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읽은지는일년이훌쩍넘었다.리뷰를올려야지..하면서미루고미루기만했다.
사실포스트로정리못한리뷰가많지만,그중에서블로그정리전에꼭올려야겠다고생각하는책들중에먼저<선셋파크>
내가읽은<선셋파크>는구약성서속의돌아온탕자의이야기이자,911사태를겪은사람들에대한진혼곡이기도하다.
사실살아간다는일은사랑으로위로받기도하지만사랑으로상처받고고통받으며,살아가는시간과함께소중한것들을상실해나가는일이기도하다.이책은그렇게상처받은사람들,한가족의이야기이다.그것도아버지와아들의이야기.그래서이소설은내게구약성서속의돌아온탕자이야기를떠올렸고,우연한일로가족이해체되는이상실의스토리는그바탕이911사태란커다란상처가깔려있다.책속에서는전혀언급되지않지만,내나름의짐작이다.무엇보다상실감에대한것.무라카미하루키의<상실의시대>보다오히려<선셋파크>야말로상실과상처에대한섬세한관찰과위로의이야기이다.
주인공인마일즈헬러가이복형보비와다투다밀친것이바로교통사고로이어져형보비가죽고,마일즈는자신을벌주기위해집을떠난다.한아들은죽고,또다른아들은사라져버린,그래서해체된가족의슬픔이책전체에새겨져있고,그러면서어느하나지나치지않는다.상처를준사람도상처를받은사람도다가족이니까가족이었고,떨어져있어도가족이란뿌리는변하지않는것이니까.
책을읽은지일년이훌쩍넘은지금도감동의울림은여전하다.
사실내가읽었던폴오스터의책중에서가장인상적이었다.911사태를가까이서겪었든아니면뉴스로접했든아니면전쟁이나이혼경제적파탄등,다른어떤이유에서든가족이해체되는상실의아픔을겪은사람들이라면그상처를어루만져주는이이야기에서위로받을수있을것이다.
선셋파크
저자
폴오스터(PaulAuster)
출판사
열린책들(2013년03월2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밑줄긋기-
그녀의논문주제는제2차세계대전직후의미국이었다…이주제를택한이유는조부모님과이모할아버지,이모할머니때문이었다.그들모두전쟁에참가했고전쟁에서살아남았으며전쟁으로인하여영원히다른사람이되어버렸다.그녀의주장은남녀간전통적인행동양식이전쟁터와국내전선에서파괴되었고,그리하여전쟁이끝나자미국인의삶은다른모습이도리수밖에없었다는것이었다…여러텍스트와영화중에서도..헨리밀러의<냉방장치의악몽-TheAIR-ConditionedNighmare>미키스필레인의<내가심판자>..윌리엄와일러감독의1946년작<우리생애최고의해>에관해막집필을시작할참이었다.그녀의논문에서가장핵심이되며,그녀가생각하기에미국역사에서그특정한순간에관한국가적서사시와같은작품이었다.전쟁으로망가진세남자와,그들이가족에게돌아갔을때부딪히는어려움들에관한이야기였다.
-104-105앨리스버그스트롬
..그들은다제정신으로귀향을했어도평생마음의빚을지닌채로살았으므로전쟁이후의세월조차여전히전쟁의일부였고,악몽을꾸고땀을흘리는밤이계속되는나날,주먹으로벽을치고싶은나날들이었다.
