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에게


네가먼미국땅씨애틀이란

영화제목같은곳으로이민을떠나던날

인천국제공항에서이별하고
주차장에서차를돌려막나오는데

거대한비행기가차지붕위로날아오르며

네형수에게전화하는비행기에서의네목소리저편에서는

쓸쓸함에배어있는안녕이란인사가

대책없이젖어있었지



벌써네가가고난다음의두계절이

저리지나가고있구나

팔십넷이되시는구나

벌써막내인너를잊으셨는지

이젠네이야기조차도잊고전화걸어달라시는채근조차없으시구나

엄니의기억에서는이젠네가까마득히잊혀졌더구나



잊는다는것은쓸쓸한일이다

그리고누군가에서의기억에영영잊혀진다는것은

더욱기막히도록쓸쓸한일이다

모든잎들이져버린저빈산에

홀로남아바람따라흔들리는억새꽃같이

꽃이라는이름자를달고있으메

벌나비도날아오지않는이름만의꽃

저꽃이름자를달고바람에왼종일흔들리는꽃

그렇게흔들리며잊혀지는것

참으로애슬픈일이아니더냐





엊그제조반을들다가말고

엄니를물끄러미건너다보다가방으로들어가사진기를가져다가

식탁의자에앉아계신그대로네컷을찍었단다

영정사진이었단다

당신손으로장만하시어서울에서부터고히모셔오신삼베수의를

엄니방농짝위에얹어놓으시고는

가끔씩꺼내서펼쳐보시는일이잦으시구나 어미자식간의천륜으로만났다가

그연이다하여돌아가시려는

당신마음이야어찌혜량이야하것는가마는...

서로가영원히잊혀질

먼길로떠나는것은참으로쓸쓸한일이아닐수가없는일이구나



저녁빛을받아황혼녘에눈부신저꽃

엄니꽃에다름아니구나

작은누이가엄니용돈으로달러를보내왔더구나

하지만그돈을드리지못하고내가보관하고있단다

치매끼로용돈을간수치못하여

조석으로온방안을뒤져대는일이

벌써다섯번째작은소동으로겪어냈단다

그것도오십중반의당신자식인나까지의심하시니

이젠치매끼의도를넘어서시는것이야속하기까지하구나

어디용돈뿐이더냐

너마져잊으셨고

과거를잊으셨고

기억저편의한점혈육이신외삼촌도잊으셨고

짚고다니시는지팡이마져도

영영찾지를못하시고잊으셨단다

잊는다는것은

가슴철철눈물나는일이다

천륜으로애지중지하시던

막내인너에대한기억이엄니에게서잊혀져가시지만

너만은잊고살지말자꾸나

이세상어느하늘아래

까마득히먼먼그리움으로살지라도

어찌잊혀지며살아갈지어냐?

잊혀진다는것은
저산을넘어가는
쓸쓸한저녁해같이…
바람지나가는빈산에홀로서서
가슴철철눈물나는일이다
네가그리워하며
꿈마다찾아갈엄니계신고국고향땅에는
하마여름이왔단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