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아침

아침산책길에

만나는풍경입니다

언제나

안해와나란히걷는길입니다

빠른보폭으로

실개천을돌아나가는데

봄풀들이돋아

제법풀섶을이뤘지뭡니까

그실개천은

또어찌나맑은지모릅니다

물에드리운나무그림자가

명경에비친듯

투명합니다

산간외딴마을굴뚝으로

피어오르는연기가

콧속깊숙히

장작냄새로채워줍니다

뜬금없이

저집의아침밥상이궁금해집니다

엊그제배추모종을한

산아래밭둑으로

까치가날아와아침을깨칩니다

조금더걷자니

미나리깡에돌미나리가가득합니다

안해가솎아가며좋아라합니다

뜻밖의청정먹꺼리를

아침운동길에서

덤으로얻게되었으니

기분이엄청좋습니다

어느먼시대왕족

옹주이셨을까나

마을느티나무가

우람하게버팀목으로서서

묘지기를합니다

어느덧날이부염해집니다

닭우는소리

마을에서들려오고

그소리에밤을새운

솟대가기지개를켜는산간마을

그마을에는꽃이늦게핍니다

계절이더디왔다가더디가는

세월속에그래도

어김없이꽃을피워냅니다

탱자나무가시담장울타리에도

꽃이피어납니다

개나리가채지기도전에

벌써라일락향기가

퍼져갑니다

개복숭아나무에복사꽃

아름다우면서도

그도화끼가사뭇요염합니다

밥탱이꽃인가

다닥다닥꽃송이를매달고

꽃가지가휩니다

걷다보니천문대어르신이계신

골짜기까지올라왔습니다

바람이심심할까봐서

뜨락감나무에

풍경을매달아두셨습니다

오랜만에팔십청년이신

어르신을뵙고허리굽혀인사를올립니다

주먹가득알약을가져오시더니

손바닥을펴보이시며

세월을이야기하십니다

그래도싸이클을타시고

읍내장을보신다고

자랑을하십니다

어르신이청운의꿈을꾸시며

가꾸시는구옥입니다

거문고도들여놓고

서울친구들도불러내려

술잔을주거니자시거니하시며

시조나읊으시며지내시겠다는

청운의꿈이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노무야속한세월이

기다려주질못하고저만치달아나려는데

마루기둥에달아놓으신세월은

어르신의저높은

靑雲의품은뜻을모르는체

저리야속히도흘러만갑니다

농기구도갈무리하십니다

재넘어사래긴밭을언제갈려하시는지

팔십청년어르신의저기상과기백이

한오백년이어지셨으면

정말좋겠습니다

천수답에

논물을가둬놓고

모내기를기약하십니다

논배미건너편의푸르른기상으로섯는저나무들과같이

팔십청년으로품으신청운의꿈이

일장춘몽이아니시길간절하게바래봅니다

파꽃이피어나는

산간마을밭둑에도

어김없는세월이

무삼으로흘러갑니다

야속한

청운의꿈이

속절없이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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