-112–앨리스버그스트롬
어머니는렌조의어머니가그랬듯이,그들의부모들모두가그랬듯이,그들의아버지가전쟁에나갔든나가지않았든,전쟁이시작되었을때어머니들이열다섯살이었든열일곱이었든스물둘이었든전쟁의아이였다.지금생각해보면기이할정도로낙관적인세대였다.거칠고믿음직하고근면하면서도약간은어리석을지모르지만,그들은모두미국의위대성에대한신화를사들였고베트남의소녀소녀들과조국이병들고파괴적인괴물로변해가는모습을보았던성난전후세대아이들인자기자식들보다세상을덜의심하며살았다.투지.어머니를생각할때마다떠오르는단어였다.투지에불타고거침없이솔직하며의지가강하고다정하며난감한,
…그가제일손위고어머니는여자보다는남자를더신뢰했으므로문제가생기면언제나그에게가져왔다.절대문제가아니라(부정적인단어들은어머니의어휘목록에서전부삭제되었으니가소한일들로분류되는것들이었다.사소한일로너랑의논좀해야겠다.이런식이었다.그는이를일컬어고집스러운맹목성이라고불렀다.남편셋을땅에묻고,손자는실종되고의붓손자는우연한사고로죽은비통하기짝이없는현실앞에서도기어이밝은면이나도덕적승리를찾으려하고,동트기전이제일어두운법이라는태도를고수하려는면을가리킨것이었다.그러나그것이바로어머니가태어난세계의특징이었다.-171-172모리스헬러
두아이의아버지이기도한변호사는한쪽눈이보이지않으며,그가변호를맡은강간죄의누명을쓴흑인은한쪽팔을쓰지못하고,책뒷부분에서변호사의아들은나무에서떨어져무고한흑인의못쓰는팔과똑같은쪽의팔이부러진다.캔맨은왼쪽인지오른쪽인지는기억나지않았다.어린마일스가적은바로는,이모든사실의요점은삶에서상처는없어서는안될부분이라는것이었다.어떤식으로든상처를입어보아야만한인간이될수있다.아버지는열살,열한살짜리아이가어떻게이렇게주의깊게책을읽고,이렇게이질적이고눈에잘띄지도않는요소들까지조합하여수백페이지에걸쳐발전되어온하나의패넡을발견해내고,책전체를구성하는푸가와카덴차의소용돌이속에서놓치기쉬운반복되는음표들을짚어낼수가있는지놀라웠다.-200마일스헬러(*’앵무새죽이기’에대한어린시절마일즈의독후감을아버지의시각으로평가한것.실제폴오스터의딸이야기)
메리-리(마일즈의생모,마일즈생후6개월되었을때이혼하고집을나감)는사뮈엘베케트의<행복한날들-Oh!Lesbeauxjours>에출연하려고뉴욕에와있었다.여주인공위니역을맡아1막에서는허리까지땅에묻혔다가2막에서는목까지묻히게된다.이렇게제한된공간안에서한시간반동안60페이지에달하는독백을대부분은보이지않는불행한윌리가가끔식끼어들뿐혼자서장황하게늘어놓아야하는..그러나그녀는위니가너무나좋았다.극속에뒤섞인연민과코미디,공포의조합에감동했다.지나칠만큼어렵고지적이며때로는모호했지만언어만큼은깔끔하고정호가했다.간명한언어는너무나아름다워자기입에서나오는단어에육체적인쾌감을느낄정도였다….이제는<범퍼>가넘치게가득따른잔이고<바스트>는정원사들이쓰는식물성섬유로엮은노끈이며,위니가2막서두에서하는대사중<만세,성스러운빛이여>는<실낙원>3권에서인용한것이고<푸른너도밤나무>는<나이팅게일에게부치는송시>에서나왔으며,<동틀녁의새>는<햄릿>에나오는대사라라는것도다알았다.
-202-204
윌라가엑서터에서현지시간으로새벽3시반에전화를건것이었다.윌라는흐느끼며자기가산산이무너지고있다고,자신의세계는폐허가되었고더는살고싶지가않다고괴로워하며말했다.윌라는눈물을억제하지못했고,그런흐느낌을뚫고새어나오는어린아이처럼새된목소리는거의알아듣기힘들정도였다.그는이것이야말로진짜붕괴라고생각했다.그녀야말로분노나희망조차더는느끼지못하는사람,완전히소진되어비참해지고또비참해진사람,세상의무게,아니세상의무게와맞먹는무거운슬픔의무게에산산이부서진사람이었다.
-215모리스헬러
..류의행동주의는잊지못할대사건들이벌어진해인1989년,베를린장벽이무너진해,이슬람의명령이나온해,천안문광장사건이있었던바로그해로거슬러올라간다.류가컬럼비아대학의직위를사직하고베이징으로돌아가학생들을지지하기위해천안문광장에서단식투쟁을벌이고,더이상의유혈사태를막기위해비폭력항의방식을옹호했던것은1989년봄,바로정확히그때였다…감옥에서2년을보낸후1996년중국정부가티베트의달라이라마와대화를시작할것을제안했다가3년의노동교화형에처해졌다…가장최근에체포된것은2008년12월8일이었는데,우연인지몰라도바로세계인권선언60주년기념일하루전랄이었다…앨리스는오전과이른오후내내폴이류의변호를위해대규모의시위를조직할수있도록힘을보태줄것을요청하는이메일을전세계펜클럽센터에보냈다.그녀는류샤오보같은사람들이야마로인류의기반이며,타인을위해일어서서자기목숨을걸만큼용기있는사람은드물다는것을잘알고있었다.그에비하면우리들은나약함과무관심의사슬에묶여우둔하게묵묵히걸어가는별볼일없는존재에불과하다..
