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작은누이와마루에서공기놀이를하는데

개구리한마리가마당을가로질러댓돌아래까지온다.

사랑방문을열고먼산을바라보시던할아버지는

"큰비라도오려나..개구리가마당으로들어오니."하시면서

놋잿털이에다피우시던장죽을탕,탕,치신다.

담장넘어하늘가득제비들이날아오르고처마밑의제비새끼들소리는더소란하다.

할머니가주시는고추밭머리에서따온개똥참외에선

풀냄새인지물냄새인지가난다.

고봉장둥쪽으로시커먼먹장구름이몰려오는게아무래도소나기가지나가려나보다.

저수지가에매놓은소를끌어와야하는데

마르택이쪽에서천둥소리가꾸르릉!~하고들린것도같았다.

공기놀이가한참재미있는데할아버지가소를끌고오라신다.

고무신한짝은어디로갔데냐?

또뒷집개가와서물어갔나보다.
뒷곁굴뚝머리로돌아가니그노무똥개가한참침을발라가며물어뜯고난리다.

신고있던한짝을벗어들고살금..살금..

"이노무똥개가???"

냅다던진고무신짝이튕겨서뒷담을넘어버렸다.

한손으로개침이덕지덕지묻은신발을들고샘가로갔다.

주열네뒤곁으로돌아가신발짝을들고대야에다씻는데

어깨위로빗방울이툭!~하고떨어진다.

에고!~이일을우짠데?

저수지로달려갔다.

광링이네밭둑의뽕나무잎들이소란하다.

갑자기하늘이컴컴해지면서빠지직!~하는마른벼락이치는소리가들리면서
쿠구궁!~천둥소리가울린다.

왠고삐줄은이리도꼭매졌을까

논길을막나와서승수네밭을지나는데굵은빗방울이와르륵~쏟아졌다.

머리며어깨쭉지가뜨끔거릴지경으로굵은빗방울이다.

소가놀랬나보다.

뜀박질엔자신있는난데마구나대며달리는고삐끈이너무팽팽해졌다.

소나기가이젠앞이안보이게쏟아진다.

고무신한짝이미끈덩벗겨나갔다.

머리에서흘러내린빗물이눈앞을가리는통에발을헛디뎠다.

고삐가손에서빠져나갔다.

손으로얼굴의빗물을훔치면서신발짝을찾았다.

으..엉덩짝이착달라붙어서더뛰지를못하겠다.

사타구니가시원한것은좋은데

흙들어간신발짝이자꾸벗어진다.

종철이네아버지는볏짚으로엮은큰우산같은고깔을쓰고

삽자루를메고천천이물꼬를보시러가신다.

"비를다맞았냐?쯧쯧!어여들어가거라감기걸릴라."
"알았시유~~"

미경이네논둑에서미끈덕미끄러지며손도못짚고논배미에배를깔고엎어졌다.

으..이옷을우짠데냐?

진흙을손으로쓰다듬으며둘러보니밭가운데세운수수깡더미가보인다.

수수깡속에앉아옷도리를벗어꼭짰다.

하늘이안보인다.

엄청난소나기다.

팔뚝에닭살같은소름이돋아난다.

소는집에잘들어갔을라나?

수수잎단에서줄줄흐르는빗물을바라보며건너마을수실말쪽을바라보니거긴햇볕이난다.

금새빗줄기가가늘어졌다.

부슬부슬여우비가온다.

쳇!여우가또시집가는모양이구먼?이한바탕난리굿도다그여우짓일꺼야.

나쁜여우같으니라구..

??..

무릎에서피가난다.

갑자기쓰라렵다.

오동산에예쁘게무지개가떴다.

참곱기도하지..

빨.주.노.초.파.남.보?

더있다.

색깔이한두가지는더떴다.

야..이쁘다.

저무지개를손으로만져볼수는없을까?

엊그제도무지개를잡으려고막뛰어갔는데자꾸멀어지기만했다.

수실말을넘고방죽말을넘어숨이턱까지차도록달렸는데도

무지개는보습고지산마루쯤으로또멀어졌었다.

한번만이라도무지개를손으로만지고싶은데…

웃통을벗어제낀어깨위로햇볕이따뜻하다.

논배미마다귀가시끄럽도록개구리가울어댄다.

바로앞논에선맹꽁이란놈이맹꽁이같이자빠졌다고맹꽁!맹꽁!나를놀린다.

논가에서서큰소리로맹!!~하면서발을탁,탁,구르면제놈은더크게꽁!!~하며약을올린다.

흙덩이를한움큼집어논가운데로던져본다.

잠시잠잠…

또맹!이다.으..으..

초가지붕에서김이모락거리며오르고소는외양간에서여물을씹으며눈을감고앉아있다.

담장미류나무에서매미가울어댄다.그

너머산마루엔뭉개구름이뭉실뭉실피어오르고

집마당가득햇볕이쏟아진다.

쓰름이소리와매미소리가온집안에가득하다.

담장밑옥수수잎에서

막,청개구리가폴짝뛴다.

맴!..맴맴맴..매애~앰..

쓰름!~쓰름!~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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