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집 한 채 짓고 (1)

나이가어느만큼들어서어느산자락을찾아들어토담집을한채짓고싶다.

앞으로는작은시내가있고뒤로는조금은골이깊은산이있으면좋겠다.

그리고집앞과뒷뜰에는밭을일구어계절마다채소를가꾸는약간의공간이주어졌으면좋겠다.

집은황토흙으로지으련다.통나무로기둥을세우고천정을높여서

맑고신선한산바람과들바람이이리저리넘나들게하고지붕은돌기와를올려야겠다.

집구조는이층으로올리면좋겠지?

아래층은부엌과작은통마루를놓고앞뜰을훤히바라볼수가있으면족하겠다.

뒷산이올려다뵐수있도록뒷문은크게내야겠고방은크고넓게하나만들여야겠다.

한식으로내부를꾸며야겠다.

우선장판은노오란한지로깔고

반질반질윤기가나는장판위로환한햇살이넉넉히드리우게해야겠고

되도록이면장식이나치장은과감히생략해야겠다.

그저나무결무늬가고스란히살아있는농짝과문갑만있으면되겠고

문갑위에는난이나한촉키워두고바라보련다.

한쪽벽으로산수화가그려진여덟폭짜리병풍을세워두고

두툼한감촉의보료를깔아두고앉아

방바닥을지나는노란햇살을지그시바라보며뒷뜰에날아와앉은새소리에귀를모으리라.

윗층에는양식으로꾸미리라.

앞전체를통유리로꾸미고운동장같이그냥넓은공간으로해야겠다.

우선책장을’ㄱ’자로두벽면을둘러놓고

틈틈이모아온책들을꽂아두고오며가며눈길로읽어보리라.

그옆으로오디오셋트를요란하지않게놓겠다.

구석쪽에는전자올겐을놓고서툰음으로가끔씩건반을누르며옛추억에젖어도보리라.

책상은통유리벽안쪽에놓아두고구름이지나면지나는대로..

바람이지나면지나는대로..

꽃이피면피는대로..

또낙엽이지면지는그대로..

고스란히자판위로떨어져산문이되고시가되리라.

넓은방바닥중앙에안락의자를놓겠다.

흔들흔들세월을꼽아보다가그냥그냥잠드는날이그럭저럭많아서좋으리라.

텃밭에는이랑마다다른채소를가꾸리라.

봄여름가을을그밭고랑에쭈그려앉아정성들여가꾸리라.

작은시냇가를끼고손바닥만한작은논배미를부쳐야겠다.

모를심고나락을거두는작은노동의기쁨과양식을아울러구하리라.

새벽일찍삽자루를둘러메고논으로나가면내자는벌써텃밭머리에흰수건을두르고앉아있을게다.

논에물꼬를보고느릿한걸음으로올라오다보면남향받이집흙벽으로

붉은황토색의햇살이은은히퍼질게고

마루에는구수한된장찌개가곁들인앞뒷뜰의푸성귀와산나물로이미조반상이올라있으렸다.

옆에서풋고추와상추쌈을집어주는내자의주름살잔잔한옆얼굴을넌지시바라보면서

천천히손을뻗어’먼저한입베어물게나’하며손목을살며시잡았다가놔주련다.

상물리며구수한숭늉한사발을마시면서다시한번사발넘어로내자의곱게늙어가는얼굴위로

옛적의그붉던입술을생각해내련다.

내자의설거지하는달각대는나직한소리와마루벽괘종시계소리만

고요한아침나절의집안으로퍼져나가리라.

허면안방에앉아방바닥으로비쳐드는아침햇살을바라보며차를달이리라.

그리고녹차향기가득한방안으로내자를불러차를권하면서

이런저런하루를여는농사이야기며대처에사는자식들이야기들을띄엄띄엄나누리라.

허면환히비쳐드는햇살가득한창호지문창살을한개두개세어가며

먼먼그리움에젖어도보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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