-250-251ALL
..제이크는머리좋고재능있고야심도있는반면,마일스는정신적,육체적으로뛰어난능력을지녔음에도불구하고야심이란게전혀없었다.열정도목적도없이그저매일을허송세월하는것으로만족하는듯했다.그러나마일스는어엿한한남자이고제이크는여전히어린아이였다.마일스는전쟁에나갔다왔고나이를먹었기때문이다.
-255앨리스버그스트롬
..프레드릭마치가고등학생아들에게전쟁에서가져온전리품인사무라이칼과일장기를선물하는장면이었다.앨리스는아들이그물건에전혀관심을보이지않고,아버지가준선물보다는히로시마와핵전쟁으로인한멸망가능성에대해이야기하는장면이예상밖이지만대단히적적하다고생각했다…아들의정신은이미온통미래에만쏠려있었다.결국그는아버지에게아무런질문도하지않았다.그기념품을어떻게얻었는지물어볼정도의호기심도동하지않았다…아들의눈에아버지는영웅이아니었다.지나간시대에서온노쇠한인물일뿐이었다.조금후머너와단둘이방에나자마치가그녀를돌아보며말한다.끔찍하군.로이:뭐가요?마치:젊은것들말이야!로이:군대에서도젊은사람들을보지않았어요?마치:아니,다늙은이들뿐이었어.나처럼.
-252-254
캔맨은영국에갔다가돌아왔다….1월25일우리는세월이흘러갈수록더강해지는것이아니다.고통과슬픔이누적되어더많은고통과슬픔을견디는능력이약화된다.그러나고통과슬픔은피할수없기에,말년에는아무리사소한실수라도젊은시절의큰비국에맞먹는힘으로울릴수도있다.<낙타등을부러뜨리는것은마지막으로올린지푸라기한가닥이다.>
-284-285,모리스헬러
…그는부어오른손에얼음을눌렀다.손을보면서앨리스와필라와지난겨울보았던영화에나왔던손을잃은군인을떠올렸다.전쟁에서돌아왔지만아버지의도움이없이는옷을벗고잠자리에들지도못하는젊은군인의이야기였다.그는지금그젊은이가된기분이었다.
아버지의도움없이는아무것도할수없는,손이없는아이,손없이살아야하는아이.평생그손때문에곤란한일만겪어온아이.성나서때리는손,성나서밀치는손,영화에서보았던그군인의이름이기억났다.호머,호머뭐였는데,시인호모가쓴오디세우스와델레마코스의재회장면에서처럼,그가아버지와재회했던것처럼,오랜세월이지나아버지와재회했던호모.호머라는이름은홈리스라는단어처럼집을생각나게했다.이제그들은그가아버지에게전화로말했듯이모두홈리스들이었다…..그는아버지를실망시켰고,필라를실망시켰고,모든사람을실망시켰다.차가브루클린다리를건널때그는이스트강건너편의거대한건물들을바라보며사라진건물들,무너지고불타더는존재하지않는건물들,사라져가는건물들과사라지는손에대해생각했다.미래가없을때미래에대한희망을갖는것이가치있을까생각해보았다.지금부터어떤것에도희망을갖지말고지금이순간,이스쳐지나가는순간,지금여기있지만곧사라지는순간,영원히사라져버리는지금만을위해살자고스스로에게말했다.
끝-327-328
폴오스터는오랫동안책상머리맡에핀업으로붙여두었었는데,젊은날의폴오스터의카프카를연상시키는쉬크한이미지를사랑했다.소녀적에좋아하는배우들사진을핀업으로장식하듯,내책상앞엔좋아하는작가나예술가들의희미한사진들을여전히붙여두고있다.가브리엘마르께스,무라카미하루키박완서요요마그리고폴오스터.잡지한귀퉁이를뜯어냈던폴오스터의사진은복사해서사진첩에넣어두기까지했었는데..글쓰다말고사진을찾다.너무낡은핀업사진을떼어내면서스캔해두었던것.
폴오스터(PaulAu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