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소녀상을 만나다 – 엄희자 컬렉션

어린시절내최초의비행장소는만화방이었다.용돈이라곤주어지지않았던시절.공책이나연필을사야한다는거짓핑계를대고타낸돈을들고달려갔던곳.대청동주택가골목이나동광동골목안의작고침침한만화방들.

숨죽이며아껴읽었던만화책들.

내가공책이나교과서의여백에다어설프게그려넣었던만화책속의소녀들.

내첫번째꿈은만화가가되는것이었다.

공책에서줄긋고칸을만들어서단편만화를그려동생이랑짝꿍에게보여줬었던기억도있다.

숨죽이며봤던만화책들,엄희자란이름은추억속에서여전히반짝반짝빛나는별이다.

엄희자의데뷰작<행복의별>1964년

그림속의소녀는눈동자에별을달고,머리에는커다란리본을달고,퍼프소매의풍성한원피스차림에책상위에는레이스손수건까지얌전하게놓여있고,

엄희자만화속의주인공들이야말로바로그시대모든소녀들의꿈

내꿈역시도비슷했던것같다.나는언제저런드레스를입어보나?

한국만화사에서순정만화란쟝르를탄생시킨만화가.’엄희자=순정만화’의대모라는공식이다.

6-70년대가진것보다부족한것이훨많았던시절에엄희자만화속에등장하는착하고아름답고화사한소녀들의모습은선망의대상이었다.이시절은만화의영향력이대단해서요즘의아이돌스타와는비교가안될정도의인기였던걸로기억한다.

새옷이라고는일년에한두번명절날에만얻어입던시절.그것도언제나내취향따윈상관없이한두사이즈는큰걸로튼튼하게생긴바지나스웨터를사주시던엄마.아이들은금방자라니까,또동생에게물려입혀야하니까..그림속의원피스비슷한옷이라도얻어입었던기억은아주아주아득하다.

아버지사업이부도난후,부산으로내려가처음자갈치시장부두에서보트를탔던날.(4살?5살?)허리에커다란리본이달린예쁜원피스를입고,밀짚모자까지쓰고아빠와보트를탔다.그땐엄희자만화속의소녀와비슷한모습이었던걸로생각한다.

그런데그보트가뒤집혔고.내기억속의옷들도사라졌다.그후로는한참동안궁핍했던추억뿐이다.

부부작가인조원기엄희자는스토리라인은조원기그림은엄희자부부합동작품.엄희자그림의특징을잘보여주는페이지를찍었다.부드러우면서도깔끔한그림선과자연스럽게살짝과장된인체비율,그리고빈공간을채워주는꽃과나무.엄희자의만화속에는꽃이많이자주등장한다.

<공주와기사>1965년

추억속의만화지만,소녀들의모습은지금봐도아름답고감동적이다.어쩌면여전히내속에는엄희자의순정만화속주인공들이살고있는것같다.

아침에엄희자에대한구글네이버검색을한참했다.대부분내가책에서읽은내용과비슷.

엄희자는1942년신의주에서태어났다.아버지가광화문에서양복점을하셨다고하니어린시절은유복하게지낸것같은데,울아버지처럼다른사업에손대고파산.동양화가를꿈꾸었던엄희자는소녀가장으로가족의생계를돕기위해만화가의길을택했다고한다.처음에는최초의만화학원으로기록되고있는김길영만화연구소를찾아가허드렛일이라도하겠으니만화를배우겠다고졸랐고,조원기문하생으로들어간후1964년<행복의별>로데뷰.데뷰후에는스승을능가하는인기를얻었고그스승(조원기)과결혼해서우리나라최초이자최고의만화가커플로살았다.그러나남편의종교문제로모든것을버리고1983년미국으로건너갔다.초기에는한국에서온천재작가예쁜소녀들을잘그리는작가란별칭으로애니메이션회사에근무하며다수의작품에참여했으나지금은조원기의아내조희자로살고있다.(출처-네이버구글지식검색)

엄희자컬렉션 저자 엄희자 출판사 부천만화정보센터(2008년11월3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추억속의만화가들컬렉션이라,대표작중선별해서실려있구요.스토리전체가실린것도아니고,시작부분몇페이지씩만발췌해실려있어요.그래도옛날만화를그것도소녀들이좋아하던순정만화를볼수있어서행복합니다.전자책으로엄희자만화두권이등록되어있답니다.관심있는분들은전자책으로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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