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국밥 한그릇

만추의보름달을만나러나갔습니다.전밤마다길고양이들밥주러동네를도니까밤마다하늘을봅니다.차츰차츰궁글어가는달을지켜봅니다.어젯밤엔낼은온전히둥근보름달이뜰거라고알았으니까,오늘은장도볼겸일찍집을나섰습니다.굴다리시장과마트에들러장을조금보고,천천히아주천천히올라왔습니다.작은터널을지나니보름달이보입니다.배랭이길초입에서만난만추의보름달은송전탑의케이블사이에걸려있었습니다.

달과함께가는길은혼자여도외롭지않습니다.달과가을물든나무들과같이있으니까요.달님도나무들도내친구니까요.집으로오르는길목엔절기다리는고양이들도있으니까요.

보름달주변으로달무리가생긴걸보니내일은기온이올라가겠구나..보름달이뜬탓인지갑작스런추위가풀린가을밤이어서인지모르겠지만,평소무척한적한배랭이길을산책하는이웃의모습도더러보입니다.

사진으론전혀담아내지못했지만,오늘밤의보름달은선명하게사람얼굴을,그것도빙그레웃고있는얼굴모양을하고있었어요.

웃고있는얼굴같은데,다시쳐다봤더니조금쓸쓸한웃음이었습니다.

그쓸쓸한웃음을올려다보는내게달이말합니다.’국밥한그릇이나하세요.’

한독거노인이’국밥한그릇하라’는메모와함께밥값을남기고자살했다는기사가머릿속에서계속맴돕니다.달을보면서국밥값과나란히놓아두었다는전기,수도요금고지서도생각합니다.

세상을하직하는순간에도자신을수습해줄이들에대한미안함을국밥값으로남겼습니다.공과금정리할돈도남겼습니다.

며칠을’국밥한그릇’이란문장이머릿속을맴돕니다.생각합니다.

나야말로삶을정리해야만하는그순간이온다면저런소박한진심으로국밥값이라도남기고죽을수있을까..

당신의곤궁함이미안합니다.당신의쓸쓸함을용서해주세요.다정확한표현이아니죠..그래도많이미안하고용서와위로를부탁하고싶은심정입니다.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나는뭣때문에살지…

쓸쓸함과외로움과막막함을달님에게풀어놓았습니다.

삶에지쳐자살하는이가남긴따뜻한한마디가달과가을을둥그렇게감싸고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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