코봤다.앗,저이야기는…대출받아온책들중에다른걸먼저읽느라<구덩이>는미뤄두었었는데..영화보기를중단하고,책을단숨에다읽어버렸다.문장의꾸밈이라곤거의찾아볼수가없이지극히경제적인단어들로흥미진진한이야기를끌어나가는데,이런문체도파워가있을수가있구나.새삼스러웠다.헤밍웨이를살짝떠올리기도하고그보다는마크트웨인에더가깝달지.지극히운이나쁜집안의핏줄을타고난스탠리는정말운이없게도단그자리에있었단이유만으로(도둑이훔친유명야구선수의운동화가스탠리앞에떨어졌음)냄새나는운동화도둑으로몰려소년범으로<초록호수캠프>엘가게된다.(집이가난해서캠프에한번도못가봤다는이유로소년원대신캠프를택했다.)그러나이캠프라는건이름만’초록호수’캠프지물웅덩이하나보이지않는사막이다.거기다청소년학대에가까운중노동을시키는곳.텍사스의뜨거운사막에서하루종일구덩이를파는작업이기다리고있다.하루한개의제키만한구덩이를파야만하는소년들.
이런가혹하고불합리하고잔인한상황을착하고슬기롭게넘기는스탠리란소년의성품이무척인상적이다.그냥착한정도가아니라상식이상으로착하고낙천적이라고해줘야만할것같은스탠리와불행한탈선청소년들의표준격(?)일것같은한팀의소년들이어른들의횡포를견뎌내고구덩이파기중노동에시달리면서도서로도와가며우정을만들어간다.이야기는과거와현재를오가며펼쳐지는데,스탠리의할아버지세대에서부터스탠리에이르기까지3대의걸쳐모든일이어떻게꼬이기시작했는가하는사연을과거와현재의스탠리의상황과엇갈려가며툭툭내던지는듯한직선적인문장으로유머러스하게(그냥유머러스한것이아니라3대에걸친불운은곧3대에걸친블랙코메디)로집안내림으로가족설화로이야기되는데,이우화같은이야기들이어떻게맞물리는가하는과정이흥미롭다.
<구덩이,Holes>1999년뉴베리상수상작
……
이틀뒤,스탠리는누워서별이총총한밤하늘을보고있었다.스탠리는행복에겨워잠이오지않았다.
행복할이유가없다는것은스탠리도알았다.스탠리는사람이죽기바로직전에갑자기기분이좋아지고마음이푸근해진다는얘기를어디서읽은것같기도하고들은것같기도했다.스탠리는지금자기가바로그상태에있는것같았다.
마지막으로행복을느낀때가언제였는지스탠리는기억도나지않았다.초록호수캠프로보내진일말고도스탠리의인생을비참하게만든일은무지많았다.학교에서도불행했다.친구도없었고데릭던같은녀석들이괴롭히기만했다아무도스탠리를좋아하지않았다.솔직히말하면,스탠리자신도자신을좋아하지않았다.
이제스탠리는자신을좋아했다.
스탠리는자신이미친게아닌가하고생각했다.–<구덩이>263쪽
책의거의마지막부분인데요.말도못할정도로힘든일들을겪고사막의캠프에서도망친친구를찾아나선스탠리가친구를무사히찾고난후의감상입니다.스탠리란인물의소박함,선의가감동으로다가옵니다.그동안얼마나힘든일이많았으면사막한가운데의바위산에올라친구를옆에두고벼랑위에서노숙하면서행복하다고말하고있습니다.스탠리가행복하다니까읽는저도덩달아행복해졌습니다.
행복과정의란결국옳다고생각하는일을행동으로옮기는용기와자신에게주어진일을묵묵히실천해나가는성실성을바탕으로이루어지는구나,무엇보다내가가진모든것(스탠리자신의목숨을걸더라도)정의를실천하는용기(물한방울없이사막에서죽어갈친구찾기)에서찾아온다는것을소박한유머어로알려줍니다.나도스탠리와함께바위산꼭대기에누워별을보았습니다.
구덩이
저자
루이스새커(LouisSachar)
출판사
창비(창작과비평사)(2007년08월1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