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술사/미야베 미유키

겨울밤괴담읽는재미/피리술사/미야베미유키

한마디로으시시한이야기들이너무너무재미있다.원래귀신이야기는깊은밤따뜻한아랫목에서들을때더자극적이듯이미야베미유키의소설들이야언제읽어도재미를만끽하지만,밤이긴겨울에따뜻한이불속에서읽는것이더즐겁다.

나자랄때가장인기있던라디오프로그램이<전설의고향>이었다.전설의고향을듣기위해라디오가있는옆집창에딱붙어서서귀를쫑긋세웠던추억도있고,그러면서미미여사덕에알게된거지만,어쩌면일본에는귀신이야기가무척다양하다는것이부럽기도했다.서양괴담이라면무시무시한드라큐라흡혈귀이야기가먼저생각난다.드라큐라의변형은오늘날에도영화나소설의소재로끊임없이변주되고있으니까.

이에반해동양-일본의귀신은더인간적이랄지.개개인의사소한희노애락이원한이되고,원한은악귀를낳고악귀와유령은천연덕스럽게에도시대의사람들속으로끼어들어경악과분란을일으키면서존재감을드러낸다.

미야베미유키가들려주는에도시대의귀신이야기들은그렇다.ㅇㅇㅇ네집우물에귀신이있다…ㅇㅇ나가야쪽방에는절기마다얼굴이바뀌는남자가살고있단다.

일본에서야고다츠를끼고앉아듣는이야기이고,우리는따뜻한아랫목에서귀신이야기를듣는다.아랫목이없는나는이불속에서읽었다.

그러면서어쩌면귀신이나유령이야기야말로모든이야기의뿌리가아닐까..하는생각도들고,으시시소름도끼치는,그러면서도인간적이랄지,무서운이야기를끌어가는미미여사따뜻한시선이이야기를통한치유의과정을보여준다.

이괴담시리즈의가장두드러진특징이마음깊이담아두었던괴이한이야기를풀어놓고괴담을들어주는행위가심리치료와힐링이되는과정이다.그래서책에실린무서운이야기들이결국은따뜻하고감동적인이야기가된다.주인공인처녀오치카가하는일이흑백의방에서비밀을간직한손님들의괴담을들어주는일인데,이흑백의방이란결국말할수없었던이야기를풀어놓고봉인하는곳이자치유의장소이기도하다는것.

아,재미있네재미있어.역시난이런이야기를좋아해!

이책에서가장무서운이야기는표제인‘피리술사’구요.내게가장인상적이었던이야기는마지막에피소드인‘절기얼굴’이었는데요.절기마다얼굴이바뀌는남자이야기가마르셀에메를떠올리게도되고,무섭고재미있습니다.그리고책소개하면서이재미난귀신이야기들을읽는즐거움을뺏지않기위해줄거리는적지않겠습니다.읽으면서메모했던문장들만올려요.

전에무슨이야기를하다가숙모오타미가한말이생각났다.남자든여자든질투가심한사람은사실소심한사람이라고.

/-36’디마토리연못’

오에이가미시마야에자리를잡게되면언젠가이아이에게도나들이옷을입혀서밖으로데려가고싶다.이렇게차려입으면쑥스럽지만역시멋내기는즐거운일이라고오치카는생각했다.

"착한아이들은모두세상의보물이죠."

/-191/’가랑눈날리는날의괴담모임’

이즈쓰야시치로에몬은너그럽게손을내두르고나서오치카쪽으로몸을돌렸다.

"아가씨,다리란,본래길이없는곳에걸쳐놓는것이지요.그런의미에서는사다리나계단도마찬가지입니다만."

예,하고오치카가고개를끄덕였다.

"그러니까뜻밖의존재를불러들이거나이승이아닌장소로통해버리는일도일어나는것이지요.저도이모임에서주워들은이야기일뿐입니다만,"

바로눈앞에묘하게생긴얼굴과안광이있다.오치카는그곳에대고물었다."불러들인다는’뜻밖의존재’는반드시무서운것인가요?"

이즈쓰야시치로에몬은괘를갸웃했다."글쎄요,그건-…"

/-245

"어머,또내리네."

창밖의밤하늘은하늘에서쌀가루를뿌리는듯한풍경으로변해있었다.

이눈길을작은눈신발로아장아장밟으며오코보님이(작은돌부처)산에서내려오셨다.난생처음돈벌러나가는마을아이를걱정해서에도까지찾아오신것이다.미시마야뿐만아니라마을아이가있는곳이면어디든그렇게찾아가실지모른다.

-에도에도이렇게큰눈이내리나,하고깜짝놀라셨겠지.

오치카는눈내리는풍경을보며미소를지었다.

괴이한일이라면이것도괴이한일이다.하지만좋지않은가.연말대청소가끝난마음의들보에청량한흰눈이내리는것같아서기뻤다.그눈의따뜻함이오치카의마음에스며들었다.

겨울은아직한창이었다.

/-299’가랑눈날리는날의괴담’모임마지막부분.

설동안에는어느가게나바쁘다.새해인사도다녀야하고,새해인사를하러오는손님도대접해야한다.미시마야는삼일아침부터문을열고장사를시작하낟.새해를맞아간지가변하므로자잘한잡화나주머니따위도간지에맞게바꾸려는멋내기좋아하는손님들이찾아오기때문이다.

/-303/’피리술사’

"마구루는어떤원한이실체를띠고나타난것이라고합니다."

옛날그지방의산들이활발하게개척되기전에,그러니까사람들이숯굽기로간신히살아나가던시절에,영주에게가혹하게착취당하고전쟁터에끌려나가고비참하게굶어죽어간산골주민들의원한이깊었는데,그것이마구루가되었다는것이다.

"그러므로마구루를죽이기는불가능합니다.원한은죽일수있는것이아니니까요,죽어도죽여도남습니다."

오히려죽이면더깊어지는것이원한이다.

"그래서마구루라는원한으로하여금스스로를먹어치우게해서물리치는군요."

그러나그렇다고원한이가시지는않는다.그러므로마구루는소생한다.긴세월을두고몇번이고부활한다.

//-376-377’피리술사’

피리술사 저자 미야베미유키(MiyabeMiyuki) 출판사 도서출판북스피어(2014년08월22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괴담대회는본래,백명의사람이한자리에모여한명씩괴담을들려줬다는일본의풍속이다.이야기를마치면각자들고있던초를하나씩꺼,마지막까지다끄고나면귀신이나온다고하는전설도있다.으스스하면서도재미있는이유희는모리오가이,오카모토기도,교코쿠나쓰히코등일본의많은미스터리작가들에게영감을주었다.어쩌면괴담물은일본미스터리작가들에게한번쯤도전해보고싶은성전(canon)인것이다.‘사회파미스터리의여왕’미야베미유키에게도그랬다.이작품이출간됐을때,일본의한매체는미시마야변조괴담시리즈를‘미야베미유키의필생의사업(lifework)’이라고까지표현했다.-출판사소개글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