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애틀에 보내는 편지

누이야,

미국에서이글을읽는다메?

이민떠난다고

울며불며갔던그길이

어느덧몇해가지났구먼?

생각하면

참으로인생이덧없어야.

바로급급한발치께만바라보며

살아가다가

살아가다가

문득고개를들면

저산장등이를넘어온세월이

눈물나곤해야.

그산장등이를넘노라면

한줄기희망이라는

푸른줄기가

한줄기눈물같이피어나곤하는데

어느때는그것도

다허망해지곤하는데…

그래도희망을멈출수는없잖겠어.

얼마나고된이민생활이겠어.

막내야,

저개여울을건너가듯떠나면

미국의끝자락씨애틀이겠거니했었쟈.

시방눈감고

개여울건너고향땅을가보자꾸나.

저강줄기가

흘러흘러서바다로가듯

너또한바다건너

먼먼곳으로떠난뒤에

가끔씩

엄니를바라보다가

네생각을하곤혀.

너의고단한날개를저어서

쉬지않고넘어가는그길이

어느메쯤인지는

이형이모르겠다만서도

그애끈한마음이야

왜모르것냐.

어느때는너홀로

저자갈길을걸어가는심중이겠거니…

또어느때는산마루에피어오르는

구름같이나

흩어지는생각들이

얼마나많겠느냐.

하지만가다가

쉬어가는길도배워가거라.

시골집마루에서유년의기억으로

건너다보던오동산.

그산마루를넘어가던황새는

금성리어드메쯤

저수지에고단한날개를접곤했었쟈.

고향땅의

미류나무에스치는마음이

너사는미국땅까지

가닿기를바래본다.

엄니의기력이많이쇠잔해지신다.

천리밖그곳에떨어졌다고

어찌천륜이야떨어지겠느냐마는…

바빠서짐짓잊고사는세월이

정신없이지나가지만

그세월속에서

엄니가계신다는것을잊지말자꾸나.

미장원에서단정하게머리를손질하신

지난여름어느날의

엄니사진한장부친다.

그래도네가제일많은시간을정붙여산

막내가아니던가베.

이제곰삭아버린

저가을볕아래의짚동가리같은

엄니의굽은등을바라보면

고얀히목구녕이먹먹해지곤한다.

가끔씩

서녘으로지는

저녁구름을만나하염없이바라보곤한다.

무슨영화를바래

이리떨어져살아야하는지모르것다.

아파도볼수가없고

기뻐도같이할수없고

그리워도눈에서멀고먼데…

엄니말씀이

수양산그늘이

오동칠백리라고하셨다.

저녁구름같이

멀리에있는누이야,

그리고막내야,

나도요즈음

꿈길속에서나만나지는그리움으로

영화제목같이

씨애틀의잠못드는밤이구먼.

보고싶다는마음이

점점깊어져만가니…

눈물나.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