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배/고양이/119구급대/독거노인

문원도서관은작은도서관이라서가역시빈약하다.대신이용자수가적고새건물이라깨끗하니조용히책을읽거나공부하기에는딱좋은환경이다.그래도내가읽고싶은책을맘껏집어들수없는탓에도립도서관에가거나더러는인터넷으로상호대차를신청한다.도립도서관이책은가장많지만그만큼이용객수도많아서인기있는책은한참을기다려야만빌릴수가있다.

시립정보과학도서관에다상호대차신청해둔책들이도착했다는문자를받았다.

책찾으러가면서또대출받았더니사진에보시다시피책두더미가내가3주동안에읽어야할양이다.

<달콤한여우비>는춘천에사는황미라시인의새시집이다.지난주에받은것.식탁위에놓아두고하루2-3편씩시를읽느라놓아두었던것이라같이사진찍은것.

책욕심이끝이없다.

아무튼어제저책보따리를자전거바구니가득싣고오다보니반가운배아저씨경운기가서있다.바로도서관뒤에아저씨의작은배밭이있는데,아저씨배가무척맛있다.동네사람들한테파시는거라5개만원에파는배를하나더달라고하면두말없이더주시는분.

늘길고양이사료가먼저라생활비가빡빡한나는동네분들이다사가기를얌전히기다렸다가.

"아저씨전5천원어치만주세요."했더니저렇게많이담아주신것.

아저씨는주중에는동네안에서파시고,주말에는대공원으로가는터널밑에서배를파신다.

일주일에하루는평촌으로도배를가져가시는데,평촌에서도아저씨배가좋은걸안다고자랑하신다.

"나는배에다약같은거안써여.배크게만드는약도있지만,내배는자연그대로키우는거라크기도다달르잖어."

과수원에서방금딴배는꼭지도싱싱하다.

한손에배봉지를들고책을가득담은자전거를밀며올라오는데..집으로거의다다다랐을무렵아기고양이울음소리가들렸다.

고양이울음소리쫓아가느라자전거를세우고,배봉지를자전거바구니위에올리는순간비탈진길로와르르쏟아져구르는배.으악,그래도일단고양이울음소리난곳부터확인을했다.담장사이좁은공간으로올라가니이웃의할아버지한분과할머니한분이내다보고계신다.

"저아래고양이가있는데,나오질못하는모양이야."담을맞댄네집집사이담벼락안쪽에또움푹패인공간어딘가에서울음소리가난다고.

전화기를들고쫓아나오신뒷집할머님은,

"하두울길래배가고파서그런가보다하고어제참치캔을사다가따서비닐봉지에담아담장너머로던져줬는데..그거안보이는것보니까먹긴먹은것같은데..밤새계속울어.저비좁은곳에담넘어들어가야하는데119구급대에다전화해야겠어."

우리는119구급대에다전화하고나는그제서야주섬주섬길에떨어진배를주워담고기다렸다.

119구급대는5분만에도착.

해가저무는데,구급요원이아랫집반지하사는할머니집으로들어가안방창문(안방창문이라야울집작은창문크기정도로작다)으로간신히나가기는했는데..거기도막혀있는상태.그사이사람들소리에놀란아기고양이는어떻게올랐는지지붕이있는윗쪽에서울음소리가들린다.

집들이다닥다닥붙은데다가대부분의집들이불법증개축을해놓은상태라사실구급대원이움직일공간도없다.결국아기고양이구출작전은실패."내일아침에다시와볼게요."

고양이만의문제가아니다.이산동네반지하에세사는사람의90%가독거노인이라고보면된다.

나역시도반지하에살지만,고양이찾는다고엉겁결에쫓아들어간어두컴컴한실내.황망하게넓기는한데,빛이라곤전혀들지않는집안은쓰레기더미같은살림살이들이엉망으로쌓여있었다.

"얼마전에집주인이집수리를해줬는데,내가기력이없어집을치우질못해..이거다내다버려야할것들인데..집안꼴이..부끄럽네."

밥을굶는노인은없다.동네입구에있는복지관에가면2천원으로식사하실수가있고,아니면소망교회로가셔도되고,거동이힘든분들에게는도시락배달도온다.밥보다더한것.대부분의할머니할아버지들이자식들이보내주는약간의생활비로사시는것일텐데..먹고사는것보다더심각한문제는외로움이다.난어제외로움이침침한반지하실내를가득채우고있는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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