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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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와서 드는 생각이 그래도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일거라는 생각이다. 요즘같이 물질만능의 시대에 척박해진 인간성을 만나지 않으려면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다녀야 겠다는 생각에 이르는 것이다.

가까운 까페에 매요일마다 각종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한 6개월 전에 알았었지만 무엇에 쫓겼는지 직접 가보지는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조금 시간이 되었던 것같다. 18세기 유명 시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그 까페 2층에 이미 사람들이 마이크를 들고 각자의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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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빨강 머리의 한 프랑스 여자가 낭송을 하고 있었는데 아는 얼굴이었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가 이 세상을 떠나자 샹송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여자, 그때가 나이가 60이 넘었다고 했었다. 언제나 엄청난 양의 가방을 힘겹게 들고 다녀서 안되보였던 여자인데 오늘은 제법 화장도 하고 옷도 세련되게 입고 있었다. 그동안 그녀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이 시 낭송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 와서 일본 여자냐? 중국 여자냐? 하고 묻는다. 이 여자는 나를 기억하고 있지 못한 모양이다. ‘ 내 생각에 당신과 나는 아는 사이인 것같은데요? 저는 한국 사람이에요.’ 라고 했더니 ‘ 아! 누군지 알겠어.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앉는다. 마침 한남자가  카세트용 라듸오를 들고 나가서 정말 프랑스적인 샹송을 아주 차분하게 노래한다. 그는 자기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늘 양노원에 불려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데 한 6개월전에 다른 까페에서 본 사람이다. 그때만 해도 참 젊었던 것같은데 6개월 사이에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되어서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의 샹송은 여전히 좋았다. 노래를 마치고 돌아나오는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감성은 젊게 남아 있는 모양이다. 시모임을 주재하는 사람이 나에게 나와서 시를 하나 낭송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못할 것도 없지만 그리고 이제는 자유롭게 나아가서 불어로 시 하나쯤은 즉석에서 지을 수도 있을 것같았지만 아직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니까 다음기회에 하겠다고 사양하고 말았다.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일까? 나이가 들어서 초라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까의 그 빨강 머리 여자가 나에게 와서  이번에 출판했다는 시집을 보여준다. 나이가 70은 된것같은데 정말  끈기가 대단한 여자이다. 그리고 그녀의 시는 철학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외모만 초라해졌지 그녀의 내면은 아직도 왕성하게 꿈을 키우며 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여자가 나에게 와서 북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한다. 북한의 김정은이 미친사람이라고 한다. 북핵을 개발했어도 결코 남한을 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때문에 대답할 말이 없다. 또 요번에 티벳의 달라이야마가  프랑스에 왔는데 프랑스의 어떤 정치인도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고 그래서 프랑스 정치인들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왜?냐고 내가 묻자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프랑스 정치인들이 티벳의 달라이마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였다. 휴머니즘은 이제 한물 갔다. 한국에 전쟁이 났던 시대만 해도 휴머니즘이 존재했기때문에 유엔에서 한국 전쟁에 참전을 했었지만 이제는 한국에 무슨 일이 있다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시리아 사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시리아 사람들이 그토록 도와 달라고 애원을 해도 유럽의 어느나라도 꿈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휴머니즘’이란 말이 의미가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대한 6개의 생각

  1. 맞습니다. 휴머니즘이란 단어도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릴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6,25때와 같은 상황이 올 때 과연 그 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도와서 싸워주러 올것인지는 미지수지요.
    먼저 그들의 국민들이 반대할것도 같고요.

    이래저래 북한의 핵은 골머리가 아픕니다.
    건강하세요.

  2. 나이 들어 초라해지지않으려면 70대 빨강머리 여인처럼
    내면을 다스릴 수밖에 없겠네… 싶습니다.
    그 연세에 철학적인 시집을 출간한 그녀도 부럽고
    피카소(?) 그림이 걸려있는 카페 분위기도 좋아보입니다
    전 핵이니 정치니 하는 건 아는 게 없어서…
    파리 통신원 세실리아님
    그곳 소식 자주 올려주시면 더 고맙겠어요

    • 네, 참나무님! 자주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블로그에서 기능이 잘 안될때가 많아서 글 몇편을 쓰다가
      실패해서 그만 둔 경우가 많아요. 벼룩시장도 사진도 많이 찍어 놓고
      글을 올리려는데 안되어서 그만 두었고요.

  3. 세실리아님! 프랑스 소식 곁에서 듣는 듯합니다.감사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모임에 참여하셨네요.늘 건강하시며 파리의 소식 자주 들려 주시길 기대합니다.건강하고 행복하신 가을되세요

    • 김수남님, 반갑습니다.
      저도 가끔 님의 글을 읽는데 아이를 넷이나 키우시면서
      블로그도 하시니 얼마나 대단한 엄마이신지요.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참나무.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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