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와 소주 파우치

연일한파가몰아치는데도대로변산수유나무는빨간열매들이주렁주렁하다.

시청에볼일이있어서수영장셔틀버스를타고대우증권앞에서내렸더니,열매를잔뜩매단산수유나무한그루가바로눈에들어온다.

올겨울같은추위에굶주려죽는새나길고양이들이없어야할텐데..많이걱정스러웠는데,

한파도견디고선빨간열매들이얼마나감사한지!아마큰길가이기도하고햇볕을잘받는양지바른곳이기도한탓일게다.무엇보다사람들이길가의산수유는건드리지않고남겨두었단것.

핸폰으로빛이반사되화면이보이지않아어림짐작으로찍었더니구도는엉망.

시청에들렸다가,다시시간맞춰셔틀버스를타고오려다가셔틀버스기다리느니걷자싶어서걸었다.

(무릎에무리가가는경사가심한길만아니면나도잘걸을수있으니까.)

기웃기웃천천히걷다가본것.

편의점문밖에세워진냉장진열장에서소주파우치란걸처음보았다.

급호기심.소주가예뻐졌네!그런데소주를파우치에넣어팔면..야구장이나등산객들이애용하지않을까?조금걱정도되고,

20년전동생만나러처음미국방문을했을때해변가에서맥주한병마시는데도맥주를종이백에싼채로마셔야했던일도기억난다.

"언니,공공장소에서는술못마시게되어있어."

"뭐야,금주법시대가끝난지가언젠데?

나같은애주가에겐놀라운얘기였다.어째미국영화에서보면대부분의알콜중독자들이술병을종이봉투에싼채로마시더라니..난알콜중독자라고보이는게창피해서그러는줄알았더니,법으로금지된거였구나!

슬림하고디자인도경쾌하고,울동네에서는본적이없는(?)-왜냐면가난한이들이많이사는곳에서는소주도도수가높은것이더잘팔린다.값싸고빨리취할수있는술을찾으니까.

한군데에서오래살다보니,또내가애주가이다보니,이젠우리시의알콜중독자가누구누구인지도대강꿰고있다.

나역시도애주가의단계에서한동안은이거중독아닐까?하는지경으로갔었으니까.

외롭고사는일이막막하고,글은안써지고,건강도시원찮고..이런저런술마실핑계도많아,

막걸리반병이라도마시지않으면잠을잘수가없었다.

중얼중얼왜이런이야기를하냐면,내가지금일주일째금주중인데,목표랄것도없이하루하루기간을연장해나가고있다.처음엔며칠만금주해보자.이제1주일을무사히넘기고나니31일까지금주해보려고한다.그래서소주파우치에바로관심이갔었다.하나사볼까?잠시망설였지만,기념사진(?)만찍고사진않았다.

나의금주는술을전혀안마시겠다는금주는아니다.외롭다고,불안하다고,우울해서잠이안온다고,잠자기전에수면제대용으로질끔질끔마시던나쁜버릇을고쳐보겠다는것.

소주가스마트해졌다.한살더먹기전에나도좀스마트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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