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문제를 다룬 로맨스소설/ 미 비포 유/조조 모예스
BY esse21 ON 12. 16, 2014
아무리책을일상으로끼고사는나지만,도통손이안닿는책들도있다.바로로맨스소설이다.-그런데곰곰생각해보니제인오스틴이나브론테자매의소설들과너무너무신나게읽었던’브릿지존스의일기’역시도로맨스소설이니까..이렇게생각하면무의식중에로맨스소설도꽤많이읽은것같다.
이책도내가자발적으로대출받은것이아니라새마을문고지킴이의권유로읽기시작한것.
"맞아요.춥고외로운기분일땐이런달달한소설이젤이죠!"
안락사문제를다룬달달한소설의흡입력과감동/미비포유-조조모예스
스물여섯살인루이자(루)는6년째웨이트리스로일하던카페서일방적인통보로해고당한다.
특별한기술도,자격증도,능력도없는그녀는하루아침에백수가되는데,미혼모인동생과어린조카에다정리해고위기에몰려있는아버지,당장집안경제의한몫을책임져야하는루이자는엉겁결에간병인으로서의삶을시작한다.자격증을가진전문적인간병인이아니라한시도눈을떼면안되는전신마비환자인윌트레이너의말동무겸돌보미를해달란조건으로6개월시한부간병인으로채용된다...
방안으로들어가자,휠체어를탄남자가엉망으로흐트러진머리카락밑에서올려다보았다.그눈길이내시선과마주쳤고,잠시무서운정적이흐르는가싶더니피마저얼어붙게만들듯소름끼치는신음소리가났다.그는입가를씰룩거리더니한번더이세상소리같지않은비명을질렀다.(……)나는움츠러들지않으려고애썼다.남자는쓴웃음을지으며고개를모로꼬아어깨에처박은채일그러진얼굴로나를물끄러미바라보고있었다.기괴한외모였다.걷잡을수없는분노로얼룩진얼굴이었다.가방을움켜쥔내손등에서핏기가하얗게가셨다.
아하나님,나는생각했다.저이일못해요.못하겠어요.꿀꺽,세게침을삼켰다.남자는아직도나를빤히쳐다보고있었다.내가뭐라도하길기다리는눈치였다.
“저,저는루라고해요.”어울리지않게부들부들떨리는내목소리가침묵을갈랐다.손을내밀어야할지잠시고민하다가어차피잡지도못한다는생각이나서그냥힘없이흔들기만했다.“루이자를줄인애칭이죠.”
그러자놀랍게도그의얼굴이밝아지더니머리도어깨위에반듯이자리를잡았다.
-p.47
주인공은출근길집앞에서불의의사고로전신마비환자가된장애인윌트레이너와밝고착하지만앞날에대한아무런기대도없이작은동네에서하루하루막연하게살아가는아가씨루이자.
물론장애인이되기전의윌은성주의아들에다어머니는지방법원판사이고잘나가던경영자였다.잘생기고부유하고머리좋고모험심도풍부했던,그모든것을일순간의사고로다잃어버린사람.다른사람의도움을받지않으면숨쉬는일조차제대로할수없는중증장애인이다.안락사문제를다룬영화<청원>이바로생각났다.
저자인조조모예스는로맨스소설에다장애인과안락사문제를주소재로다뤘지만,가장큰주제는보이지않는심리적인장애를가졌던루이자가윌의조언을통해성숙하고독립된여성으로성장한다는것이다.그러니까두남녀의관계는서로도움을주고받는평등한관계란것.
간병인일에서가장나쁜점은보통사람들이생각하는것과다를지모르겠다.이것저것들어올리고청소를하는일도아니고,아득하지만항상코끝에느껴지는소독약냄새도아니었다.심지어다들내가다른직업을가질만큼똑똑하지못해서이일을하고있다고여긴다는사실조차아니었다.진짜문제는하루종일누군가와딱달라붙어서시간을보내다보면그사람기분에서벗어날방법이없다는사실이었다.아니면자기자신의기분이나.-p.331
<신데렐라>의변형이자<제인에어>의또다른버전이란느낌도받았지만,저자가간병인의심리상태에대해(직접적인경험은물론)꼼꼼이조사했다는것이이동화같은이야기를끌어가는저력이다.
이야기는뻔하게혹은뻔뻔하게달달하지만,이야기속에빠져있는동안은주머니난로속에든새앙쥐처럼행복했다.그러면서생각이..이런게바로로맨스소설의파워구나.새삼실감.
읽는이에게따뜻한위안을부담없는행복감을선사한다는것이로맨스소설이가진큰장점이아닐까?하는생각도들었다.위안과위로가필요한누구에게라도좋은소설이다.(나-나는읽자마자바로친한동생에게건넸다.이책읽어봐재미있어!)
미비포유
저자
조조모예스(JojoMoyes)
출판사
살림(2013년12월24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행복할수있는일이뭔지를찾아내서내가원하는일이뭔지를알아내고그두가지일이가능한직업의훈련을받는겁니다."
"당신말만들으면참간단해보이네요."
"간단해요.문제는,굉장히힘이든다는겁니다.그런데사람들은그렇게많은노력을하고싶지않은거죠."
-p.291
윌이루에게충고하는말인데,저도새겨들었습니다.내게는너무늦은깨달음이지만,모든성공한사람들에게는기본적인사실이겠죠.
…사지마비환자의삶이란거지같습니다.그분이좀신나게살았다면아마훨씬더힘들겁니다.나를도와준건이런것들었어요.싫더라도많은사람들과어울리는것.좋은음식,좋은의사들,좋은약들,필요할때는우울증약도요…-p.297
"그리고이런거알아요?아무도그런얘기를듣고싶어하지않는다는거.아무도두렵다든가,무슨멍청하고뜬금없는감염으로죽게될까봐무섭다는얘기는원치않아요.다시는섹스를할수없고자기손으로만든요리를다시는먹을수없고절대자기자식을안아볼수없게되면기분이어떨지,그런걸알고싶어하는사람은아무도없어요…"-p.358
책을다읽고나서맨뒷페이지를열었다가깜짝놀라고말았다.우와,8개월동안114쇄를찍었다니!
(그럼나지금부터만사제치고로맨스소설습작에몰두?휴,)
저자조조모예스(JojoMoyes)
1969년런던출생으로..여러직업을거치면서글을쓰다가늦게대학에갔구요(이건이책의주인공루이자와비슷)영자신문기자로서홍콩에서도근무한경험도있고,현재는베스트셀러작가답게전업작가로에섹스지방의목장에서세아이와말과고양이와살고있다고합니다.긴머풀러를아주좋아하는것같습니다.거의모든사진이머풀러를두른모습인데,이사진의머풀러는제것과아주흡사해서이사진을업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